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KT 박스 주면서 '짐 싸라'... 이것은 집단 살인"

[인터뷰] '8320명 명퇴'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

등록|2014.04.30 17:14 수정|2014.04.30 22:25
[기사수정 : 30일 오후 10시 25분]

▲ 'KT 새노조'의 조재길 위원장. ⓒ 김민화


KT는 조직개편을 명분 삼아 근속기간 15년 이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1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23일 심사를 마친 상태이다. 30일자로 신청자들에 대해 퇴직처리를 할 방침이다. 최종 집계된 명예퇴직 신청자는 8320명에 달했다. 이는 단일 기업의 동시 명예퇴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KT 전체 직원의 26%에 이른다.

하지만 명예퇴직 신청 과정에서 강압과 협박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는 등 '강제퇴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이 실시한 이번 구조조정을 '4·8강제명퇴 사태'로 규정했다.(관련기사 : "KT 명퇴 폭력적... 컴퓨터 치워 버리고, 차 키 빼앗고").

'텅 빈 사무실, 주인 없는 책상, 휑한 가슴, 8320명이 떠난 자리다. 이 모든게 2주 만에 벌어졌다. 2주 전, 5월부터 자신이 실업수당을 타러 다닐 신세가 될 것임을 예상했던 이가 누가 있겠나! 군사 기습작전 하듯 치러진  2주간의 명퇴 과정에서의 모욕과 위협은 KT 전 직원들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우리한테 날아온 황창규 회장의 메시지는 '독하게 일하자'는 것이었다.'

KT새노조 소식지 '특별명퇴 호외'의 표지 문구이다. 이번에 단행된 구조조정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를 나타낸다. 29일 만난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 역시 이번 명예퇴직 대상자로 현재 대기발령 중이다. 조재길 위원장은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는 것에 대해 발표 당일까지 회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갑작스런 명예퇴직 실시 발표를 듣고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고 말했다.

4월 30일 퇴직발령 실시를 앞둔 회사 내 분위기에 대해 "내일 날짜로 업무가 폐지된다,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진 상태로 모두들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들 발령대기 중으로 사무실 분위기는 매우 어둡다"라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29일 오전에 공개된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안' 내용을 언급하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발표된 조직 개편안은 직원들은 잘라내고 관리자 수는 늘린 꼴이다"라며 "명퇴 미신청 대상자들을 업무지원 부서로 재배치 공백 업무에 임시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잡부로 쓰겠다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8320명... 단일기업 동시 명예퇴직 최대 규모, 전 직원의 26%

다음은 조재길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832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국내 최대 규모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회사 측의 부추김에 의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기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특별 명퇴를 마지막으로 이것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명퇴가 전혀 없을 것이고, 삼성식 경영(새로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을 도입해서 3개월치 임금만 주고 내보낼 것이라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 명퇴도 없어지고, 각종 복지도 축소되고, 남아봐야 이득이 되는 게 없겠다는 생각에 갈등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 황창규 회장이 취임(올해 1월)한 지 얼마 안 됐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창규 회장 취임 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추진했다. 그것도 아주 전격적으로. 일단 회사가 주장하는 것은 적자다. 유선 부문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8000명 이상 내보낼 정도로 긴박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복지 축소라든가 명예퇴직을 앲애겠다는 후속 조치들까지 함께 추진하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정권의 공기업 개혁 요구와 복지 축소 정책과 맞물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또한, 이석채 전 회장이 저질러 놓은 비리로부터 황 회장 본인의 성과를 단기간 내에 올림으로써 실적과시를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사실 명예퇴직 시키고 직원 잘라내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1년도 못 간다. 2003년, 2009년에도 그러했다. 굉장히 안이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29일 발표 된 KT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개편안' 문서. 신설되는 CFT 팀에 대한 설명 페이지. ⓒ 김민화


- 2주간의 명예퇴직 신청 기간 중에 강압과 협박 등이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해 달라.
"신청 기간 중에 명퇴 대상자들에 대해 관리자, 지사장들이 면담을 자주 했던 것은 기본이다. 박스까지 주면서 짐을 싸라고 했다. 또 공개석상에서는 이번 기회에 안 나가면 삼성이나 다른 사기업처럼 3개월치 급여만 주고 쫓아낸다는 말을 했다고도 한다. 

게다가 아주 비열했던 방법이 '희망 근무지'를 적게 했던 것이다. 명퇴 신청이 종료된 후 잔류자를 대상으로 받으면 되는데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쓰게 했다. 이걸 쓰면 다른 곳으로 발령 나도 항의조차 못하게 된다. 가뜩이나 불안한 사람들은 더 불안감에 시달렸다.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이런 방법들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 8320명이 퇴직을 하게 되면 업무 공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조직 개편으로 공백을 메울텐데 어떻게 예상하는가.
"오늘(29일)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안'이 나왔다. 아주 실망스러웠다. 사람들은 많이 나가는데 이전이랑 달라진 게 없다. 현재 상무보가 운영하는 78개의 지사와 부장급이 운영하는 158개의 지점으로, 전국 236개 지사와 지점이 있다. 이것을 79개의 지사와 181개의 지점으로 늘린다고 한다. 결국 직원들은 잘라내면서, 관리자 수는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업무지원 CFT'라는 부서가 신설된다. 이 부서는 명예퇴직에 따른 현장 인력부족 및 업무 공백 보완을 위한 부서로 각종 지원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명퇴 잔류자들 중 다른 조직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CFT팀으로 모아 교육시켜 각종 업무에 임시 투입시키는 식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생사 걸린 문제... '정해졌으니 나가라' 하는 건 집단 살인"

- 이번과 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조금 감수하면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게 아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런데 노동자들과 전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정해졌으니 나가라' 하는 것은 '집단 살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 앞으로도 명예퇴직과 같은 구조조정이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이는가.
"이번에 명예퇴직 신청 받으면서 더는 명퇴 없다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그간 전화 서비스 산업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지보수 인력이 많이 줄었다.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려 하겠지만 KT는 공기업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 같은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필요에 의해 물의 없이 구조조정 하려면 다시 명퇴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회사 측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시행 발표는 노조와 합의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지금의 제1노조는 어용노조다. 이번 노사 합의에서도 제1노조의 지역본부 위원장들도 이 내용에 대해 몰랐다고 한다. 자기들 조직에서도 쉬쉬 하며 밀실야합을 한 것이다. 우리도 당일 날 소식을 들었다. 비상식적으로 추진됐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어용노조 체제 내에서 회사의 간섭, 집행 계획, 비리와 부실 경영 등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게 싫어서 민주노조(KT새노조)를 만들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 힘이 부족하지만 과반을 목표로 열심히 해갈 것이다."

- 새노조의 KT에 대한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약속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황창규 회장은 취임 첫 인사말에서 KT는 국민기업임을 강조했다. 그 말처럼 국민기업으로서 통신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경영을 할 것. 마지막으로 KT 노동자들이 굉장히 핍박을 받아왔다.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줄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