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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험한 바닷길, 생때같은 아이들이..." 진도주민의 눈물

사고 일어난 진도군, 희생자 합동분향소 열어... 3일 만에 1300여명 조문

등록|2014.04.28 17:30 수정|2014.04.28 17:47

눈물 훔치는 진도주민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 향토문화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진도주민이 조문하고 돌아서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이희훈


"나(내)가 죽어야지 젊은 애들이 죽어서야 쓰것나. 잘 커서 거기서 대통령도 나오고 장관님도 나오고 그랬을 것인디... 우리 같은 노인도 아니고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 졌으니, TV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으요."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3일째인 28일 오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전남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문계남(74)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내 손주들 같아서 가슴 쓰리고 기가 맥히제…."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사고가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탓에, 현재 이 곳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진도군 포구리에서 분향소를 찾은 박상림(80) 할아버지는 "우리 아이들을 저렇게 만든 건 순전히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함께 온 진도주민들은 사고가 난 맹골수로가 "물살이 어마어마하게 센 곳"이라며 "여기 사람들도 웬만하면 피한다"고 말했습니다. "험한 바닷길을 선장 마음대로 댕겨분께, 그라고 생때같은 아이들을…"이라며 화를 내던 할아버지 눈에는 그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지난 26일(토) 문을 연 이곳 진도 합동분향소에는 28일 오전 11시 현재 13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관리자인 진도군청 직원 말로는, 조문객 중 상당수는 진도주민이지만 조문을 위해 부산·대구 등에서 직접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진도초 학생들, 합동분향소 찾아 헌화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 향토문화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진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희생자 추모행렬, 진도초 학생들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 향토문화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진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헌화한 후 희생자들을 위한 메세지를 보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오전에는 마침 진도초등학교, 의신초등학교 등 학생들 110여 명도 선생님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의신초 6학년 박다솜 학생은 묵념을 하며 "언니 오빠들이 천국에 가서 편히 쉬라고 기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분향소 왼편 추모공간에는, 1학년 초등학생이 맞춤법도 틀린 글씨로 '세월오(호) 실종자 가족분들께'라며 쓴 편지가 있어 주위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는 구호물품들은 진도향토문화회관으로 전달돼 진도실내체육관·팽목항 등에 필요에 따라 배분됩니다. 진도 합동분향소는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분향소와 구호물품이 전달되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진도 군청 직원들이 교대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부디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진도주민과 온 국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도에는 며칠째 보슬비만 야속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가족들...눈물도 말라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울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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