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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돌려달라"... 누가 소녀들을 납치했나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보코하람, 여학생 수백 명 납치... 국제사회 분노

등록|2014.05.10 10:34 수정|2014.05.10 11:15

▲ 납치한 여학생을 노예로 팔겠다고 협박하는 보코하람 최고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의 동영상을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 CNN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잔혹한 납치, 학살, 테러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14일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복시(市)의 공립 여학교를 습격해 수업을 받고 있던 10대 여학생 200명 이상을 납치해서 한 달 가까이 감금하며, 이들을 '인간시장'에 노예로 내다 팔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능한 나이지리아 정부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은 특수부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탈레반'이라 불리는 보코하람은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전날 9일에도 동북부 보르노주 감보루 은갈라 마을 외곽에서 교량을 폭파해 최소 30명이 숨졌고, 지난 5일에는 같은 곳에서 주민 200명 이상을 학살하고 11명의 소녀를 납치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나이지리아 북부지역에서 정부군과 보코하람의 무력 충돌로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코하람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년 전부터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듯 사태가 걷잡을 수 악화되자 결국 국제사회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 보코하람 최근 주요 테러 일지

2014년 5월 5일 - 보르노주 은갈라 마을 200명 이상 학살하고 소녀 11명 납치
2014년 4월 14일 - 치복시 학교 습격해 여학생 200명 이상 납치
2014년 2월 26일 - 요베주 학교 기숙사를 습격해 10대 학생 58명 참수하고 불태워 학살
2014년 2월 16일 - 보르노주 마을 습격해 최소 106명 학살


'나이지리아의 탈레반' 보코하람, 그들은 누구인가?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의 보코하람(Boko Haram)은 2001년 결성된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보코하람을 만든 모하메드 유스프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창하며, 모든 서구문화를 없애고 순수한 이슬람을 위해서라면 '인종청소'라도 불사하겠다는 인물이다.

강력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신정국가를 꿈꾸는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250개 이상의 부족으로 구성된 나이지리아는 독립 이후 종족과 종교를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인구 48%가 기독교, 50%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으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부지역은 주로 이슬람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남부는 기독교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북부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보코하람은 독립을 요구하며 반대 세력을 겨냥해 테러를 벌이고 있다.

보코하람의 테러가 나이지리아를 넘어 국제사회의 문제로 비화된 것은 지난달 여학생 납치 사건이 계기가 됐다. 보코하람은 여학교를 습격해 학생들을 납치한 뒤 트럭에 태워 북부 밀림지대로 달아났다. 보코하람은 이들을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에 투입하거나 성 착취를 하고, 최소 12달러를 받고 이웃국가에 신부로 팔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코하람의 최고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직접 출연한 동영상에서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며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여자는 결혼을 해야 하며, 알라가 내게 명한 대로 이들 소녀를 시집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다른 학교들도 공격해 더 많은 여학생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자녀를 납치당해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부모들은 구조를 호소했으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이들의 행방은 물론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당초 납치된 여학생이 100여 명이라고 밝혔던 나이지리아 경찰은 지난 2일 276명이 납치됐고 이 가운데 53명이 탈출했으며, 나머지 223명은 여전히 감금 상태에 있다고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이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다.

경찰 당국은 사건 다음날 보코하람이 여학생 30여 명을 트럭에서 잠든 채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미술반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납치 규모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등 무능함을 드러냈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납치된 여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종교와 부족을 넘어 모두가 힘을 합해 보코하람의 테러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학생들의 조속한 구조를 요청하는 시위대가 "대통령의 부인 페이션스 조너선 여사가 정부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이번 납치 사건을 꾸며냈다고 모함하며, 시위 주동자를 체포하도록 경찰에 지시해 시위대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학생들 구출하자"... 국제사회 힘 합쳐

▲ 보코하람에 딸을 납치당한 나이지리아 학부모들의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다행히 뒤늦게나마 미국과 유럽이 납치된 여학생들을 찾겠다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에 수색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비전투 인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병력을 파견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어린 학생을 납치해 인신매매하는 것은 가장 끔찍한 테러리즘"이라며 "이들과 싸우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로랑 파비위스 외교장관은 나이지리아 정부에 특수부대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연설을 통해 "보코하람의 납치 및 인신매매는 나이지리아만이 아닌 전 세계의 문제"라며 "수색 작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곧 나이지리아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납치된 여학생들의 가족과 나이지리아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전 세계가 함께 느끼고 있다"며 "어린이와 학생을 겨냥한 테러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춰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도 성명을 발표해 "나이지리아에 수사팀을 보내 구출 작전을 지원하겠다"며 "전 세계 경찰에 납치된 소녀들을 수배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잔혹한 테러에 이슬람도 보코하람과 선을 긋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의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기구 알아즈하르의 아흐메드 엘타예브는 "(보코하람의 테러는) 이슬람의 원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들의 구조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인사를 비롯해 전 세계인의 글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번 사태가 테러 근절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나이지리아 북부와 남부의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이 납치된 여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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