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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좌우 복도가 물로 가득 차는 데 불과 5분"

[생존자 오의준의 증언] "물이 '쉬쉬' 대나무 소리 내며 순식간에 들어왔다"

등록|2014.05.15 19:30 수정|2014.05.15 19:30

지난 7일 생존자 오의준(21)씨는 탈출 상황을 설명하며 "한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운이 좋았다"면서도 웃지 않았다. 오히려 씁쓸하고 슬픈 표정이었다. 같이 세월호에 탑승했던 다섯 명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둘 뿐이었다.

오씨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4월 말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고 제주도에 갈 수 있었기에 세월호에 올랐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제주도로 향하는 여객선 객실 안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생각했다. 그는 방현수(20), 이현우(19), 김기웅(28), 김정호(23), 이렇게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 4층 중앙 객실 부분 왼쪽 뒤에서 여섯 번째 방(F-8)으로 들어갔다.

일행 모두 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 배식, 폭죽 알바 등 여러가지였다. 그 중 오씨는 단원고 학생들이 위험한 곳에 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단원고 학생들보다 불과 4살 많았다.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새벽 6시 30분까지 일을 했다. 잠을 자려고 방으로 돌아갔다. 8인실이었는데 현수랑 기웅 형이랑 정호 형은 자고 있었다. 현우는 물건을 찾고 있었다. 나도 들어가자마자 잤다."

갑자기 배가 기우는 것을 느끼며 오씨는 잠에서 깼다. 창문으로 앞쪽 컨테이너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가장 연장자였던) 기웅 형이 걱정 말라고, 안 가라앉는다고, 원상복구 될 거라면서 침착하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침 방송도 나오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다섯 명은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기다렸다. 그렇게 가만히 약 30분을 방안에서 기다렸다.

밖에 헬기 소리도 나고 시끄럽기에 구조대가 왔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객실 창문을 보니 배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게 보였다. 그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방을 나왔다.

복도에 나왔을 때는 이미 배가 90도 가까이 기운 상태였다고 한다. 복도는 성인 남성 두명이 꽉 낄 정도로 좁았다. 다섯명이 나란히 섰다. 그는 "방문 쪽 벽을 밟고 서 있었다"면서 "복도에 이미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판기가 엎어지는 소리도 들렸고, 살라달라는 학생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고 말했다. 아수라장이었다. 그는 복도에 있던 시간을 약 5~10분 정도로 기억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쉬쉬' 대나무 소리가 들렸다. 순간 복도로 물이 거세게 들어왔다. 손 쓴 겨를도 없이 일행은 흩어졌다. 순식간이었다.

"쉬쉬 대나무 소리를 내면서 물이 들어오는데 정말 무섭더라. 복도로 훅 들어왔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물살이 거셌다.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몸은 떴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뭐든 잡으며 버텼다. 4층 왼쪽부터 시작해 오른쪽까지 양쪽 복도가 물로 가득 차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 순간적으로 머리 위로 환한 빛이 보였다고 한다. 배의 오른쪽 갑판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물살에 밀리다, 가까스로 버티다를 반복하다 보니 그의 몸은 그 출입문 부근에 있었다. 그는 "그 문을 발견하고 탈출하기까지 1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팽목항에서 친구와 형들을 찾았다. 김정호씨는 만났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은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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