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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교체 갈등 KB 긴급이사회 파행...내주 재논의

[현장] 3시간 토론에도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노조 "경영진 사퇴하라"

등록|2014.05.23 15:05 수정|2014.05.23 15:07

▲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 양태훈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KB은행 긴급이사회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23일 오전 9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국민은행은 감사위원회와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전 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관련 사항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아침까지는 이사회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출근길에  21일 사외이사들과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사회를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예단해서 지금 얘기하긴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낮 12시 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이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해)오늘 결론이 안났다. 다음주 화요일(27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사회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3시간이 넘는 토론끝에도 사외이사들과 감사위원, 행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또 행장과 이사회 내부갈등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분쟁이나 갈등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불쾌한 감정도 드러냈다.

이 행장은 "이사회를 매일 거수기라고 하다가 토론이 이뤄지면 갈등이라고 말하면 곤란하다"며 "이사들이 모여서 은행의 가장 좋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전산시스템 교체일정에 대해서는 "4월 24일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입찰)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나간뒤 1시간 후 김중웅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를) 다음 주에 하기로 했을 뿐 확정된 게 없다"고 짧게 말하며 급히 차에 올랐다.

김종대 국민은행 비서실장은 "이사들 간의 의견을 교환한 자리였지만 어떤 사항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금융노조 30여명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앞에서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갈등을 초래한 내부 경영진들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성낙조 KB금융 노조위원장은 "각종 금융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확인된 경영실패도 모자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는 경영진의 무능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권력다툼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그러나 그 뿌리에는 지난 수년간 KB를 관치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관치 낙하산 인사들이 초래한 KB금융그룹의 허약한 지배구조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도 "KB금융은 순수 민간 금융기구이지만 금융당국과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해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회장과 행장을 맡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 책임 당사자들의 자진 사퇴 의지 표명을 촉구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퇴진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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