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된다.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방학은 따로 없고 크리스마스 휴가 개념으로 2주 정도 쉬고는 특별한 방학 없이 지내다가 맞는 것이 부활절 방학이다. 보통 학교는 부활절 들어가는 주와 그 다음 주까지 2주간을 쉰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고객이나 사업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부활절 주간을 여기서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 성스러운 주간)라고 부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의미보다 공식적인 휴가기간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모든 사람들이 쉬고 공공기관들도 문을 닫는 이 기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공식 휴일이 아니다. 부활절 바로 앞 목, 금, 토요일은 공식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공식휴일로 인정된다. 또한 멕시코에만 있는 주류판매 금지기간이 이 기간에 적용되는 우리에겐 아주 낯선 기간이기도 하다. 대선 선거일 전날부터 선거일까지 주류판매가 금지되는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 올해는 멕시코시티 전체를 주류판매 금지로 묶은 것은 아니고 일부 인구 밀집지역이나 범죄 다발지역 위주로 실시되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휴가를 칸쿤에서 보내기로 했다. 십여년 전에 비즈니스로 방문한 칸쿤은 바쁜 관계로 낮에 바닷가 한번 나가보지 못한 방문이었다면 작년에 다시 찾은 칸쿤은 아이들과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켰기에 망설임 없이 1월달에 예약을 했다. 미국이 가까이 있는 관계로 미국 이곳 저곳을 다녔지만 아이들에게는 칸쿤만큼 좋은 곳이 없는 듯했다.
날짜를 세며 기다리던 아이들은 출발 전날에 새로 산 물총을 작동시켜보고 물안경을 써보는 등 들떠서 겨우 잠이 들었다. 드디어 당일. 짐은 다 쌌지만 우리들은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키우는 개 세마리를 베란다에서 거실로 내어놓고 창문을 점검하고 5일동안의 안전을 기도하며 칸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기 멕시코에서는 휴가를 다녀오면 집 전체가 싹 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삿짐을 위장해서 큰 트럭을 대고 싹 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구청에서는 이 기간에 이사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총에 물안경 챙기기도 벅차기에 안전은 내 몫이었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도 비행기를 타면서도 내심 유쾌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돌아왔을 때 집이 분명 똥밭으로 변해있을게 분명하므로…
Hotel – BLUE BAY
오성급 호텔치고는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인들이 추천을 많이 했었기에 안심하고 예약을 했다. 칸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리비에라 아먀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시내 쪽의 호텔들은 좋기는 한데 조금 시끌벅적한 느낌이라 정말로 휴양의 느낌이 들만한 곳은 리비에라 마야 쪽이라고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었다. 그런데… 첫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먼저 시내 쪽 호텔보다 바닷물이 탁했다. 작년에 봤던 연한 초록빛 카리브 해를 기대하고 왔건만 모래에 진흙이 섞여있어서 그 상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둘째로 연중 최고의 피크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도착한 날 룸키를 받고 문을 열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고쳐졌지만 인상이 좋을리 없었다. 둘째 날에는 외출 후 들어와보니 욕실 천장이 무너져있었다. 만약에 아이들이 샤워하는 중에 떨어졌더라면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리셉션에 가서 한참을 따지자 스위트 룸으로 바꾸어주기는 했지만 그런 과정도 매끄럽지가 않았다. 그래도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숙박, 호텔 내 음식, 음료수 및 주류 일체 포함)는 우릴 충분히 만족시켰다.
셀하(XELHA)
작년에 칸쿤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곳이다. 이곳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으로 스노클링, 돌고래 수영, 띠롤레사, 절벽 다이빙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딱 맞는 공간이다. 이곳은 호텔과는 별개로 예약을 해야 한다. 셀하에 들어가면 스노클링 장비 대여는 물론이고 음식도 다 포함되어있는 패키지라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툴룸(TULUM)
가이드 말로는 AD 1200년 경부터 1500년 까지 번성했던 마야문명 지역이라고 했다. 돌로 된 성벽이 둘러쌓여 있는 곳은 그냥 그저그런 유적지였다. 특징적인 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거 볼려고 땡볕에서 이렇게 고생했나 하는 찰나 우리 눈 앞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졌다. 카리브해의 진가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천국 아래 카리브 해 칸쿤이었다.
여자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왜 이슬라 무헤레스 라고 불리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멕시코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이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여신상이 많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여자의 섬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여자의 섬이라고 하면 한국 영화 <마파도>가 생각나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보게 되는 절경은 마파도의 할머니들을 연상시킬 수가 없다. 저런 아름다운 색상의 바다에는 당연히 아름다운 젊은 여인들이 떠오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인가? 여기도 스노클링, 띠롤레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호텔에서 얼마나 먹었던지 굴러다니는 내 몸을 보고는 오늘은 단식이다 라고 선포하고 다들 밥 먹으러 간 중에 혼자 의자에 앉아서 반쯤 감긴 눈으로 한 시간 정도 바다만 봤다. 그 푸른 연두색의 바다는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섬 반대편에서 돌고래 수영도 하고 나니 하루가 후다닥 지나갔다.
띠띠띠띠 띠리링.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개 세마리가 거실 전체를 똥밭으로 만들어 놨다. 깔아놓은 패드 위에는 흉내만 내고 홍수 같은 소변은 곳곳에 질펀하게 싸놨다. 그리고 시티에 진도 7.2 의 강진에 있었던 터라 액자도 떨어져 있고… 액자를 치우고 지뢰같은 똥을 피해다니며 홍수난 소변을 닦으며 새삼 느꼈다. '그래 여긴 현실이야, 잠시 천국 근처에 갔다 온게지…'
p.s. 호텔 내에서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서 전화기를 거의 끄고 살아서 한국 뉴스를 몰랐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세월호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국은 어마어마한 슬픔에 잠겨있는데 혼자만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여행을 다녀온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로 가슴아파하시는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누가되지 않을까 글을 쓰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활절 주간을 여기서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 성스러운 주간)라고 부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의미보다 공식적인 휴가기간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모든 사람들이 쉬고 공공기관들도 문을 닫는 이 기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공식 휴일이 아니다. 부활절 바로 앞 목, 금, 토요일은 공식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공식휴일로 인정된다. 또한 멕시코에만 있는 주류판매 금지기간이 이 기간에 적용되는 우리에겐 아주 낯선 기간이기도 하다. 대선 선거일 전날부터 선거일까지 주류판매가 금지되는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 올해는 멕시코시티 전체를 주류판매 금지로 묶은 것은 아니고 일부 인구 밀집지역이나 범죄 다발지역 위주로 실시되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휴가를 칸쿤에서 보내기로 했다. 십여년 전에 비즈니스로 방문한 칸쿤은 바쁜 관계로 낮에 바닷가 한번 나가보지 못한 방문이었다면 작년에 다시 찾은 칸쿤은 아이들과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켰기에 망설임 없이 1월달에 예약을 했다. 미국이 가까이 있는 관계로 미국 이곳 저곳을 다녔지만 아이들에게는 칸쿤만큼 좋은 곳이 없는 듯했다.
▲ 필자의 아들들, 민수 현수다. ⓒ 김유보
날짜를 세며 기다리던 아이들은 출발 전날에 새로 산 물총을 작동시켜보고 물안경을 써보는 등 들떠서 겨우 잠이 들었다. 드디어 당일. 짐은 다 쌌지만 우리들은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키우는 개 세마리를 베란다에서 거실로 내어놓고 창문을 점검하고 5일동안의 안전을 기도하며 칸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기 멕시코에서는 휴가를 다녀오면 집 전체가 싹 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삿짐을 위장해서 큰 트럭을 대고 싹 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구청에서는 이 기간에 이사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총에 물안경 챙기기도 벅차기에 안전은 내 몫이었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도 비행기를 타면서도 내심 유쾌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돌아왔을 때 집이 분명 똥밭으로 변해있을게 분명하므로…
Hotel – BLUE BAY
▲ 호텔 앞 바다 ⓒ 김유보
오성급 호텔치고는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인들이 추천을 많이 했었기에 안심하고 예약을 했다. 칸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리비에라 아먀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시내 쪽의 호텔들은 좋기는 한데 조금 시끌벅적한 느낌이라 정말로 휴양의 느낌이 들만한 곳은 리비에라 마야 쪽이라고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었다. 그런데… 첫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먼저 시내 쪽 호텔보다 바닷물이 탁했다. 작년에 봤던 연한 초록빛 카리브 해를 기대하고 왔건만 모래에 진흙이 섞여있어서 그 상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둘째로 연중 최고의 피크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도착한 날 룸키를 받고 문을 열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고쳐졌지만 인상이 좋을리 없었다. 둘째 날에는 외출 후 들어와보니 욕실 천장이 무너져있었다. 만약에 아이들이 샤워하는 중에 떨어졌더라면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리셉션에 가서 한참을 따지자 스위트 룸으로 바꾸어주기는 했지만 그런 과정도 매끄럽지가 않았다. 그래도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숙박, 호텔 내 음식, 음료수 및 주류 일체 포함)는 우릴 충분히 만족시켰다.
셀하(XELHA)
▲ 셀하 ⓒ 김유보
작년에 칸쿤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곳이다. 이곳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으로 스노클링, 돌고래 수영, 띠롤레사, 절벽 다이빙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딱 맞는 공간이다. 이곳은 호텔과는 별개로 예약을 해야 한다. 셀하에 들어가면 스노클링 장비 대여는 물론이고 음식도 다 포함되어있는 패키지라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툴룸(TULUM)
가이드 말로는 AD 1200년 경부터 1500년 까지 번성했던 마야문명 지역이라고 했다. 돌로 된 성벽이 둘러쌓여 있는 곳은 그냥 그저그런 유적지였다. 특징적인 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거 볼려고 땡볕에서 이렇게 고생했나 하는 찰나 우리 눈 앞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졌다. 카리브해의 진가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천국 아래 카리브 해 칸쿤이었다.
여자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 이슬라 무헤레스 ⓒ 김유보
왜 이슬라 무헤레스 라고 불리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멕시코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이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여신상이 많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여자의 섬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여자의 섬이라고 하면 한국 영화 <마파도>가 생각나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보게 되는 절경은 마파도의 할머니들을 연상시킬 수가 없다. 저런 아름다운 색상의 바다에는 당연히 아름다운 젊은 여인들이 떠오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인가? 여기도 스노클링, 띠롤레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호텔에서 얼마나 먹었던지 굴러다니는 내 몸을 보고는 오늘은 단식이다 라고 선포하고 다들 밥 먹으러 간 중에 혼자 의자에 앉아서 반쯤 감긴 눈으로 한 시간 정도 바다만 봤다. 그 푸른 연두색의 바다는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섬 반대편에서 돌고래 수영도 하고 나니 하루가 후다닥 지나갔다.
띠띠띠띠 띠리링.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개 세마리가 거실 전체를 똥밭으로 만들어 놨다. 깔아놓은 패드 위에는 흉내만 내고 홍수 같은 소변은 곳곳에 질펀하게 싸놨다. 그리고 시티에 진도 7.2 의 강진에 있었던 터라 액자도 떨어져 있고… 액자를 치우고 지뢰같은 똥을 피해다니며 홍수난 소변을 닦으며 새삼 느꼈다. '그래 여긴 현실이야, 잠시 천국 근처에 갔다 온게지…'
p.s. 호텔 내에서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서 전화기를 거의 끄고 살아서 한국 뉴스를 몰랐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세월호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국은 어마어마한 슬픔에 잠겨있는데 혼자만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여행을 다녀온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로 가슴아파하시는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누가되지 않을까 글을 쓰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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