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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에 유정복 ...'박심' 확인?

'대세론'과 '힘 있는 시장론' 먹힌 듯 ... 안상수 "10대 1의 싸움이었다"

등록|2014.05.09 20:19 수정|2014.05.09 20:23

▲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9일 인천시장 후보자 선출 대회를 개최했다. 당내 경선에서 유정복 후보가 안상수 후보를 눌렀다. 20년간 김포에서 정치를 한 유 후보가 8년 동안 인천시정을 이끈 안 후보를 이겼다. ⓒ 한만송


▲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경선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고 있는 당원. 새누리당 당원들은 이날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유정복 후보를 선택했다. ⓒ 한만송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인천시장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뽑아든 '유정복 장관 카드'가 당원들에게 통했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당내 경선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누르고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9일 인천 숭의아레나파크 컨벤션센터에서 인천시장 후보자 선출대회를 열었다. 시당 대의원 투표 20%, 당원 투표 30%, 국민선거인단 투표 30%, 여론조사 20%로 인천시장 후보를 선출했다. 이 경선에서 유 후보는 총득표수 1772표로 경쟁자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946표)을 눌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유탄을 맞을 것으로 보였던 유 후보가 안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른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대구시장 경선에서도 '친박계' 지원을 받은 후보가 고배를 마신 데다 세월호 사고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해 '친박계' 위기감이 커진 반작용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인천시장 경선은 당초 지난달 23일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4월 30일로 연기됐다가 '세월호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또 미뤄져 이날 치러졌다.

▲ 유정복 후보가 당내 경선 장에서 조금은 초초한 모습으로 투표장을 찾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 한만송


유정복 차출한 '박심' 통했다?

유 후보는 지난 3월 안행부 장관을 사퇴하고 인천시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정권 창출의 일원이자 초대 안행부 장관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무한책임을 갖고 지방선거의 승패가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대한민국의 미래성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유 후보의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놓고 인천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도 김포에서 관선과 민선 군수와 시장 그리고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데다 안행부 장관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낙하산'이라 할 수 있는 유 후보가 인천에서 국회의원과 재선 시장을 역임한 안 후보를 이긴 것을 두고 '역시 박심이 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유 후보가 시간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당내에 존재한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9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지만, 인지도와 지지도가 낮은 유 예비후보가 시간을 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선일이 두 번이나 연기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 후보 쪽 관계자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 뒤 "하지만 출마 선언 후 유 후보의 대세론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송영길 시장이 4년 전 (인천시) 부채 문제로 당선됐지만, 오히려 부채만 증가했다"며 "인천은 항만과 공항, 수도권 배후 도시를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적 도시이기 때문에 당원들과 국민들이 인천을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냐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안상수 후보의 지지자가 음료수를 후보자에게 주고 있다. 안 후보는 그 순간에도 투표장을 찾는 당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한만송


안상수 "10대 1의 싸움이었다"

9일 오전 경선 장소에서 만난 안 후보는 이번 경선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히 10대 1의 싸움이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당협위원장 대다수가 (유정복 예비후보에게) 붙었다. 믿는 것은 당원들과 인천시민들 뿐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경선에 뛰어들었다.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중 상당수는 유 예비후보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선후보 TV 토론회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책 대결도 하지 못했다. 안 예비후보 쪽은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안 예비후보가 선거 공약을 발표한 반면, 유 예비후보는 선거 공약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후보는 이른바 '이삭줍기' 전략을 사용했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 후보자들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당원들을 집중 공략했다.

한편에선, 안 후보 지지자 일부가 최근 국회와 유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항의성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정복 예비후보는 시장 출마를 선언해놓고 기본적인 공약조차 발표하지 않았고,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주협회를 통해 외유를 나가 유착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 유정복 후보가 당내 경선 투표장을 찾은 당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한만송


송영길 시장, 15일 시장직 사퇴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15일 시장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이번 인천시장 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장이 될 공산이 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 후보가 세월호 침몰 사고 직전까지 안행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인 만큼,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어야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도 9일자 칼럼에서 "사건발생 한 달 전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한 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아슬아슬하게 불길을 피했다고 안도할 처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송 시장이 이끈 시정 4년 동안 수많은 인사 난맥상과 재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여기다 '힘 있는 여당 시장론'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송영길 시장과 유정복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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