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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도시락 싸가는 아내... 왜냐고요?

해수탕의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잔칫집'

등록|2014.05.26 13:40 수정|2014.05.26 16:31

해수탕 가는 바구니해수탕가는 바구니에 알로에가 한 잎 들어 있다.도시락까지 들어 있다. ⓒ 이월성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집사람은 연안부두 해수 목욕탕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살림을 차리러 간다. 집에서 30분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33번 연안부두로 가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서 해수욕탕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해수탕에 들어가 있다가 저녁 7시가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여보, 20분 이상 목욕을 하면 나쁘다"라고 방송도 했는데 내가 말하면...

집사람은 "쓸데없는 이야기예요, 나는 신경통증세가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해수탕 뜨거운 소금물에 들어가 있으면 세상이 밝아지고 몸이 가벼워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나는 일반 목욕탕에 들어가면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목욕탕에서 나와 옷을 꺼내 입고 집으로 오는데 집사람의 해수탕 사랑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울에서 전세버스로 해수탕에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도 도시락을 모두 싸가지고들 오는데 점심시간은 큰 잔칫집이 되요, 맛있는 반찬을 서로 나누어 먹는데 오늘은 순무 김치를 항아리로 가져 온 사람이 있어서 순무김치를 얻어 왔어요. 당신이 먹어 보아요."

집사람은 이렇게 말하면서 저녁밥상에 먹음직스러운 순무김치를 담아 내놓는다. 일반 목욕탕에서는 음식물을 탕 안으로 들여오지 못하게 하는데 연안부두 해수탕은 멀리 서울에서 오는 고객에 대한 배려인지 해수탕 안에서 가지고온 도시락을 먹게 한다.

집사람이 해수탕이 좋다고 해서 나도 같이 따라가 봤다. 좁은 탕 안 물의 온도가 40도여서 탕 안으로 들어갈 때부터 숨이 막혀왔다. 일반목욕탕에서도 20분을 넘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찝찌름한 소금냄새까지 코를 찔러와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목욕탕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종합병원에서 집사람의 4번, 5번 척추가 휘여 있어서 재활운동을 한 달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집사람은 병원 재활치료를 받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해수탕에 가서 낯익은 친구들과 해수찜질을 하루 종일 하는 것으로 재활운동을 대신 하는 것 같다.

집사람이 해수탕에 가는 날 아침은 나도 바빠진다. 내가 키우고 있는 알로에 100여 촉 중에
튼실한 잎 한 잎을 따서 잘 포장을 해놓는다. 알로에를 바르면 일반 화장품과 달리 보습효과와 염증을 해소하는 약효가 있다. 아침을 먹고 집사람이 도시락과 목욕도구를 챙길 때 나는 설거지를 해준다.

집사람이 해수탕을 갔다 오면 '허리 아프다, 어깨 아프다, 팔 아프다' 소리가 없는 것만으로도 나는 잔잔한 행복감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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