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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창정, 첫 전국투어...'흔한 노래'라 더 반가웠다

[공연리뷰] '가수'이자 '배우'로서의 역사 망라해..."이런 날 오리라 상상못했다"

등록|2014.05.24 13:19 수정|2014.05.24 13:54

▲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첫 전국투어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를 열었다. ⓒ NH미디어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과거의 기억 한 토막. 학창 시절의 일이다. 남학생들과 노래방에 가면 꼭 들었던 노래가 '이미 나에게로'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재밌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나'라는 이름 탓에 '이미 나에게로'는 누군가가 꼭 장난삼아 부르곤 하는 노래였다. 일반적인 남성의 음역 대에 비해 높은 음이 쭉 이어지는데다가, 숨 쉴 틈 없이 가사가 몰아치는 탓에 종종 '벽을 붙잡고' 노래를 부르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들은 '이미 나에게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창 흐른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실로 오랜만에 '이미 나에게로'와 마주했다. 이번엔 '원본'이었다. 첫 전국 투어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의 개막을 알린 이날 공연에서 임창정은 장장 3시간 30분에 걸쳐 20년차 가수의 내공을 뽐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특별한 무대 '위로'로 공연을 시작한 그는 '기쁜 우리' 'www.사랑.com'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늑대와 함께 춤을' 등의 댄스곡을 비롯해 '그때 또다시' '러브 어페어' '날 닮은 너' '그대도 여기에' '기다리는 이유' 등의 발라드까지 망라해 선보였다. 정규 앨범으로만 12집을 발매한 가수답게 앙코르 곡 '소주 한 잔'을 포함해 임창정이 이날 선보인 곡의 개수는 무려 38개에 달했다.

▲ ⓒ NH미디어


▲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첫 전국투어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를 열었다. ⓒ NH미디어


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은 '가수' 임창정만이 아닌, '배우' 임창정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17대 1'의 전설을 남긴 영화 <비트>의 영상에 맞춰 노란 브릿지 머리에 교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 임창정은 연이어 <불량남녀> < 시실리 2km > <스카우트> <색즉시공> 등 자신의 출연작을 먼저 보여준 뒤 그에 맞춘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불렀다. 이날의 게스트 DJ DOC가 부른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노래처럼, 임창정의 '분장 쇼'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임창정의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 보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팬들에게 여러 차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90년대 구닥다리 짓은 하지 마라"라고 면박을 주면서도, '나의 연인'을 배경으로 팬들과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해 보여주며 "또 하나의 인생이 되어 준 당신들"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나이를 먹으면 주책바가지가 된다"며 만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도 노래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콘서트를 진행해 가는 임창정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팬들 앞에서 더없이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4천 석을 메운 팬들 또한 오랜만에 가수로서 무대에 선 임창정을 향해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정규 11집 수록곡 '오랜만이야'가 울려 퍼지자, 이들은 일제히 '보고 싶었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건너편에서 콘서트를 여는 엑소(EXO)를 의식한 듯 "저긴 벌써 10명쯤은 실려 나갔다. 우리도 가식적으로나마 실려 가는 척이라도 하자"는 임창정의 말에, 팬들은 여느 때보다 더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오빠'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가 손을 잡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첫 전국투어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를 열었다. ⓒ NH미디어


어쩌면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창정의 노래는 그의 전국 투어 이름처럼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의 매력은 이번 공연에서 빛을 발했다. 전주만 들어도 그가 부를 노래가 무엇인지를 알고, 한 소절만 들어도 다음 가사를 따라 부르게 되는 임창정의 노래는 흔해서 오히려 반가웠다.

긴 시간 공연에도 임창정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져 갔다. 과거 한 콘서트에서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못할 줄 알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던 그는 이날 공연 말미 "나에게 다시 이런 날이 오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기쁘다"며 환히 웃었다. 꽤 오랫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가수' 임창정의 시계가 다시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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