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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 세계문화유산?

기이 산지 노세가와무라 마을을 찾아서

등록|2014.05.06 17:40 수정|2014.05.06 17:40

▲   간사이 지역 남쪽 기이산간 지방을 찾아서 민속조사도 하고 족탕도 해보았습니다. 다만 온천은 사람이 가득차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 박현국


5월 3일부터 이박 삼일 간사이 남쪽 기이 산지 속 오쿠고야산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나라현과 와카야마현이 있는 곳입니다. 기이 산지 한 가운데 있는 고야산에서 남쪽 구마노혼미야 신사에 이르는 길과 동쪽 요시노 오미네야마 절에서 남쪽 구마노혼미야 신사에 이르는 참배길과 절과 신사들이 2004년 7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동쪽 요시노에서 구마노혼미야 신사 이르는 길은 해발 1200-1900m에 이르는 산봉우리들이 이어있습니다. 거리는 170km, 걸어서 7박 8일이 걸립니다. 서쪽에 있는 고야산에서 구마노혼미야 신사 이르는 길은 69km로 비교적 짧지만 산과 골짜기, 계곡을 따라서 이어져 있습니다.

기이 산지 참배길과 신사와 절 등은 일본의 독특한 신앙 양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일본의 전통 토착신앙과 비교적 늦게 외부에서 들어온 불교신앙과 습합되어 일본인의 독특한 신앙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신불습합이라고 합니다.

구마노신앙의 중심지라고 하는 구마노 삼산, 몸과 마음 수양의 거점이라고 하는 요시노와 오미네 산, 진언밀교의 본 고장 고야산 등이 이곳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일본사람의 정신문화를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   기이 산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들꽃입니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 독특한 꽃들이 많습니다. ⓒ 박현국


이곳이 순례의 길, 참배의 길로 알려진 것은 천 여 년 전 서기 907년 우다 법황이 이곳에 순례를 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뒤이어 많은 왕이나 가족, 스님들이 도를 닦고 수양을 위해서 이 길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온천이 많이 있었습니다. 처음  온천물이 수양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씻는 정화수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고야산에서 구마노혼미야 신사를 잇는 구마노 참배 길 옆으로는 구마노가와 강이 흐르고 강 옆에는 위에는 노세가와 온천, 도우센지 온천, 가미유 온천, 도츠가와 온천, 유노미네 온천, 와타세 온천, 가와유 온천, 류신 온천, 다키유 온천 등 수 많은 온천이 있습니다.

주변 온천은 온천에 따라서 조금씩 성분이 다르고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나트륨탄산수소염천, 알칼리성 단순천 등이 많습니다. 도츠가와야쿠바 사무소 앞에 있는 무료 족탕 온천물에서는 유황 냄새가 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구마노혼미야다이사 신사 부근에 있는 유노미네 온천은 1800년의 역사를 지닌 온천으로서 구마노 신의 병 치료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여러 온천 가운데  이 온천은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안에 가장 가깝습니다.

기이 산지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고야산은 구카인(空海)스님 이 819년 처음 수도를 하던 곳으로 절 수 백 개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절에 참배를 위해서 오는 사람, 구경하러 오는 사람, 여름 더위를 피해서 오는 사람들로 늘 붐빕니다. 기이 산지 주변 마을 사람들은 고야산 절 마을에서 사용하는 두부 등 먹거리와 생활 용품을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   기이 산간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먹거리입니다. 사진 위 왼쪽 첫 번째가 집에서 찻잎을 따서 만든 오차이고 두 번째가 갓 잎으로 만든 메바루스시입니다. 사진 맨 오른쪽 아래 사진은 신사에 바친 제물입니다. ⓒ 박현국


기이 산지 지역은 사람들은 산 속에서 생활하면서 된장, 간장, 오차, 매실 장아찌 등을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특히 오차는 5월 초순 새순을 따서 솥에 덖거나 비벼서 차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강수량이 많고 습한 날씨 때문에 차나무가 잘 자랍니다. 차나무는 밭 가장자리나 언덕 등 쓸모없는 땅을 활용하였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차 잎을 따기 전에 사슴이 먼저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이 산지 지역에는 독특한 스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보통 스시는 날 생선을 이용하여 만든 생선 초밥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갓 잎을 따서 장아찌를 만든 다음 그 갓 잎으로 밥을 싸서 메바루스시 초밥을 만듭니다. 메바루라는 말은 눈을 크게 뜬다는 뜻입니다. 이 초밥은 비교적 크게 만들기 때문에 이것을 입에 넣고 먹을 때는 눈이 커진다고 해서 눈이 커지는 초밥, 메바루스시라고 합니다.

기이 산지에 있는 도츠가와 지역은 2013년 여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산사태로 많은 집들이 무너지거나 묻히고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1889년 8월 19일에도 많은 비가 내려 많은 피해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 이곳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 가운데 600 세대, 2600명이 홋카이도로 이주하여 신도추가와 마을을 만들어 홋카이도 개척과 벼농사 보급을 도왔습니다.

1889년 홋카이도로 이주한 사람들에게는 한 세대 당 땅 5ha가 주어졌습니다. 이 땅을 피와 땀, 추위와 병고와 싸우며 개간하여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신도츠가와 마을이 도츠가와 마을보다 인구는 1.5배 더 많고 여러 가지 점에서 더 큰 규모가 되었습니다. 해 마다 6월 20일 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이주 기념식을 열기도 합니다.

한때 6톤 트럭 한 대 분 나무 값이 공무원 8개월 급료와 비슷한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적자이기 때문에 나무를 팔수도 없습니다. 노세가와 마을 역시 한때 사람들이 1 천 명 이상 산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주민 등록이 된 사람 수가 477 명입니다.

산골 마을은 어느 곳이나 고령화, 소자화 등으로 마을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기이 산지의 산골 마을에서는 온천이나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부흥을 꾀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   기이 산간 지방의 여러 풍경입니다. 산 절벽이나 돌 틈에 차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노세가와무라초,  http://www.vill.nosegawa.nara.jp, 2014.5.6.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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