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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월호 침몰 추모 기록에서 손 떼야"

[스팟인터뷰] 세월호 추모 기록에 나선 김익한 명지대 교수

등록|2014.05.18 20:25 수정|2014.05.19 16:47

▲ 지난 14일부터 진도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 부스. 봉사단은 앞으로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사고에 대한 추모 기록을 모집할 예정이다. 진도 외에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시민들의 추모 움직임을 기록해 어카이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에 나선 자원봉사단세월호 침몰사고 30일째이자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 회원이 주변을 둘러보며 세월호 참사 관련 현장 기록 수집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은 전국의 기록과학대학원과 기록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기록을 보존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유성호


"정부 주도의 추모 기록 보존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억을 통제하고 가두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기록물이 훼손되고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모 기록 보존에서 손 떼야 한다.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록관리학계의 전문가들이 나섰다. 바로 '세월호 사고 추모 기록보존 자원봉사단'(아래 기록 봉사단)이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부스를 꾸리고 세월호 사고 현장 기록물을 수집 중이다. 봉사단은 한국기록학회와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정보공개센터 등의 기록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시민의 자발적 힘으로"...6월경, 어카이브 통해 공개 예정

지난 16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기록 봉사단의 김익한(55)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추모 기록 보존을 우려했다. 기록이 훼손되고 통제될 수 있다는 이유다. 최근 국가기록원은 '세월호 사고 관련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에 발송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고쳐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정부에게 추모 기록을 맡기는 것은 마치 국정원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사고 추모 기록에 대해 정부와 시민, 두 움직임이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모 기억을 가두려고 한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사고가 잊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국민들로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과 자세를 행동으로 바꾸는 게 추모 기록 보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원장이며, 한국기록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기록 봉사단은 진도와 안산, 서울 등 세월호 사고에 대한 시민 추모 기록이 남은 곳에서 시민이 남긴 편지, 메모, 사진 등을 기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자, 취재진, 사고 지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채록을 모아 오는 6월 경에 가칭 '세월호 기록 보존 시민 아카이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은 김익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많은 분들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한다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기록 봉사단은 첫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추모 기록 보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건이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건의 진상과 사건의 고통,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성찰을 시대가 영구히 기억하도록 하는 것을 사회적 기억이라고 한다. 지난해 발생한 미국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 이후, 사고의 사회적 기억을 위해 시민들이 아카이브, 'Our Marathon'을 만들었다.

'영구히'라고 말을 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사고가 잊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국민들로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과 자세를 행동으로 바꾸는 게 추모 기록 보존이다."

- 기록 봉사단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 해달라.
"진도의 기록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 팀이 상주하고 있다. 봉사단이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구술을 채록하고 있다. 진도군청이 체육관과 팽목항에 남겨진 메모, 편지 등을 보존하는 데 그 일도 돕고 있다. 현재 자원봉사자 8명을 채록했다. 물론 그들에게 기록 공개에 대해 동의를 구했다."

- 진도 외에도 안산, 서울 등에서의 기록도 중요할 것 같다.
"그 외에 서울시와는 협조를 해서 분향소 주변의 기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산시와는 아직 협의가 안 됐다. 진도 외에서 열리는 각종 추모행사, 촛불집회 등에 대해서 채록, 사진, 동영상을 통해 수집을 하고 있다."

"정부 주도 기록 보존은 기억 통제로 이어질 수 있어"

간절한 마음 '무사히 돌아와줘''세월호 침몰사고' 10일째인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 입구에 있는 메모판에 희생자들의 위로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쪽지들이 붙어있다. ⓒ 유성호


- 정부에서도 추모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정부는 국가기록원을 통해 추모 기록을 수집해서 세월호 추모 시설에 추모 기록 시설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추모 기록 보존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억을 통제하고 가두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기록물이 훼손되거나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모기록 보존에 손 떼야 한다.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 왜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정부의 무책임, 무능이 이번 사고를 만들었다. 지금은 그 무능과 무책임을 미래를 위해서 고쳐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에게 추모 시설과 추모 기록을 맡기는 것은 마치 국정원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번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록 보존은 기억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

- 그렇다면, 기록 봉사단은 어떻게 진행한다는 것인가?
"기록관리와 관련된 국내의 단체들, 예를 들어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등을 비롯해 명지대, 한신대 등 교육기관이 시민적 차원에서 기록 수집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시민, 두 움직임이 세월호 사고 추모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추모 기억을 가두려고 시도 한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충돌할 것이다."

- 사고 피해자인, 실종자, 유가족, 생존자에 대해서도 채록이 진행되나.
"현재로서는 그들은 보호의 대상이지 기록의 대상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당신의 생각과 경험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선택할 때 수집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들어서 시민들에게 공유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그분들의 마음을 보호해야 할 때라고 본다."

- 수집된 기록은 언제, 어떻게 공개되나.
"공개는 6월즈음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칭, '세월호 기록 보존 시민 아카이브'를 통해 수집한 모든 것이 공표된다. 이 운동은 시민 운동의 차원이다. 기록을 남겨서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시민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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