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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도 희망도 없는 드라마가 그린 '청춘'

[드라마리뷰]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4', 인생의 울돌목 보여줘

등록|2014.05.12 11:33 수정|2014.05.12 11:33

▲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4-청춘>이 11일 방송됐다 ⓒ KBS


'내 인생의 울돌목', 사춘기를 어떤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4>에서는 '인생의 울돌목'을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다.

<청춘>은 성장기의 고통을 조금도 미화시키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줬다. 섣부른 반전도 없었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어서 더 슬프고 처절했다.

<청춘>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석주(서영주 분)라는 소년의 이야기다. 석주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세상 유일한 핏줄인 형 석현(김흥수 분)처럼 살지 않겠다는 열망만 안은 채, 형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18세의 사춘기 소년이다.

형을 증오했던 소년의 지독한 성장통

석주는 10대 시절 이른 바 '사고뭉치'였던 형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전전긍긍하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형에 대한 깊은 증오를 갖고 있다. 해서, 엄마가 남긴 생선가게에서 썩은 비린내를 풍기며 생선이나 다듬고 있는 형이 늘 못마땅하다.

형 석현은 고등학교 시절 전국체전에서 메달도 땄던 권투 유망주였다. 자신 때문에 돌아가신 엄마와 망가진 동생 석주에 대한 죄의식을 가슴에 안은 채, "왜 이렇게 사느냐"며 탓하는 동생의 말에 속으로는 발끈하면서도 묵묵히 생선가게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생 석주의 시선에 형 석현은 도마 위에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활어처럼 시시해 보이고 쓸모없고 한심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일 뿐이었다. 형에 대한 불만은 계속 쌓여만 갔고 이런 악감정이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석현의 옛 친구 종범(엄태구 분). 석현 때문에 인생이 어긋났다고 생각하며 불우한 청춘을 보낸 또 한명의 인물이다. 그는 석현에 대한 복수로 석주와 그의 학교 친구 찬호(이지오 분)에게 접근한다.

찬호는 일진의 핍박에서 꺼내준 종범의 지시로 석현에게 폭행을 가했고, 같은 시각 석주 역시 종범의 사주를 받고 재개발 지역에 불을 질렀다. 결국 석주는 소년원에 수감되고, 그동안 석현은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석주의 성장통은 지독했다. 탈출구가 없어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소년원을 찾은 강사에게 "진짜요? 희망이니 그런 게 있으면 괜찮아져요?"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때늦은 후회와 형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낼 뿐이었다. 석주는 그렇게 성장통을 수반하는 인생의 통과의례인 '울돌목'을 통과 한다. 

석주는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링 위에서 만큼은 진짜 살아있었던 형 석현처럼 자신도 링 위로 올라간다.

"형도 몰라서 그냥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래서 형, 나도 가보려고. 어떻게 될 진 모르겠는데 앞으로 가볼 거야"

하늘에 있는 형에게 보내는 동생 석주의 음성이다. 아마도, 시청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물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대사와 함께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내 청춘은 어땠나, 난 알고 있었나...

생각해 보니 나도 역시 그랬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방황했고, 때론 섣부른 어른 흉내를 내다가 절망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마흔 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그 때가 인생의 울돌목이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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