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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좋아하는 것은?

나라 공원을 찾아서

등록|2014.05.19 10:06 수정|2014.05.19 10:06

▲   사슴이 먹이를 찾아서 사람에게 다가 오고 있습니다. 사슴 먹이 가운데 도토리가 으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 박현국


17일 오후 나라현 나라시에 있는 나라 공원을 찾았습니다. 나라 공원에는 도다이지 절, 니가츠도 절, 가스가다이샤 신사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넓은 공원 이곳저곳에는 사슴들이 자유롭게 거닐거나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사슴은 사람들이 사주는 먹이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사슴 먹이는 사료를 굳혀서 만든 센베 과자입니다. 그런데 사슴들은 이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도토리입니다. 아마도 사슴은 초식동물이라 그런가 봅니다. 사슴은 공원에서 풀을 뜯어먹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갈아먹어서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늘 사람이 많습니다. 절을 찾는 관광객, 공원에 놀러 나온 시민들, 절이나 신사를 찾아서 복을 비는 신도들로 늘 붑빕니다. 도다이지 절 다이부츠텐(대불전)은 나무로 지은 건물입니다. 처음에는 11칸(86m)이었으나 가마쿠라 때 다시 지으면서 7칸(57m)로 작아졌습니다. 높이는 49.1m입니다.

▲   도다이지 절 다이부츠텐(대불전)에 모셔져 있는 비로자나대불입니다. 높이가 14,7 미터입니다. ⓒ 박현국


대불전 한 가운데는 비로자나대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대불은 원래 있던 8세기 만든 대불의 3분의 2 크기입니다. 이 불상은 높이가 14.7 m입니다.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에서 말하는 화엄장 세계의 중심에 있으며, 대우주의 존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부처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비로자나불의 부처가 우주의 중심, 태양을 상징한다고 하며 일본 사람들이 섬기는 태양신과 연결시켜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화엄 신앙은 우리나라의 불국사 창건의 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불국사와 도다이지 절은 화엄사상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절입니다.

도다이지 절 다이부츠텐 동쪽 언덕에는 니가츠도 절이 있습니다. 다이부츠텐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대로 공개되지 않는 비불이 두 기 존재합니다. 비불은 오간노라고 하는 대관음상과 고관노라고 하는 소관음상입니다. 이 두 관음상은 2005년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   사진 위는 도다이지 절 다이부츠텐 모형이고 아래 왼쪽은 청동 등이고, 왼쪽은 절 나무 기둥에 뚫린 구멍을 뚫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무병 장수한다고 합니다. ⓒ 박현국


니가츠도 절은 언덕에 받침대를 세워 높은 곳에 지었습니다. 그래서 도다이지 절 다이브츠텐 지붕을 옆에서 볼 수 있고, 절 주변에 펼쳐져 있는 나라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3월 1일에서 14일(옛날에는 2월 27일에 걸쳐서)에는 슈니에이(修二會) 행사에서는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기도 합니다.

니가츠도 절 남쪽에는 가스가다이샤 신사가 있습니다. 이 신사는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나라 시대 귀족의 조상신을 섬기던 신사에서 시작하여 천 년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값비싼 물건들을 둘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몇 년 전 신사 안에 박물관을 만들어 전시하면서 돈을 받고 있습니다.

▲   니가츠도 절입니다. 사진 아래 왼쪽에는 절 앞에 놓인 신사 사당이고, 오른쪽은 비불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는 니가츠도 절 본당 앞입니다. ⓒ 박현국


일본은 한반도에 비해서 비교적 늦게 들어왔기 때문인지 자연숭배나 조상숭배 등 원시신앙이 조직화되고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한 형태가 신사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와 대립하기도 하지만 서로 협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과도 협조하여 자신의 길을 잘 유지해 온 것이 신도 신앙입니다. 이 신도 신앙의 본질과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이곳 가스가다이샤 신사입니다.

신사에서는 일본 천황을 최고신으로 모시고 정치 권력과 손을 잡고 서로의 이익과 뜻을 굳히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자연을 두려워하는 일본 사람들의 신앙심과 자발적인 협조와 뜻을 모아서 유지해온 축제와 헌금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바람 때문인지 한 해 천 번도 넘는 기원 의례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점점 따뜻해지는 기온과 더불어 사람들의 봄나들이가 한창입니다. 나라 공원은 넓게 펼쳐진 잔디밭, 잘 꾸며 놓은 큰 키 나무, 먹이를 찾아서 코를 벌름거리는 사슴 등등이 모여 있습니다. 주말 한 때 사람들의 여유와 자연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스가다이샤 신사 입구와 회랑, 그리고 머리에 등나무 꾸미개를 얹고 일하는 미코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가스가다이샤 진자, http://www.kasugataisha.or.jp, 2014.5.18.
도다이지 절, http://www.todaiji.or.jp. 20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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