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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교사·시민1천여 명 "슬픔 넘어 진상규명으로"

스승의 날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진실규명 요구' 집회

등록|2014.05.15 23:04 수정|2014.05.16 10:45

▲ 교사촛불에 참가한 교사들이 '얘들아 미안해, 선생님이 지켜줄게' 펼침막을 들고 있다. ⓒ 박호열


"오늘 교실에서 아이들이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달아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슴에 달지를 못했습니다. 단원고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기도 한 이날 오후 7시 30분 안산문화광장에 안산지역 교사와 시민 1천여 명이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교사촛불'의 불을 밝혔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밝히는 조각들이 여전히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가운데 열린 이날 '교사촛불'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실규명을 희망하는 안산 지역 교사들이 주최했다. 교사 촛불을 시작하기에 앞서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실규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 촛불을 넘어서 전국 교사들의 움직임, 전국민의 요구가 모여야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재춘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교사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미안함이 커요… 너희들 본능을 믿고, 비판하고 또 의심스러운 것은 질문하라고 가르치지 못한 미안함을 사죄하기 위해 참석했어요."
- 전선영씨 원일중학교 교사

"지난 한 달 동안 학교도 혼란스럽고 무기력했어요. 스승의 날을 맞아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어요. 오늘 안산에서 든 촛불이 17일 서울독립문공원에서 열리는 전국교사대회로 합쳐지리라 믿어요."
- 김진희 성안고등학교 교사

▲ 스승의 날인 15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교사촛불에 참석한 교사와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박호열


스승의 날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작은 축제의 날이다. 오늘은 단원고에서도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한 달 전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과 선생님들은 바닷속 깊이 갇혀버렸다. 행복해야 할 스승의 날에 정작 그 주인공들인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은 오늘, 이 자리에, 없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골든타임에 정부가 제대로 구조만 했다면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예쁘게 꾸몄을 교실과 그 교실을 보고 뿌듯해 했을 선생님들. 이날 집회에는 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썼을 가상의 스승의 날 편지가 낭독됐다.

"한 달 전 그날이 없었더라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 드렸을 텐데… 선생님은 저희들의 짧은 생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셨고,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참 스승이셨습니다. 저희도 가장 예쁜 제자였고요. 선생님, 그래도 끝까지 저희를 지켜주셨던 선생님이 계셔서 조금은 덜 춥고 덜 무섭습니다. 선생님, 우리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다시는 아프지 않는, 다시는 숨 막히지 않는, 다시는 공포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만나요. 그땐 저희가 예쁜 카네이션 선생님 가슴에 달아 드릴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너희를 지켜주지 못한 선생님을 끝까지 너희를 지켜주었다고 위로하는구나. 아이들을 잃어버린 교사가 어떻게 스승일 수 있겠니. 너희를 지키지 못한 선생님은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지. 너희를 지키지 못한 대한민국이 부끄럽기만 하다. 차가운 바다에서 나는 누구보다 사랑으로 가르치고 싶었어. 그리고 너희들을 큰 품으로 안고 싶었다. 너희들 곁에 내가 있어. 걱정하지 마 언제나 너희를 지켜줄게. 너희들 모두를 사랑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진실규명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진실규명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얘들아 미안해 선생님이 밝혀줄게!"

교사촛불 사회를 맡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안산지회 정태연 사무국장(성호중 교사)은 "진실규명 없는 전두환씨의 사과를 광주시민이 받아 줄 수 없었던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규명 없는 사과를 유가족이 받아들이고, 안산시민이 납득하겠느냐. 우리가 밝힐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교사촛불에 참가한 교사들이 '대통령! 눈물 한 방울이 그렇게 아까운가?'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있다. ⓒ 박호열


이날 교사촛불에는 예비교사도 참석했다. 동국대 사범대 교육학과 13학번 이한솔씨의 발언 내용이다.

"세월호와 80년 광주는 정말 닮았다. 진실을 덮고 오보와 망언을 일삼는 언론이 닮았다.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의 수장도 닮았다. 진심어린 사과는 없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두 사람이 정말로 비슷하다. 색깔 논쟁도 닮았다. 폭도, 빨갱이라던 80년 광주와 종북세력이 유가족을 선동해 시체장사를 한다는 지금이 닮았다. 마지막으로 닮은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진실을 알리고 저항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80년 그때처럼 2014년 역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 길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 스승의 날인 15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교사촛불 마지막 순서인 합창에서 교사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부르고 있다. ⓒ 박호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발언에 나섰다. 김명하 안산고등학교 교사의 발언이다.

"희생자이면서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신 분들이 있다. 단원고 선생님들이다. 어제까지 함께했던 동료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지만 그 슬픔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 이제 그 슬픔을 넘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이제 멈추지 말고 움직여야할 때다."

한 달 전인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배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다. 이후 단원고 학생 75명과 교사 3명이 구조되고, 학생 239명과 교사 7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5일 오후 5시 현재 단원고등학교 학생 11명, 교사 4명이 실종 상태에 있다.

그리고 단원고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을 위해 오늘 안산지역 교사들이 촛불을 들었다. 그 촛불은 지난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선언한 교사들로부터 불을 밝히고, 15일 전교조가 발표한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으로 타올라 오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참교육 사수 전국교사대회'에서 들불처럼 번져 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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