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을 담은 물품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을 담은 물품: 옷과 신발 ⓒ 조현철
5월 15일, 늦은 감이 없진 않았지만, 진도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다녀왔다. 팽목항에도 진도실태체육관에도 무거운 침묵만이 짓누르고 있었다.
팽목항 등대 쪽 방파제, 실종자 가족들의 애절한 마음들이 거기에 있었다. '자유시간', '스니커즈', '맛밤'으로, 초코파이로, 혹은 츄리닝과 신발로, 혹은 편지와 박카스로, 거기 그렇게 말없이 놓여 있었다.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바다에 던지며 그렇게 있었다.
▲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을 담아서 놓아둔 먹을거리: 쵸콜릿 등 ⓒ 조현철
체육관 안에서 본 얼마 남지 않은 실종자 가족들은 대단히 지쳐보였다. 속은 새까맣게 다 타버리고, 피울음으로 뒤범벅 되었겠지만, 그분들의 얼굴들은 이제는 무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얼마나 힘들었고 지쳤으면 그럴까. 그 분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더 깊은 아픔으로, 절규로 나를 할퀴었다.
팽목항에 계신 광주대교구 신부님의 얘기로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슬픔과 분노보다는 불안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영영 못 찾으면 어떡하나..." 그래서 이제는 시신만 찾아도, 고맙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자원봉사자들과 먹을 것과 물품은 넘쳐 나지만,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인지. 이럴 거면, 진즉에 제대로들 하지,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5월 15일, 3분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이 체육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282번! 283번! 284번! 한 달 전만 해도 그렇게도 따뜻했던 피붙이가 이렇게 차가운 번호로 돌아와 그리운 가족, 그토록 애타하는 가족을 찾고 있었다.
▲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을 담아 놓아둔 물품: 신발 ⓒ 조현철
참사 후, 한 달! 시간이 이렇게 지나니, 마치 '세월호 참사'라는 그 어처구니없이 비현실적인, 참혹하고 참담한 현실이 마치 여느 일상으로 되어 가는 느낌도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더 없는 불안일 것이다. 행여, "이제는 잊혀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그래서 우리 모두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모두, 미안하다" "우리 모두, 잘못이다." 지금은 이런 두리뭉실한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은 시간이 지나가도 결코 잊지 않고, 두 눈 부릅뜨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과 근원적인 원인 모두를. 그리고 그 원인이 된 책임자들, 직접적인 책임자들과 근원적인 책임자들을 찾아내,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리 모두" 미안해하고, "우리 모두"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그 후의 일일 것이다. wl금은 이것이 먼저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이것이 우리의 미안함과 참회의 표현이어야 함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함께 분노하고, 요구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제대로 된 변화를 이루어내어야 한다.
▲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을 담아 놓아둔 물품: 편지 등 ⓒ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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