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매달려 10분간 필사적으로 손전등 흔들었다"
[생존자 이용주의 증언] 가장 넓은 3층 선수 다인실에서 어떻게 탈출했나
세월호 객실 중 가장 큰 방은 3층 선수 다인실(플로어룸)이다. 정원은 무려 270명으로 되어 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다인실에서 잠을 잔 사람은 20명 안팎이다. 1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만난 생존자 이용주(70)씨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사위 강병기(41)씨와 사위의 동료인 중국인 이상호(47)씨와 같이 제주도로 가는 길이었다.
"나이 먹은 내가 구조됐으니, 애들도 다 구조됐으려니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잘못해서 애들을 다 죽였어."
이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로부터 들은 당시 상황은 정말 구사일생이었다.
4월 16일 오전 아침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아침 드라마를 챙겨보는 순조로운 여행길이었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멈추더니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었다. 배 위라는 생각을 못했던 이씨가 순간적으로 "지진이다 지진"이라고 소리칠 정도로 큰 진동이었다.
방 안의 사람들이 모두 왼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아무 칸막이가 없던 다인실은 미끄러지면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먼저 미끄러진 사람 위를 나중 사람이 덮치고 또 덮쳤다. 이씨는 "이 때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사위 강씨가 곧 중심을 잡고 '상황을 알아보겠다'며 왼쪽 문을 통해 로비 쪽으로 나갔다. 중국인 이씨도 뒤따랐다. 이런 식으로 속속 사람들이 빠져나갔고, 방 안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 부부 한 쌍, 할머니, 그리고 이씨만 남았다고 한다. 이 방에 구명조끼는 충분했다.
배는 점점 기울었다. "갑자기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방 안으로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순식간에 큰 방의 반이 차버렸다. 별안간 물이 팍 들어오는데, 구명조끼로 둥실둥실 뜨더라. 선수 쪽에 유리 창문이 4개인가 있었다. 사람들이 밖을 주시하자고 해서 허우적대면서 기어 올라갔다. 아무거나 잡고 밟고 올라갔다. 밖을 보니 구조 경비선이 있더라."
'저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명조끼에는 손전등이 있었다. 이들은 창문에 매달린 채 손전등을 유리창에 대고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이씨는 "그렇게 손전등을 흔들며 10분 정도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됐다. 해경 구조대가 다가왔다. 구조대는 유리창을 깼다. 해경이 공개한, 손망치로 유리창을 깨 사람들을 꺼내는 장면이 바로 이 때 촬영된 것이다. 이씨는 구조된 어선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1초의 순간이야. 아차 하는 순간에 생사가 갈린 거다. 구조대가 우릴 못 봤으면 죽었을 것이다."
한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일행 중 사위 강씨는 살아남았고, 중국인 이씨는 사망했다. 나간 사람 둘과 머문 사람 한 명은 그렇게 생사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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