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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특별한 매력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등록|2014.05.02 10:32 수정|2014.05.02 10:32
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법도 바뀌었다고 하고 5인 이상만 되면 손 쉽게 설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5명 모으기는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 관계 위주의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방법을 갈구하던 때에 우연히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창원에 있는 '경상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였습니다. 여성능력개발센터라기에 혹시 남성은 나뿐일까 기대를 하고 갔지만 남성분도 제법 계셨습니다. 약간 실망했습니다.

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다

아카데미는 4월 7일부터 30일까지 매주 월·수요일에 총 8회 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카데미 첫날. 김용기 교수(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께서 오셔서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현실화 방안, 그리고 충분히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우리들에게 희망을 품게 하셨습니다. 모두 장밋빛 환상을 가지게 되었죠.

개인 소개의 시간이 있어 인사를 나누는데 다양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가사도우미 협동조합을 설계중이신 분, 대리운전 협동조합을 설계 중이신 분, 의료 협동조합, 장애아동돌봄, 사회적 일자리 창출,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협동조합 등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꿈을 품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덕분에 '아직 우리 사회에 따뜻한 꿈을 가진 분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용기 교수님께선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법이 바뀌고 있고 전망이 밝다는 말씀, 그리고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등 쉽고 명확하게 연수의 시작을 열어주셨습니다. 특히 협동조합으로 사는 지역사회를 소개하실 땐 '정말 저런 동네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동네 전체가 각각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죠. 모두가 조합원이며 서로의 도움으로 문화예술, 소비자 쇼핑 생활, 의료, 공동육아, 주택 협동조합 등으로 연결이 되어 마을이 각각의 독립된 사회적 경제로써 운영이 되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살고 있는 성미산 마을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꼭 한번 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설레였습니다. '정말, 저런 세상이 가능해? 저런 곳에서 살고 싶어. 우리도 할 수 있겠지?'라고 모두들 희망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연수가 계속될수록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공포감을 느끼게 됩니다.

▲ 김용기 교수. 협동조합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로 흥미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 김용만


▲ 유길의 이사장. 대구 동구 안심지역에서 마을 기업과 협동조합 만들기 활동중이셨습니다. ⓒ 김용만


가난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 대구 동구 안심마을 협동조합

유길의 이사장님이 사는 동네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대구 동구 안심마을인데요. 이 동네는 여러 요인 때문에 집값이 싼, 즉 주거환경이 좋치 않은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어린이 도서관 '아띠'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동네에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낀 4~5명이 모여 도서관 만들기 협동조합을 시작하여, 지금 그곳은 훌륭한 마을의 도서관, 사랑방 ,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의 본거지가 되며 동네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후 방과 후 공부방 협동조합인 "둥지", 사회적 협동조합인 "동행"도 설립됩니다. 지금은 건설협동조합인 "공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농농"도 만들어져 운영 중이며 마을학교, 마을카페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운영돼 동네 주민들이 아주 재미나게 산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시는데 그때마다 수강생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지요.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저런 것이 가능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유길의 이사장님은 협동조합 운영시 명심해야 할 내용들도 꼬집어 주었습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회계 특히 부기를 꼭 알아야 하며, 경기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냥 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라는 말씀도 덧붙였죠.

협동조합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시작하여 인간관계로 끝나기 때문에 '나랑 친하니까 대충 이러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구 동구의 안심마을에 놀러 오라며 명함도 돌리셨는데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적극적으로 명함을 받아갔습니다. 우리 꼭 가보자면서 말입니다.

▲ 박소영 한살림 경남 소속 회원. 한살림의 소개와 활동에 대해 소개하셨습니다. ⓒ 김용만


한살림도 협동조합이다

박소영님께서는 우리나라의 한살림의 역사와 한살림의 활동, 먹거리의 소중함, 한살림이라는 협동조합의 특별함 등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전에는 한살림에 대해 나의 몸만을 위해 좋은 것을 먹으려는 이기적인 소비집단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분의 강의를 들은 후 적어도 한살림 조합원의 활동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지구의 환경 등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산자가 정당한 댓가를 받고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구입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함께 활동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 유은주 (사)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연구원. 협동조합설립에 관한 행정적 절차에 대해 소개하셨습니다. ⓒ 김용만


협동조합 설립, 어렵지 않다

마지막 날에는 유은주 연구원님께서 오셔서 협동조합 설립시 관련 행정적 절차와 서류 작성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근무하고 계신 곳도 소개하시며, 언제든 방문하여 상담하시고 생각을 함께하자고 조언하셨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은 결코 힘든 일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운영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산 합성동에 지원센터가 있다고 합니다.

▲ 마지막 수료자들 단체 사진. 모두들 협동조합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있습니다. ⓒ 김용만


마지막 날 수료자들 단체 사진입니다. 시작은 거의 25분 정도가 오셨으나 마지막까지 하셨던 분은 저희 11명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거리가 먼 곳이어서 올 때마다 약간의 고민을 하였으나 다 끝나고 나니 너무 뿌듯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연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에 있는 협동조합 사례들을 배우고 협동조합의 현실적 운영, 법적 절차 등을 배우며 공부할수록 쉬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협동조합이 대안이다'라는 생각도 강해졌습니다.

그래도 협동조합이다

김석호(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본부장)씨가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믿어라! 결국 사람이다. 돈은 생각치 말고 조합원을 믿고 민주적인 네트워크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많은 돈을 벌려면 협동조합보단 사업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허나 보다 인간답게 살고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협동조합이 훌륭한 대안일 듯 합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협동조합은 꾸준히 공부해 볼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결집의 힘을 믿어라. 가장 큰 적은 미리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으십니까?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며 함께 성장하는 협동조합을 추천합니다. 싸우지 않는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아니라고 합니다.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주인되는 삶. 협동조합에 그 길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기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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