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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무당 안 알아주는 이유

등록|2014.05.23 18:11 수정|2014.05.23 18:11

귀할 귀(貴)는 윗부분 흙과 아랫부분의 조개 貝로 구성되었다. 제의에 사용되던 흙과 돈이 모여 ‘귀하다’는 의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귀천무이(貴賤無二), 귀하고 천함을 서로 차별 없이 대한다는 의미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 쉽지 않다. 돈 앞에, 자신보다 높은 지위나 명예, 권력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굴복하고 마는가.

귀(貴)한 것의 가치는 시대마다 달랐다. 원시 원패기(原貝期)에는 조개껍질을 그대로 화폐로 통용하였는데 그 흔적이 아직도 귀한 것에 '조개 패(貝)'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봄에 내리는 비가 기름보다 귀하다(春雨貴于油)고 했다. 또한 아들을 귀하게 여기던 전통사회에서 결혼하는 부부에게 "빨리 귀한 아들 낳으세요(早生貴子)!"라는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오늘날은 돈이 곧 법이고 매뉴얼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부자되세요!"가 자연스런 인사로 통하는 물질만능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귀할 귀(貴, guì)는 윗부분에 두 손으로 흙을 움켜잡고 있는 모양과 아랫부분의 조개 貝로 구성된 형태이다. 제의에 사용되던 신성한 흙과 돈인 조개껍질이 모여 '귀하다'는 의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남이 떡이 커 보인다, 동네무당 안 알아준다는 말을 중국어에서는 "외지에서 온 스님이 불경을 잘 읽는다(外來和尚會念經经)"고 표현한다. 가까이에서 늘 보던 스님보다 외지에서 온 스님이 왠지 신비롭고 능력 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익숙한 것은 비천하게 여기고, 먼 외지에서 온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이르는 말이 '귀원근천(貴遠賤近)'이다.

당태종과의 로맨스로 유명한 양귀비의 원래 이름은 양옥환(楊玉環)이다. 황제의 정궁(正宮)인 황후(皇后) 이 외에 후궁인 비(妃)를 두었는데, 황귀비(皇貴妃), 귀비(貴妃), 비(妃)로 나눴다. 그 아래 다시 빈(嬪), 귀인(貴人) 순으로 여관(女官)의 직책이 나눠졌고, 양귀비는 귀비의 직책까지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중국어에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비꼬는 말로 '귀인다망사(貴人多忘事)'라고 한다. 이 말은 직위가 올라가면 지난날의 일을 쉽게 잊어버린다는 의미로도 통용되기도 한다.

어떤 물건이든 희소성이 있으면 귀한 가치가 생기는 법(物以稀爲貴)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길을 가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쟁에 매몰되고 'one of them'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도 가지 않은 자기만의  'only one'인 길을 개척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귀한 몸'으로 가꾸어 가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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