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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야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라

[목수의 노동일기⑤] 안전불감증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등록|2014.05.12 17:41 수정|2014.05.12 17:41
1월 3일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형틀 목수 일을 하고 있다. 한옥 목수일을 2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직종을 비교하면서 목수의 노동 일기를 기록해보았다. - 기자 말

木手(목수), 말 그대로 손을 쓰는 직업이다. 한옥 목수의 모든 기능은 손 끝에서 나오지만, 그래서 더 수난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옥 일을 할 때 치목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전기대패 작업이었다. 하루 열 시간, 몇 주간의 전기대패 작업은 대패 손잡이에 닿는 손 부위에 굳은살이 박히고, 손모양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줬다. 일할 때 작업 장갑조차 끼지 않는 선배 목수들의 손과 비교하면 '아기 손'같았지만, 처음에는 그런 굳은살이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손가락 부러지는 일이 훈장?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당연히 다친 적도 많았다. 가볍게 멍이 든 것은 수없이 많고, 전기대패 날에 왼쪽 손바닥이 2cm 정도 짓이겨지기도 했다. 원인은 내가 부주의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일하면서 다쳤고, 내 돈으로 치료받으면서도 일과 시간에 통원 치료를 허락해준 '오야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지붕에서 서까래를 옮기다 미끄러져 오른쪽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깔려 두 손가락 모두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함께 서까래를 들던 선배 목수가 서두른 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미끄러진 것이었다. 통증이 있었지만 일은 계속했고, 쉬는 날 내 돈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선배 목수가 해준 말이 하나 있었다.

"열 손가락 모두 부러져 봐야 진짜 목수가 된다."

한 번에 두 개의 손가락이 부러졌기에 '진짜 목수'가 되는 길에 한 번에 두 걸음을 내딛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그때는 선배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목수 생활의 기준이고 척도였다.

그런데 그런 말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손가락 부러지는 일이 별일 아니라고, 오히려 훈장 같은 거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한옥 현장에서 목수들은 근로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한다. 당연히 기본적인 법 조항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쳤을 때 산재를 인정받거나 병원비를 지원받는 것은 어떤 '오야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운이 나쁘면 크게 다치고, 보상도 없이 일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큰 사고가 그럴진데, 손가락 정도 부러지는 '작은 사고'는 '진짜 목수'가 되는 한걸음 한걸음이라고 생각해야 되는 것일까?

6m 높이에서 폭 10cm 나무 위를...

그런데 사실 '열 손가락 모두 부러져 봐야 진짜 목수가 된다'는 말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적어도 생명과는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목수들이 말했다.

"지붕일 잘하는 목수가 고급 목수다."

여기서 지붕일은 기둥에서 도리까지 조립을 하는 일을 말한다. 크레인 장비를 불러 작업을 하는데 당연히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00㎡ 정도의 규모라면 하루만에 끝나는 게 보통인데, 당연히 이러한 조립 작업을 능숙하게 해서 공사비용을 줄여주는 목수가 고급 목수 소리를 듣는다.

지붕일한옥학교에서의 작업 모습이다. 아슬아슬하지만, 실제 현장과 비교하면 안전하게 작업하는 편이다. ⓒ 이기태


그런데 이 지붕일이라는 것은 이렇다. 3m에서 6m 정도 되는 높이에서 폭이 10cm 정도 되는 나무 위를 걸어다닌다. 단순하게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조립을 위해 커다란 나무메를 내려치고, 끌질을 하고, 때로는 엔진톱을 휘두르기도 한다. 바닥은 콘크리트다. 안전장치는 없다. 안전모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지붕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도 많다. 현장에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때였는데 지방 문화재 해체 보수 작업을 하면서 15년 경력의 목수 J가 눈 앞에서 떨어졌다. 당시 '오야지'였던 H는 지게차 작업을 할 때 '10m 이내 접근금지'가 별명일 정도로 일을 급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지붕 작업을 할 때도 어김없이 빨리빨리를 주문했고, J 역시 서두르다가 떨어지는 나무에 옷이 걸려 같이 떨어진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보름이 지났을 때에는 목이 움직여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했고,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기 위해 현장을 떠났다.

이후에도 친하게 지냈던 선배 목수가 처마 작업을 하다가 떨어졌다. 비계 설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로 간단하게 작업 발판을 만들고 작업하다 나무가 부러지며 발생한 사고였다. 이 역시 '오야지'의 작업지시로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떨어지면서 부딪힌 충격으로 발꿈치 뼈가 으스러져 버렸다. 천만다행으로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남은 것은 몇푼의 보상과 일하기 불편한 몸뿐이었다.

대기업이 원청으로 있는 아파트 현장에서 일할 때는 상대적으로 안전을 우선으로 했다. 아침 조회를 시작으로 팀별 모임을 하거나, 오후 작업 전에도 무재해 구호를 외쳤다. 가끔 일과시간에 안전교육을 실시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원청 관리자들은 비록 감시자의 역할이긴 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작업장에 비해서는 안전하게 작업하는 편이었다. 이들이 이렇게나마 안전에 신경 쓰는 이유는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에게 입찰을 제한하는 법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난 노동 일기에 쓴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도 연관시켜 놓으면 잘 지켜질 것 같다(관련 기사 : 좋은 집을 짓는 확실한 방법, 이겁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입찰 제한 같은 법이 제정된 것은 산업 재해를 독재 정권 때처럼 개인의 문제로 넘겨 버리기엔 국민들의 희생과 저항이 너무 켜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조차도 사회적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국가. 너무 당연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들이 나아지고, 가족이든 재산이든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날 때, 일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안전 사고 역시 줄어들지 않을까?

다시 한옥 현장으로 돌아가보자. 목수의 노동일기를 쓴 뒤로 목수가 되려고 계획 중인 분이 블로그를 통해 상담을 해온 적이 있었다. 노동일기 속에 나온 목수의 생활에 대한 걱정때문이었다.

일당 받는 평범한 목수로서 조심스럽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노동 조건은 상대적이니 만큼 의지가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다. 생명과 관계된 작업에서 '오야지'가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작업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 비교적 안전하게 일하는 현장도 많다. 이렇게 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목수는 무늬만 목수다."

참고로,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 사망자는 건설업(516명, 47.3%)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한 것은 건설업 분야가 유일하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ertie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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