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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서신] 이슬처럼 흐르는 눈물, 그래도 민들레처럼 살아가시길

등록|2014.04.25 15:01 수정|2014.04.25 15:02

민들레 씨앗과 이슬이슬이 눈물처럼, 그래도 민들레처럼 다시 일어서길 바랍니다. ⓒ 김민수


세월호 사고 이후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만 같았습니다.

분노가 온 마음을 잠식해서 불면의 밤을 지내고, 혹시라도 기적의 소식이 들려올까 뉴스를 보았지만, 단 하나의 기적도 없었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게다가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책임전가를 하느라 전전긍긍하고, 대한민국도 침몰한 듯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침몰선 역시도 이렇게 가다가는 단 하나의 기적도 없이 수장될 것 같아 많이 우울했습니다.

민들레모진 환경에서도 피어나니 그것이 민들레의 덕이다. ⓒ 김민수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다시 일어서서 보란 듯 살아야지요. 책임을 져야 할 이들에게 책임을 질 수 있게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아야지요. 그래야, 피어나지도 못하고 꺽여버린 꽃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지요.

충혈된 눈으로 맞이한 아침, 민들레 씨앗에 이슬이 내렸습니다. 그 작은 이슬 방울들을 보면서 실종자의 눈물이요, 가족들의 눈물이요, 그를 지켜보며 아파하는 이들이 눈물이라는 생각을했습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 그래도 살아가야지… 되내여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합니다.

민들레와 잠자리꿀이 많아 멀리서도 곤충들이 많이 찾아오니 그 또한 민들레의 덕이다. ⓒ 김민수


민들레는 구덕초라고 합니다. 아홉가지 덕을 간직한 꽃이라 구덕초라고 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우리가 어떻게 이 절망에서 살아갈 것인지를 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모진 환경에서도 민들레는 피어납니다. 마소의 수레바퀴에 온몸이 짓밟히면서도 민들레는 피어나지요. 그것이 일덕이라고 하더군요. 뿌리를 난도질해서 흩뿌려도, 뜨거운 햇살에 말렸다 흙에 던져도 마침내 피어난다니, 그것이 두 번째 덕입니다.

민들레씨앗이 제각기 자수성가하니 그것 역시도 민들레의 덕이다. ⓒ 김민수


세 번째로는 한 뿌리에서 꽃이 동시에 피는 법이 없고, 먼저 피어난 꽃이 진 후에야 꽃이 핀다고 합니다. 장유유서의 꽃이라 합니다.

네 번째로는 어둠이거나 비가 오면 꽃을 닫고, 햇살이 좋은 날이면 꽃을 활짝 열어 명암을 구분하는 것처럼 선과 악을 구분하이 그것도 덕이랍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서 우리 국민이 알아야 할 것, 어떤 놈들이 나쁜 놈이고 누가 선한 사람들인지 명확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악한 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는 것이 실종자들과 그 가족들, 국민을 위한 일이겠지요.

이런 바람조차도 종북좌빨이라고 한다면, 종북좌빨이 되어야 겠지요.

민들레어둠 속이나 비가오면 꽃을 닫지만 햇살이 좋으면 한껏 피어나 명암을 구분하니 이도 민들레의 덕이다. ⓒ 김민수


꿀이 많아 멀리서도 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향기가 깊으면, 꿀이 많으면 자연스레 곤충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덕입니다.

새벽 먼동이 트면 민들레는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부지런한 꽃이지요. 새벽이 오는지 뭔지 모르는 이들은 세월호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들이 뭘 해야하는지 몰랐습니다.

여섯 번째 민들레의 덕, 무릇 지도자라면 이런 부지런함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빨랐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구해야 하는 일에는 느려터졌습니다.

민들레 씨앗피어나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출가를 시킨다. ⓒ 김민수


민들레는 씨앗을 맺은 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출가시킵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덕이라네요. 씨앗마다 제각기 흩어져 자수성가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일가를 이루며 민들레영토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품는 희망,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는 이제 어른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했던 작은 영혼들마다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가는 씨앗이 될 수 있도록 남은 이들이 만들어가야 겠지요.

남은 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들 스스로라도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민들레의 흰즙은 종기를 낫게하고, 잎과 뿌리 모두 사람의 몸에 좋으니 이것이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덕입니다. 그리하여, 민들레를 구덕초라고도 부르는 것입니다.

이슬처럼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도 민들레 구덕초처럼 살아가야 겠지요.

모두들 힘을 내야지 어쩌겠습니까? 이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싫지만, 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서로 다독거리지 않으면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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