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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에 앞서는 박원순, 안심하긴 이르다

[착한 정치컨설팅(24)] 6.4 서울특별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 분석

등록|2014.05.19 17:22 수정|2014.05.19 17:22
선거 시기만 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매체에 게재됩니다. 후보자와 참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러저러한 의견을 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단지 1~2%p의 차이에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의 눈에는 오차범위니 응답률이니 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수치만 크게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잘 톺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의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 JTBC는 5월 14일 정몽준 vs. 박원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몽준 30.5%, 박원순 45.9%를 기록했다. ⓒ JTBC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선거 전체판에 미치는 영향을 큽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전체를 이겼느냐, 졌느냐로 평가하기 때문이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정몽준 vs. 박원순'의 대결은 서울시민을 넘어선 전국적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시죠. JTBC가 ㈜현대리서치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결과입니다. 지난 5월 9일~12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108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유선 84.9% + 무선 15.1%) 46.4%에다 스마트폰어플리케이션 조사 53.6%를 조사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층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무선 전화병행 RDD((Random Digit Dialing – 무작위 전화걸기)에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패널 7만8934명 중 성·연령·지역 기준 할당 추출법에 의해서 피조사자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2014년 3월 현재 안행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를 부여했으며 응답률은 22%였습니다. 결과는 이렇게 나왔죠.

정몽준 30.5% vs 박원순 45.9%로, 15.4%p 차이입니다. 더군다나 의미심장한 것은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에서 철옹성 같던 강남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JTBC 여론조사에서는 동남권이라고 표현되어 있으며 강남, 서초, 송파와 더불어 강동까지 포함합니다.

▲ JTBC는 5월 14일 정몽준 vs. 박원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원순 후보는 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도 17.7%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JTBC


정몽준 27.0% vs. 박원순 44.7%. 전체평균 차이인 15.4%p를 넘어선 17.7%p입니다. 자, 이 정도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는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을까요? 여론조사는 트렌드를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JTBC가 지난 4월 11일, 같은 조사기관인 ㈜현대리서치연구소에서 사전에 조사했던 것을 비교해서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미심장한 부분을 발견했지요. 그 결과 현재 앞서고 있는 박원순 후보가 결코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거꾸로 하면 현재 뒤지고 있는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는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자세히 살펴보죠.

질문1. 투표율은 어떻게 될까?

2014년 4월 11일과 5월 11일 여론조사 비교 적극 투표층 분석적극투표층의 투표의지를 파악해 본 결과 30~40대는 증가, 50~60대 이상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요한


JTBC는 이번 발표를 하기 전인 4월 11일 똑같은 방식으로 사전 여론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번에 걸친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고요, 공교롭게 4월 16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것이죠.

이 표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적극 투표층의 증가 혹은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사고 전에 30대의 적극 투표 의지는 48.4%에서 57.0%로 8.6%p가량 증가합니다. 40대도 큰 폭으로 증가하지요. 이와 비교해서 50대와 60세 이상의 적극 투표층은 각각 79.4%와 87.8%에서 70.3%, 79.7%로 9.1%p와 8.1%p로 감소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새누리당 지지경향이 크고 보수적인 목소리가 큰 어르신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접겠다는 흐름이 있는 것입니다.

반면, 30대와 40대의 젊은층에서는 오히려 8.6%p 가량의 '분노투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 무능력하게 대처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50대와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적극 투표층 감소를 불러왔으며 반대로 젊은 층은 적극 투표층이 늘어났다고 보이는 것입니다.

질문2. 부동층은 어떻게 될까?

2014년 4월 11일과 5월 11일 여론조사 비교 부동층 분석부동층은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 ⓒ 최요한


어느 선거든지 중도적 입장을 갖는 투표층의 향배가 선거의 결과를 좌우했습니다. 중도적 입장을 갖고 있는 투표층은 이슈에 민감해서 제기된 이슈가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부합할 경우 당을 가리지 않고 찍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물론 <코끼리는 생각 하지 마>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와 같이 아예 중도층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중도층이 "있다!"라고 상정하고 분석을 하겠습니다. 경험칙 상 대한민국 유권자 중에는 중도층은 있습니다.

이 표에 의하면 부동층의 변동은 거의 없습니다. 4월 11일 26.1%에 비해 5월 12일 겨우 0.3%p 증가한 것입니다. 이 표에서 원래 새누리당 지지층이었다가 부동층으로 간 표심이나 부동층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뀐 표심을 알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중도층은 거의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도층은 변함이 없는데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4월 11일에 비해서 정확하게 세 배(5.1%p→15.4%p) 늘어난 것을 볼 때, 고령자의 투표율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듭니다. 앞의 투표율 분석을 보았을 때, 연세 많은 어르신들의 투표율이 예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상황이 젊은층의 분노투표와 결합하면 대단히 유의미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질문3. 구체적인 연령별 투표성향은 어떻게 될까?

결정적으로 연령별 투표성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안전행정부의 '2010년 대비 올해의 수도권 연령별 인구변화'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전체를 보았을 때 50대 이상의 인구가 20~30대 인구를 2만 명 차이로 앞질렀다고 합니다.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되는 수도권 66개 시군구에서 50대 이상 인구는 4년 전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기보다 144만 명이 늘어난 반면, 20~30대 인구는 36만 명이 줄었다는 것이죠.

이 수치는 단순히 2만 명 차이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는 20~30대 인구비율이 높은 수도권 10개 지역 가운데 9곳을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싹쓸이를 했고, 50대 인구 비중이 높은 10개 지역에서는 지금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7곳을 쓸어갔습니다. 따라서 50대 이상 인구가 144만 명이 늘고, 20~30대 인구가 36만 명이 줄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표가 180만 표(144만+36만) 가량 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11일과 5월 11일 여론조사 비교 연령별 분석연령별 분석에 의하면 50대의 부동층이 증가하고 60대 이상 어르신의 '보수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최요한


이 소식만 보면,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에게는 희소식이 되는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 입장에서는 곡소리가 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연령별 투표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4월에 정몽준을 지지했던 40대와 50대가 5월에 들어서서 상당히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40대의 경우는 13.4%p, 50대의 경우 13.6%p 줄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50대의 경우 정몽준 지지율이 빠지면서 동시에 부동층 역시 8.1%p 늘었다는 것입니다. 아직 50대의 표심이 정리가 되지 않고 방황 중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와중에 정몽준 후보에게 희소식은 보수투표가 결집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정몽준 지지율이 4월에서는 50.8%였으나 5월에 들어서서는 오히려 54.4%로 높아졌습니다. 보수의 결집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자료를 분석해 보면, 여성의 경우 정몽준 지지율을 하락하고 박원순 지지율은 상승했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경우 4월보다 5월에 7%p 하락했고, 박원순 후보는 4월보다 5월에 7.8%p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흔히들 이야기 하는 '앵그리 맘'의 투표가 판을 가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악수하는 정몽준-박원순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시작에 앞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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