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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가 꼭 읽어야 할 ' 예수 이야기'

[서평] <예수이야기>를 읽고

등록|2014.05.20 16:58 수정|2014.05.20 17:00
읽기를 미루던 책, <예수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냥 예수이야기가 아니라 '무신론자를 위한'이라는 수식이 달린 책이다. 가난하고 병든 자들 곁에서 살다가 죄 많은 인간들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사람, 죽었다가 3일만에 부활한 후 40일만에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신의 아들, 예수에 대한 이야기다.

<예수이야기>표지이 책을 감수한 윤종국 마르꼬 신부의 설명에 따르면, 1921년 처음 출판 된 이 책은 '카톨릭 문학의 고전'반열에 올라 1985년까지 여덟 차례나 재판되었다고 한다. ⓒ 메디치


'예수'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달자'이고 그리스어로는 '앙겔로스'라고 한다. 그러니 천사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일까.

가난한 청년 예수

예수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다. 저자 조반니 파피니는 목수라는 직업은 농부, 벽돌공, 대장장이등과 함께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성스럽고 거룩한 직업'이라고 정의한다. 다른 직업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자.

'군인은 타락한 침입자가 되기 십상이고, 해병은 언제든 해적이 될 수 있으며, 상인은 불량배나 도적으로 쉽게 돌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먹고 마시고 입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 필요한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람을 인도하는 자는 많은 사람에게 양식과 건강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말에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처음으로 제자가 된 네 명은 모두 어부였다. '예수가 절친한 벗으로 어부들을 처음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고독하게 보내는 어부는 누구보다 오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또한 열두 제자들 중 마태오와 유다 둘만이 글을 쓸 줄 알았다고 하니 예수의 산상설교에서 밝히고 있듯이 예수는 제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다. '낮음이 높음처럼 인식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고 버려지는 것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이 되기를 바랐다. 멸시당하던 것이 존중받고, 오래 된 진리가 오류로, 진부한 삶이 부패와 죽음으로 여겨지기를 바랐다.'는 산상설교에서의 역설처럼 그는 말과 행동을 늘 일치시킨다.

로마의 식민지 유다, 유대인들에 의해 멸시 받는 예수

예수가 살던 시대는 수많은 예언자와 철학자들이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예수는 가난한 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때론 병자를 치료하고 심지어 죽은 자를 살리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듯이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않았으며 또한 이러한 기적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한 적은 없다.

예수의 시대에 교조적이고 시기심 많은 원로들과 대사제들, 그리고 율법학자들이 가난하고 병든 자들, 불행한 여인들 곁에서 '적을 사랑하게 하고 그들에게 건강을 가져다 주는' 예수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 예수를 벌하는 대사제 가야파, 형벌을 집행하는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세명의 공범자가 된다.

예수는 열병 환자의 열을 내려주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주고, 죽은 사람들을 살려내고, 중풍으로 마비된 자를 움직이게 하고, 마귀를 내쫓고, 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죄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었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왕이자 신이었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

'예수의 숨이 점점 가빠졌다. 조금이라도 더 공기를 들이마시려는 듯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통증으로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고 심장도 곧 찢어질 듯 방망이질 쳤다. 불길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피가 십자가에 매달린 자를 통째로 집어삼킬 기세였다.

게다가 이상한 자세로 고정돼 있어서 몸을 비틀 수도 없었다. 채찍질 당하고 상처 난 몸통을 찢어진 두 손이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특히 예수로서는 젊고 거룩한 몸을 감당하는 영혼의 짐이 너무나 컸다. 당연히 고통도 몇 배 더 깊었을 것이다. 이제 그의 몸은 세상 모든 고통을 태우는 고통의 장작더미가 될 것이다.'

죄인의 신체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은 고대 로마시대의 가장 잔혹한 형벌이라고 한다. 칼로 온 몸을 난도질 당하는 듯한 고통 끝에 12시간 내 사망에 이른다고 저자, 조반니 파피니는 설명하고 있다. 신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부활하는 예수

조반니 파피니는 바리사이파이자 가므리엘 학파 사람이었던 바울로가 서기 58년 봄 이전에 고린토 신자들에게 썼다고 하는 편지를 소개하면서 예수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증거한다.

'그리스도께서 성서에 기록된 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과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성서에 기록된 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과 그 후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한 번에 오백 명이 넘는 교우들에게도 나타나셨는데 그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1고린 15:3-6)

앞서 말한 대로 바울로는 바리사이파이고 율법학자였다는 점에서 예수를 죽이는데 일조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그의 고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이 서간이 진본으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부활 후 40일, 예수는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는 마지막 약속을 남기고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실한 이야기가 우러나오는 곳에,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참회의 눈물이 있는 곳에 예수는 항상 함께한다'는 조반니 파피니의 이 말이 참이라면, '이 땅은 예수의 영원한 소유다'라는 말이 참이라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절망과 분노가 혁명의 에너지가 되어 예수가 설파했던 '진부한 것이 부패와 죽음으로 여겨지도록' 바라고 또 바란다.
덧붙이는 글 <무신론자를 위한 예수 이야기> 지은이 조반니 파피니, 옮긴이 음경훈, 감수 윤종국, 2014년 4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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