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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만 건 SNS 분석하니...세월호 국면에 '안철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 토론회..."세월호, 언제든 다시 나타날 재앙"

등록|2014.05.07 19:05 수정|2014.05.07 19:05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좋은정책포럼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선 자리와 갈 길' 긴급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유성호



"세월호 사태 이후 SNS에서 여야 지도부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야당 정치인의 실종은 비겁한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잠재적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온 국민이 참사 때문에 슬퍼할 때 정치의 역할은 없었다, 정당민주주의 위기로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빅 데이터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말이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 –선 자리와 갈 길-' 토론회(좋은정책포럼,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 공동주최)에서 유 대표는 4월 16일부터 5월 4일까지 총 450여 만 건의 SNS 언급량(버즈량)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450만 건을 통해 본 SNS 흐름의 명확한 특징은 '정치의 실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SNS 상에서는 황우여·최경환 새누리당 지도부 뿐 아니라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유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6000건도 안 되는 언급량을 보였다"라며 "희생자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야당 정치인을 찾을텐데, 그들을 대변해서 나선 정치인이 없었고 관심이 대상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박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로 규정하며 유체이탈했지만, 정치권도 전적으로 박 대통령 책임이라며 자신과 (사건을 떼어놓는) 유체이탈을 했다"라며 "(안행부 장관이었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나 (경기도 교육감이었던)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는 당연히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슬픔과 분노의 공감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정당은 불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국민적 슬픔에 공감하고 뛰어드는 사람이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찍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며 "공감대에 합류하지 않으면 지방선거 투표율은 40% 초반대로 나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유 대표는 "통상적으로 3만 건의 버즈량이면 모든 언론의 톱 뉴스에 해당하는 수치다. 17일 하루 동안 40만 건의 버즈량이 나타난 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로 온 국민이 이 얘기만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물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가 압도적 1위를 보였고 뒤이어 이준석, 정홍원이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실제, 인물 연관어를 살펴보면, '박근혜'는 63만 8050건으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이준석'으로 25만 1194건, '정홍원'은 6만 2365건으로 집계됐다.

백기철 <한겨레> 정치·사회 에디터는 '책임 윤리'에 대해 짚었다. 그는 "사고 직후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며 유서를 남기고 목매 자살한 강아무개 교감 이외에 이번 사고에 대해 제대로 책임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지려고 한 이들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통치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과거 일본의 천황과 같은 무책임성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라며 "여야 정치권도 참사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우리 사회 기본 구조에 대한 본질적 질문 던지고 있다"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좋은정책포럼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 주최로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선 자리와 갈 길'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백기철 한겨레신문 정치·사회 에디터,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한윤형 칼럼니스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 유성호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물음도 주를 이뤘다.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세월호 사고의 배경적 요인 중 하나"라며 "탈출한 승무원들의 비도덕적 책임윤리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체제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책임윤리의 실종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의 침몰, 즉 제도와 윤리라는 이중의 침몰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며 "위기의 공동체를 구출하는데 정부의 일차적 역할이 있음에도 정부가 그런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 다수는 '국민 없는 국가, 국가 없는 국민'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1997년 경제위기에 비견될 사회 위기"라며 "세월호 사고는 재난 사고지만 우리 사회 기본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규제를 암으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이것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게 되고 사회적 이완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비인간화에 따른 참극"이라고 규정했다. 홍 의원은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에 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80% 시민만 피신하고 11만 2000명이 피난가지 못해 결국 1836명이 사망했다"라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됐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몰락을 초래했고 확대 해석하면 보수주의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였다"라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재벌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경제위기의 반복을 알리는 전조"라며 "세월호는 형태를 달리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더 큰 재앙에 대비해야 하고 천민적 보수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우리 사회가 괴물을 키워온 거 같다, (세월호 참사는) 몇 십년 동안 우리가 만든 사회가 뭐냐는 근원적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에 대해 우리가 반성하는 그런 시기가 돼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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