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세월호 분향소 옆...이 사람도 억울하게 죽었어요

장애인등급제로 사망한 송국현씨 아직 빈소에

등록|2014.05.05 13:11 수정|2014.05.05 13:11

세월호 분향소와 송국현씨 분향소서울광장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인권위원회 앞에 초라하게 차려진 장애인등급제 희생자 송국현씨 분향소 ⓒ 이명옥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가 차려지던 지난 4월 27일 횡단보도 건너 편 국가인권위윈회 앞에는 작고 초라한 분향소가 하나 차려졌다.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자립홈에 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달 17일 생명을 잃은 고 송국현씨의 분향소다.

서울광장 세월호 분향소 옆에 소박하게 분향소를 차리려고 했으나 그곳에 분향소를 차리면 서울시경에서 철거하겠다고 위협해 인권위원회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조문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수십 미터씩 줄을 서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는 달리 국현씨 분향소에는 활동가만 쓸쓸하게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간간이 장애인과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지나갔다.  장애인은 죽음마저 차별을 당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장애 3등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해 화재로 사망한 송국현씨의 동료 장애인들과 활동가는 반드시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해 억울함을 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현씨는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있다.

"장애인의 날인 지난달 20일 국현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약속을 받으려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에게 갔어요. 그런데 경찰이 길을 원천봉쇄하고 폭력을 행사 했어요. 경찰은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했고,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을 정조준해서 최루탄을 쏘았어요. 몸에 경련이 일어나 쓰러지는 박경석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보고 '쇼하냐'고 모욕을 주기도 했고요. 우리의 요구 사항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 사과, 24시간 활동보조,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라'는 것이니까요. 몇 차례 복지부 담당자들과 면담이 있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우리 요구를 모두 거절한 상태예요."

탈시설 운동과 시설비리 감시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미소(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씨는 지난 20 일 이후의 상황을 이렇게 말해줬다.

분홍배 접기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희망의 분홍배 접기 ⓒ 이명옥


송국현씨의 쓸쓸한 빈소...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들에게 최루탄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 200여 명의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고속버스 탑승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진입로 원천봉쇄로 장애인의 탑승을 방해했다. 터미널 집회를 마친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청하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 앞으로 가던 중 경찰의 폭언과  폭력, 최루탄 세례를 받았다.

장애인의 날 최루탄을 쏜 것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4월 21일 경찰청장은 마지못해 형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재발 방지가 전제되지 않은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그건 사과가 아니라 변명일 뿐이었어요. 경찰은 휠체어를 탄 전신장애인들을 정조준하고 최루액을 쐈어요. 그리곤 선동하는 비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쏜 최루액이 장애인에게 맞은 것이 유감이라고 하더군요. 장애인에게 최루액을 쏜 사실을 인정하고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최용기 성동구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장애인차별 철폐 연대와 장애인 단체는 아래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송국현씨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 이다.

1. 장애인등급제로 사망한 송국현씨 죽음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과하라.
2. 24시간 활동보조를 보장하라.
3. 장애인등급제를 상반기내 폐지하라.
4. 현행 월 20시간 6개월인 탈시설 장애인 긴급지원을 월 120시간 1년으로 늘려라.
5. 장애인관련 문제 제도 개선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반열 될 수 있도록 전장연과 함께하라.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하지 않으면

보건복지부는 송국현씨 죽음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은 회피하고 있다.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현실화 문제나 장애인 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장애인 단체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장애인 단체와 활동가들은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복지부장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기 위해  일인 시위, 촛불문화제.  활동가 7명의 단식까지 결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5월 9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장애인단체 대표와 면담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장애인 단체는 현재 잠정적으로 일인 시위와 촛불문화제 단식을 중단하고 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송국현씨 빈소서울대 장례식장 송국현씨가 시든 곷 속에서 웃고 있다. ⓒ 이명옥


송국현씨 빈소가 차려진 지 18일이 지났다. 꽃구경을 하고 싶었다던 국현씨는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의 시든 꽃에 싸여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왠지 쓸쓸하고 슬퍼보였다.  현재 송국현씨 가족은 장례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국현씨의 장례 일정과 향후 투쟁 방식이 정해질 예정이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국현씨는 언제쯤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

대한민국 등록 장애인 수는 260만 명이 넘는다. 중증 장애인도 4만 8천 명이나 된다, 이들 대부분이 시설 등에 수용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 그들도 시설 안팎 어디서든 생명의 안전을 위협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져야 송국현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광화문 해치 마당에는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한 농성이 620 여 일을 넘기고 있고, 인권위원회 앞에 송국현씨 추모 분향소가 서울대 장례식장에는 아직도 쉬지 못하는 송국현씨 빈소가 차려져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