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북한 풍년... 김정은, 중국 신뢰하지 않아"

[인터뷰] 방북하는 조규백 '사이좋게' 대표... "남한과 교류 원해"

등록|2014.05.07 10:54 수정|2014.05.07 10:54

▲ '사이좋게' 대표 조규백 목사 ⓒ 유혜준


북한지원단체 '사이좋게' 대표 조규백 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11월 6일. 이날 저녁 7시, 수원 화성박물관에서는 작은 모임이 열렸다. 수원의 시민단체 '통일나눔'이 주최한 초청강좌였다. 제목은 <남북교류의 실상과 전망>이었지만 사실은 일주일 전에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조 대표에게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 강좌에서 조 대표는 2004년부터 북한을 지속적으로 방문, 고아원인 '강원육아원'을 지원하고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합작으로 농업연구소를 만들었다며 북한의 상황을 알렸다.

조 대표는 2013년에도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이번에도 7일부터 14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6일, 조 대표는 방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조 대표는 심양을 거쳐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들어간다.

지난 2일, 방북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조 대표를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0년부터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 대표는 북한지원단체 '사이좋게'에 대해 "미국 교포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북한지원 외에도 미국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을 위한 '평화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 대표는 "북한이 3년 전부터 3~5가구 단위로 주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수확의 일정부분을 국가에 주고 나머지는 갖게 하는 실험을 해왔다"며 "올해부터는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조 대표는 "방북해서 만난 북한 주민들은 중국이 아닌 남한과 경제교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 올해도 북한을 방문하는데, 일정은?
"7일에 들어가서 14일에 나올 예정이다."

- 방북해서 하는 일은?
"지원 사업인데, 의약품이 가장 많다. 항생제를 비롯해 8가지인데 고아원으로 지원이 될 예정이다. 콩도 지원한다. 식량은 더 이상 지원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영양실조 상태니까 콩을 먹여야 한다. 일 년치로 6톤 정도 예상하고 있다. 양말, 칫솔, 치약 등도 있고 콩기름도 있다."

"북한, 풍년으로 식량 부족에서 벗어나고 있다"

▲ '사이좋게' 대표 조규백 목사 ⓒ 유혜준


조 대표는 고아원 바닥에 매트도 깔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바닥에 중국에서 들여온 장판을 깔고 있는데, 이게 종이보다 조금 두껍고 굉장히 딱딱하다. 그런 곳에서 애들이 잔다. 푹신푹신한 매트 같은 것을 깔아주려고 한다. 세탁기도 가져간다. 아이들이 어려 천 기저귀를 쓰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다 손빨래를 해서 세탁기를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세탁기를 돌릴 정도로 전력이 충분한가?
"늘 전기가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들어올 때가 있으니까."

조 대표는 황해북도 상원군과 중화군에 있는 2개의 묘목장에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작년 이들 묘목장에 트랙터를 각각 1대씩 지원했다. '사이좋게'는 이 두 곳의 묘목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방북 인원은 몇 명인가?
"6명이다. 프랑스에서 1명, 나머지는 미국에서 간다. 전부 한국인으로 교포들이다."

조 대표는 이번 방북은 작년과 달리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북한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북한에 변화가 있나?
"북한의 차관급 관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3가구~5가구를 한 단위로 해서 전국적으로 샘플을 만들었다. 3년 동안 땅을 나눠주고 실험을 했다. 수확의 일정부분을 국가에 주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갖는 건데 성공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핵 문제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그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핵을) 완전히 소형화하는 과제만 남아 이제는 경제를 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방북한) 우리 대표단 앞에서 말했다."

"북에서 표고버섯 농장과 '사이좋게 농장' 조성"

- 북한이 식량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작년에 몇 십 년 만에 풍년이 들었다. 홍수도 나지 않았다. 작년에 원산부터 황해도, 평안도, 강원도 쪽 낱알 조사를 했는데 전에는 한 이삭에 90알이 넘는 걸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평균 130알이 나왔다. 수확량이 늘고 망가진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1순위로 어린이들에게 쌀을 먹이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올해 흉년이 들지 않고 홍수가 없다면 북한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대표는 "개간해서 황폐화되었던 북한의 산 역시 풀이 올라와서 파랗게 변하고 있다"며 "산에서 흙이 씻겨 내려오는 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번 방북에서 강원육아원 지원과 묘목장 지원 외에 두 가지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작년에 북측과 2가지를 합의했다. 하나는 표고버섯 단지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이좋게 농장'을 시작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표고버섯 단지는 올해 시험단계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우선 1천 본을 시험재배해서 성공하면 내년부터 1만 본으로 확장할 예정이라는 것. 표고버섯 종균은 남한 것이 좋기 때문에 때가 되면 남쪽 것을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 조 대표의 바람이다.

버섯 수확의 절반은 '사이좋게'가 갖고 나머지 절반은 북한의 국토부가 갖는다. 북측에서는 나무를 대고, '사이좋게'는 종균을 대면 북측에서 관리한다는 것. 조 대표는 수확한 표고버섯을 가루로 만들어 고아원 아이들에게 먹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이좋게 농장'은 북한에서 땅을 빌려주면 그곳에 농장을 만들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다. 식량부족으로 산을 개간, 황폐화된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때문에 북한은 나무심기를 장려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경제수종을 심겠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잣나무, 밤나무, 닥나무 등의 경제수종을 5정보 단위로 농장을 만들어 심을 예정이다. 5정보에는 1만6000 그루 정도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묘목은 평양중앙종묘장에서 살 예정이다. 2~3년생 나무 한 그루가 평균 3달러 선이지만 조 대표는 50센트 정도로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사이좋게' 대표 조규백 목사 ⓒ 유혜준


조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좋게'는 지원을 오래했고, 계속해서 연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북 지원 사업을 병행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한다. 그런 배경에서 표고버섯 단지와 '사이좋게 농장'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 '사이좋게' 회원은 몇 명인가?
"단체회원은 10~15개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개인회원은 40여 명이다. 미국에서만 참여하고 있다. 제가 12월에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그 때 들어와서 참여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지난 2004년, 북한을 지원하는 단체를 따라 처음 방북했다가 고아원에서 굶주리는 어린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안 봤으면 모를까 봐 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을 떠나서 인간의 기본 양심으로 볼 때 이들을 돕지 않으면 역사에 죄인이 될 것 같았다."

"북한 주민들, 남한과 경제교류 원한다"

제대로 먹지 못해 빼빼 마른 아이들을 안으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단다. 그때부터 조 대표의 북한 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이좋게'는 2008년에 정식 단체로 등록됐다. 

조 대표는 "북한의 나진·선봉 부두 17개 가운데 15개를 중국에 내주었지만 유엔의 북한 경제봉쇄에 중국이 참여하면서 북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중국인들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김정은이 50년 동안 (중국에) 내준 항만(사용)권을 무효화시킨 거나 마찬가지가 되고 있다. 광산채굴권도 회수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틈이 생겼다. 줬던 거를 다시 뺏는 게 쉬운 게 아닌데 김정은 체제가 그걸 하고 있다. (북한의) 중간 관리는 결국 (경제교류를) 우리 민족끼리 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을 언급하면서 "정치적인 통합은 때가 되면 어느 정권이든 맘만 먹으면 서로 존중한다는 전제하에서 단계별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어떻게 하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시켜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조 대표는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평화마을을 만드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마을은 한국에서 국제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주축이 돼 만들고 있다. 13만 평 규모의 너른 땅에 평화마을센터를 설립하고, 국제결혼 여성들이 머물 수 있는 주택들을 지어서 공동거주지를 만드는 것이다.

오는 6월 4채의 집이 완성돼 20여 명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조 대표는 국제결혼자 500~600명이 회원으로 참여, 회비를 내고 은행대출 등을 받아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동체 '평화마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