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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초·중학교, 40층 고층건물 그늘에 가려도 무방?

행복청 일조권 여부 고려 안해... 입부예정주민들 "일조시간 하루 3시간 불과해"

등록|2014.05.16 17:30 수정|2014.05.16 17:30

▲ 행복도시건설청이 40층 쌍둥이 고층건물(보라색 표시부분) 바로 앞을 학교부지(파란색 부분)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행복도시건설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이충재, 이하 행복청)이 40층 쌍둥이 고층건물이 들어설 자리 바로 앞을 신설 학교부지로 선정해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3-3생활권에 입주예정인 인근 주민들은 입주도 하기 전에 고민에 쌓여 있다. 행복청은 해당생활권에 9000여 가구의 입주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초·중학교를 각각 신축하기로 했다. 행복청은 지난 달 4일 초·중학교 신설부지를 선정, 고시했다.

하지만 고시내용을 본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설 학교 부지를 해당 생활권의 랜드 마크인 40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부지 바로 앞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해당 부지에는 초고층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해당 학교 부지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일조권이 침해된다"며 "학생들의 교육권보다 토지이용용도 등 경제성을 우선 고려해 내린 결정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주민 "시뮬레이션 해보니 일조시간 하루 3시간 뿐"

▲ B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안한 초등학교(왼쪽 원안 파란색)와 중학교(오른쪽 원안 파란색 부분). 40층 초고층건물(원안 보라색 표시부분) 측면으로 일조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다. ⓒ 심규상


실제 인근 아파트 입주예정주민들이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해 뜨는 시간에서부터 오후 4시까지 신설 학교부지에는 하루 3시간 밖에 햇볕이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법적 일조권 수인한도(피해의 정도를 참을 수 있는 한도)는 동짓날을 기준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건물은 4시간 이상(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 또는 연속적으로 2시간 이상(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 햇볕이 확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적인 일조권을 충족할 지도 의문스럽지만 이를 충족한다 하더라도 일조방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자체 구성한 자문위원회에서 주변의 토지이용계획 및 이용 현황, 학생 수 추계, 스카이라인, 생활권 전체의 균형, 교통계획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부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소음,분진,일조권 등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검토나 승인은 관련 규정에 따라 시교육청의 인가 단계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일조권 방해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당 자문위원회는 도시계획, 개발, 설계, 건축, 경관, 교통, 조경,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신설부지 결정 과정을 놓고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당 신설 학교부지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A아파트가, 또 다른 쪽에는 B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A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행복청이 고시한 초고층건물 앞을 학교부지로 제안한 반면 B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일조방해가 없는 초고층건물예정부지 측면을 제시했다.

행복청 "일조권 검토는 시교육청 소관"

▲ 당초 행복청 자문위가 제안한 중재안은 초고층주상복합 건물 예정부지에서 중학교 부지가 일조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행복청 자문위는 이 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가 최종 결정은 현재의 A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안을 따랐다. ⓒ 심규상

논란은 행복청의 태도다. 행복청 관계자는 "양측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참석한 회의에서 두 단체가 합의안을 내놓을 경우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고지했지만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존중, 학교 입지를 선정,발표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당초 중학교 부지는 고층건물의 일조방해가 없는 곳을 제시했다가 최종 결정은 현재의 A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안을 따랐다.  

B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결정권을 쥐고 있는 행복청이 중재안을 마련해 놓고도 A아파트입주자협의회 안으로 최종 결정했다"며 "입주예정주민들의 반쪽 입장만 반영하고 자문위 자체안도 폐기한 졸속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부지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들의 교육환경권"이라고 강조했다. 행복청은 "양측 대표단이 함께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행복청은 조만간 세종시시교육청에 교육환경평가를 의뢰할 예정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사전 사업시행자인 LH(토지주택공사) 측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LH 측이 제시하는 일조권 시뮬레이션 결과와 입주예정 주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들어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아파트 입주예정 주민들은 "시교육청의 경우 수십 개 평가 항목 중 점수의 합이 기준점 이상이면 통과되는 시스템"이라며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전체 점수가 기준점 이상이면 통과되는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LH(토지주택공사) 측은 일조권 시뮬레이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방적인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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