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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구원파' 도배... '박근혜 구하기' 시동 거나

과도한 유병언 전 회장 보도... '물타기' 비판 나와

등록|2014.04.27 09:44 수정|2014.12.11 15:55

▲ <조선일보>는 26일 1·4·5면에서 뉴욕·파리 특파원까지 동원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 전시회 등을 다뤘다. 이 신문이 23일부터 유 전 회장 수사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두고, 정부 비판 여론을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조선> 26일치 5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 4월 26일치 1면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진도와 안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이후 <조선> 1면에서 진도와 안산 소식이 빠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대신 한미정상회담을 다룬 기사와 함께 인천에서 쓴 기사가 1면을 채웠다.

바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내주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소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은 지난 22일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이후 이날까지 유 전 회장 수사 상황을 여러 면에 걸쳐 주요하게 다뤘다. 그에 비례해 정부 비판 기사 비중은 줄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검찰의 유 전 회장 수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들 신문은 유 전 회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관련 기사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이 과도하게 유 전 회장을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수사당국을 총동원해 유 전 회장 비리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까지 나섰다.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24일에는 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선박 사고가 발생할 때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 유병언 전 회장 수사에 속도... 조중동은 받아쓰고

유병언 전 회장의 이름이 보수 언론에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23일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횡령, 배임, 탈세, 국외재산 도피 등 6가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 3면에서 유 전 회장 일가 수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조선>은 24일치 신문에서 유 전 회장 수사를 다룬 소식을 더 늘렸다. '검찰이 유병언 일가 계열사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을 1면에 실은 데 이어 3·4면을 유 전 회장 일가 비리 의혹 기사로 채웠다. 이 신문은 25일에도 1면 머리기사와 함께 3·4면에서 유 전 회장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26일에도 1·4·5면에서 뉴욕·파리 특파원까지 동원해 유 전 회장의 사진 전시회 등을 다뤘다. 반면, 정부의 대처를 비판한 기사는 신문 뒤쪽으로 밀려났다.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도 유 전 회장 관련 내용을 많이 다뤘다. 22일부터 26일 동안 <조선>의 인터넷 판인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닷컴'에서 내놓은 유 전 회장 관련 기사는 154개에 달했다. 구원파 연예인들을 다룬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구원파는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 이용화 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크라운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대양 사건과 무관하고 선사 직원 극히 일부가 교단 교인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중앙>은 22일부터 유 전 회장 관련 기사를 냈다. 이날치 신문 1면 머리기사로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의 재산 2400억 원을 추적하고 있다"는 내용을 썼다. 이 신문의 23일치 1~3면은 구원파 기사로 채워졌다. 1면 머리기사로 "유병언 일가가 거느린 계열사 대표 상당수가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핵심 신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한국녹색회가 청송 땅 살 때, 유병언 재정적 도움>(2면), <토요일마다 신도 1000명 모여 예배>(3면) 기사처럼 구원파에 집중했다. <중앙>은 24일에도 관련 내용을 1·3·4·5면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역시 <보현산에 여의도 3배 땅… "구원파 왕국 만들려 했다">(3면)와 <"구원 받은 뒤에는 죄지어도 죄 안 돼" 주장>(4면) 등 구원파 관련 기사로 도배됐다. 

<동아> 역시 23일부터 26일까지 1면 머리기사를 유 전 회장 기사로 채웠다. 23일치 신문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유 전 회장에 20년째 항로 독점권을 보장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는 검찰과 금융당국의 유 전 회장 수사 상황을 1면 머리기사에 배치했다.

온라인에서는 '과도한 유 전 회장 보도=물타기' 비판

보수언론이 유 전 회장 수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을 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swgw****'는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유 (전) 회장이 저지른 일들은 어마어마해 보입니다"면서 "문제는 유 (전) 회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사이 정부의 책임론이 잦아들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와 정권은 '유체이탈 책임회피'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kyu***)는 "행정부 최고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져야 할 헌법·도덕적 책임과 청해진해운을 소유한 두 아들의 아버지인 유병언 (전 회장)이 져야 할 법적·도덕적 책임 중 무엇이 더 클까요?"라고 꼬집었다.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 내용과 관련해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추정자산 2400억의 상당 부분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영농조합 소유의 부동산"이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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