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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탈출한 선원들, 다 괜찮을 거라고 했었다"

[생존자 강병기의 증언] "병원 침대에서 돈 말리는 선장 봤다"

등록|2014.05.15 21:25 수정|2014.05.16 11:42

함께 배를 탔지만 장인과 사위의 탈출경로는 달랐다. 사위 강병기(41)씨는 세월호를 잠수로 탈출해 해경 123정에 올랐다. 그 위에서 선원들을 목격했다. '애들 다 죽는다'고 우는 여성에게 그들은 "괜찮을 거다, 울지 마라"라고 위로하고 있었다고 그는 증언했다. 기자는 12일 부천에서 강씨를 만났다.

화물기사인 그는 장인 이용주(70)씨와 동료 이상호(47·중국인)씨와 함께 세월호를 탔다.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탑승이었다. 세 사람은 3층 선수 다인실(플로어룸)에 묵었다.

4월 16일 오전 7시 30분쯤 일어나 식사를 한 뒤 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는 "9시 좀 안 됐을 때 쾅 소리가 나면서 배가 55도 정도로 꺾였고, 사람들이 좌측으로 날아갔다"고 증언했다. 창문 밖으로 배 앞에 실린 컨테이너박스가 떨어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장인에게 상황을 보겠다며 손잡이 같은 것을 잡고 기어서 플로어룸 밖으로 나갔다. 3층 로비 쪽엔 승무원 박지영씨와 강혜성씨, 단원고 학생 14명이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한 승무원 강씨는 안내데스크 쪽에 있는 두꺼비집 전원을 차단했다. 강병기씨는 "언론 보도에는 발전기가 한 번 나갔다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껐다"며 "내가 '사람들 긴장되게 불을 왜 끄냐'고 했더니 다시 켰다"고 말했다.

점점 물이 차오르는데 구명조끼가 부족했다. 강씨는 학생들부터 구명조끼를 입혔다. 곧 헬기 소리가 났다. 그제야 사람들은 '탈출'을 외치며 좌현 쪽 출입구를 이용해 갑판으로 나갔다. 강씨가 나가려고 할 때는 높이 3m짜리 난간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잠수를 했고,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을 느꼈다. 고무보트에 탄 해경이었다.

3층 로비 쪽에 있던 승객들의 탈출은 거들었지만, 로비와 다인실 사이에 있던 사람들은 돕지 못했다고 했다. 강씨는 "동료 이씨는 배가 넘어가니까 방 밖으로 나왔는데 복도 쪽에는 갑판과 바로 연결된 통로가 없었다"며 "그쪽에 사람이 많았는데, 거기서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를 버린 선원들은 세월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씨는 그들과 함께 진도한국병원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이준석 선장이 비스듬히 누워 5만 원짜리 지폐 등을 말리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강씨는 "배가 넘어가자마자 탈출시켰으면 다 살았을 텐데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무사히 탈출했고 몸에 큰 이상도 없지만, 강씨 역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사고 뒤로 계속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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