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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애도 논쟁, 이렇게 해보자

[주장] 행사 취소 등 둘러싼 잡음... 논쟁의 힘을 '대책 논의'으로 바꿀 때

등록|2014.04.27 10:59 수정|2014.04.27 10:59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 사건 발생 이후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실낱같은 희망 탓에 말을 극도로 아꼈던 언론과 시민들은 이제 주검이 발견된 이들에 대한 애도를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빌딩 곳곳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수막이 붙었고, 시민들은 SNS상의 자기 사진에 '노란 리본'을 다는 등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앞으로 살아갈 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지역행사들 대부분을 취소하거나 축소했습니다. 단원고등학교나 진도체육관에 자원봉사를 가시는 분들도 여럿 보이더군요. 대기업과 연예인도 기부에 나서는 등 생존자와 희생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하려는 이들의 소식이 비탄에 잠긴 모두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애도 열기 과열... 슬픈 이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져

그런데 지난 24일, 제가 존경하는 정신과 의사 김현철(@alainNolan)님의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실종자 가족까지 죽일테냐. 과하다 싶은 현수막 제발 좀 떼라'. 무슨 말씀인가 싶어 포털 사이트에 '세월호 현수막'이라 검색해보곤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본 문구가 무엇인지 여기에 옮기진 않겠습니다. 그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이기심이 깃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는 것 정도만 말씀드리고 싶군요.

대기업의 기부에 대해서도,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지원물품에 자사의 로고를 넣거나 자사의 물품을 기부하는 것 모두 사실상 '마케팅'아니냐는 겁니다.

'노란 리본' 캠페인도 잡음이 많습니다. SNS상에 모 대학 동아리가 만든 노란 리본을 사진을 달면 저작권에 위배된다는 허위사실이 마구잡이로 퍼지다가, 해당 동아리가 직접 사실무근임을 밝히는 일이 있었고, 노란 리본에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SNS에 노란 리본을 단다고 소중한 가족을 잃은 그들에게 무슨 힘이 되겠냐며, 애도하고자 함이 아니라 애도하는 자기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에 취하고자 하는 심리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자체의 행사 축소 역시 비록 소수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행사는 지양해야 옳겠으나, 그 특성상 애도의 장이 될 수 있는 행사마저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입니다.

갈등의 에너지를 제도 마련을 위한 힘으로 바꿀 때

결국, 모두가 아픈 가운데, 그 아픔이 다시 갈등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적잖은 이들이 누리터상의 이러한 기류에 개탄하고 있고요.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분명 안타까운 갈등이나, 결국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아픔에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기부하는 대기업과 그 기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묻는 시민들, 노란 리본을 다는 시민과 그 노란 리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 모든 지역 축제를 포기하고 애도하려는 이들과 음악제 등의 행사를 통해 애도를 하고자 하는 이들 모두,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비록 논란 가운데 있으나 이들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재건하는 데 '진정성을 가지고'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죠.

이에 저는 이 논란에서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제안합니다. 이 논쟁의 에너지, '서로를 향한'이 힘을 '같은 방향'으로 바꾸어 달려야 합니다.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외상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26일 순천향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소영 교수의 YTN 인터뷰에 따르면, 심리적 외상은 지금 즉시 진단결과가 없는 사람이 6개월 후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증상이 없는 분들이라 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될 일이고, 심리 지원 대상에 포함된 분들도 지속적인 관리가 있어야 합니다.

실종자 수색도 그 긴장을 끝까지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종자들을 수색하기 위해 투입된 분들에 대한 격려와 지원, 관심도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대통령이 UDT를 DDT라 이르는 일 따위도 당연히 없어야겠죠). 유언비어 살포나 일베 등 일부 집단에서 횡행하는 유가족 비하 발언, 비하 행위에 대한 단속도 계속돼야 겠습니다.

배를 버린 선장에게 한 번, 배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지켜내기엔 너무나 무능했던 이 나라에게 또한 번 가족을 잃은 그들을 향한 심리적 폭력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렇게 아픔을 딛고(혹은 안고), 아픈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이렇게 고민하며,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아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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