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풀무원 매장 사망노동자 5일째 장례 못 치러...
노동절, 이마트 천안점에서는?
▲ 지난 달 25일 오후 2시 경. 이마트 천안점(천안시 쌍용동) 풀무원식품(주)(이하 풀무원)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ㅅ'씨(51)가 쓰러졌다. 28일 숨진 고인은 노동절인 1일 현재까지 영결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 하성태
"사람이 죽었는데 이마트와 풀무원, 인력파견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요."
지난 달 25일 오후 2시경. 이마트 천안점(천안시 쌍용동) 풀무원식품(주)(이하 풀무원)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ㅅ'씨(51)가 쓰러졌다. ㅅ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뒤인 28일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과 심정지, 심근경색 등이다. 평소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
ㅅ씨는 이마트 화장품매장에서 일하는 작은 딸의 권유로 지난 달 18일부터 이 매장에 출근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종일 서서 시식용 음식을 끓여 내다보니 다리 통증과 진상 손님들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쓰러진 당일 낮 12시 40분 경 ㅅ씨는 작은 딸인 'ㄱ'씨와 함께 출근했다. 그는 유통부문 인력아웃소싱업체인 (주)유엔아이머천다이징(이하 유엔아이) 소속 비정규직 직원이다. ㄱ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3층 라커룸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각자 매장으로 향했다. 도중 ㅅ씨가 딸에게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조퇴라도 해달라고 해야겠다."
이후 ㄱ씨는 매장 전화를 이용, 엄마와 통화했다. 엄마는 휴게실에 누워 있었다. 속이 좋지않다며 약을 사다 달라고 했다. ㅅ씨는 약을 사들고 달려간 딸에게 "관리자가 금요일이라 조퇴는 힘들고 대신 잠깐 휴식을 취하라고 해 쉬는 중"이라고 말했다. ㄱ씨가 엄마의 팔다리를 주물려주다 화장품매장으로 돌아온 지 약 20분 후인 이날 오후 1시 50분 경. 풀무원매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달려와 엄마가 쓰러졌다고 알렸다. ㅅ씨는 매장 바닥에 누워 있었고 의식이 없었다. 이후 병원 측은 ㅅ씨의 사인을 심근경색으로 진단했다. ㅅ씨는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풀무원과 이마트 측이 조퇴신청만 받아들였더라도 5분 거리에 병원이 있어 쓰러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천안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매장 원청업체임에도 아웃소싱업체인 유엔아이와 다단계도급을 체결한데다 심폐소생술 등 최소한의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동절인 1일, ㅅ씨가 숨진 지 5일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풀무원과 위탁업체 유엔아이, 이마트 천안점 등과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조퇴신청 했나 안했나... 조퇴 승인 책임자는?
유가족들에 따르면 풀무원 측은 ㅅ씨가 당일 조퇴신청을 한 적이 없고 출근 상태도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근무복(유니폼)으로 갈아입지 않았고 일을 시작하지도 않아 산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인의 동료 직원이자 딸인 ㄱ씨 등 여러 증언을 종합해 보면 고인은 쓰러질 당시에도 근무복(유니폼) 차림이었다. 여러 정황상 풀무원 측 주장과는 달리 사전 조퇴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풀무원과 이마트 측은 조퇴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유족들에게 조퇴 승인여부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누구인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일용직에 퇴직금도 없다고?
이마트는 원청업체임에도 도급계약서를 인력파견업체인 유엔아이측과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위탁 계약서에는 "담당매니저 및 매장PM의 사전 동의 없이 지각, 조퇴시 기본 판매 수수료의 50%를 차감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매장PM'은 원청인 이마트 직원이다.
이에 대해 이종란 노무사는 "위탁 계약서를 보면 파견노동자는 판매수수료로 일당만 받을 뿐 퇴직금도 없는 일용직으로 돼 있다"며 "사실상 노동자 신분임에도 업체 측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는 자신들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다단계 도급을 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4대 보험 가입 원치 않았다"?
풀무원과 이마트 측은 ㅅ씨가 4대 보험 가입을 원치 않아 보험에 가입하지 하지 않아도 채용이 가능한 유엔아이를 통해 인력을 조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ㅅ씨가 4대 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보험가입을 원하지 않았더라도 4대보험 미가입자를 채용하는 것은 관련 법 위반이다.
유가족 측은 또 "이마트 측에 응급환자발생시 대처 매뉴얼 자료를 요구했지만 '대외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황당해했다.
왜 사과조차 안하나
유족 측은 현재 영결식을 무기한 연기하고 2일부터 이마트천안점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조퇴 승인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서 고인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족들은 "누가 봐도 업무와 관련된 산업재해임에도 산재 처리할 경우 불이익을 우려, 관련기업이 서로 입을 맞추고 조퇴신청을 거부한 일 등 핵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요구를 거부하고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간질까지 하고 있다"며 "조퇴신청을 거부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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