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거북도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
[디카詩로 여는 세상 29] <다문화>
▲ 연못의 어린 청거북 ⓒ 이상옥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던 붉은귀거북,
대한민국에서는
생태교란 야생동물로 지정, 고시, 포획
맹금류의 먹이로...
-이상옥의 디카시 <다문화>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가 도래했다. 다문화 사회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결혼 등 국제교류를 통해 이민족들과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는 남들과 피부색이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는 다문화 사회를 잘 표현한다.
다른 피부나 모습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 시대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자연환경 생태계의 다문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연못의 다문화 가족, 미시시피붉은귀거북으로 불리는 청거북
최근 시골집 마당 조그마한 연못에 청거북 두 마리를 입양했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지역에 살아 미시시피붉은귀거북으로 불리는 청거북. 우리 연못에서는 다문화 가족인 셈이다. 조그만 연못도 나름대로의 생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먹이사슬이 형성되어야 한다. 연못에는 수초, 미생물, 논고동, 다슬기, 그리고 절지동물, 미꾸라지, 금붕어, 금잉어 등이 나름대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 추수가 끝나고 나면 논의 덤벙(웅덩이 방언) 물을 다 퍼내고 나면 피라미, 붕어는 물론이고, 진흙을 뒤져서 미꾸라지를 엄청 잡았고, 또한 덤벙 굴속에 숨어 있던 남생이도 숱하게 잡았던 기억이 나면서, 아 남생이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웅덩이나 연못, 강 등에는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수달이 있어서 나름대로 생태계 조절을 하지만, 그렇다고 수달을 연못에 들여다 놓을 수는 없으니, 남생이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덤벙에 남생이가 여러 마리 서식했지만, 붕어, 미꾸라지가 많이 잡혔던 걸 보면, 나름대로 덤벙에도 생태질서가 유지되었던 것 같다. 남생이는 미꾸라지 등 어류만 이 아니라 논에 있는 여러 가지 수생식물이나 곤충, 올챙이 등을 적절히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질서를 유지하게 했을 것이다.
연못에 남생이를 키우고 싶었으나, 지금은 천연기념물이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청거북이다.
▲ 작은 수족관에 있던 어린 청거북 두 마리를 구입하여 시골집 연못에 다문화 가족의 하나로 입양했는데, 환경이 낯선 타인지, 머리를 쭉 내밀고 주위를 살핀다. ⓒ 이상옥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는 청거북이 생명력이 강하고 가격도 싸고 키우기도 쉬워 애완용 거북으로 수입되었는데, 방생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호수 하천 등지에 많이 서식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어항에서 키우며 귀여움을 받다가가도 점차 커지면 가정에서 키우기 힘들어 야생에 예사로 방사하기도 했다.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던 청거북이 우리 환경에서는 적응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추운 겨울에 동면을 한다든지, 영하의 물속에서도 잠을 자지 않고 버티기도 하면서 한국 자연환경에도 완벽하게 적응을 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자연환경에서 자리잡은 청거북은 잡식성이라 토종 물고기 등을 먹고, 개체수를 널리고 있다. 특히 토종 남생이와 생태계에서 충돌하며 먹이경쟁에서 자리잡아 남생이 개체수가 오히려 급감하게 한 원인 제공자라고 한다.
급기야 환경부에서는 2001년 청거북을 수중 생태계를 교란 야생동물로 지정하여 수입금지하고, 매년 포획작업을 하여 맹금류의 먹이로 처리한다.
그러나 청거북은 어릴 때는 육식성이지만 자라면서 잡식성, 초식성 등으로 바뀐다. 청거북은 모기, 파리 유해 곤충도 잡아먹고, 식물성 먹이인 상추, 토마토, 바나나, 당근 등도 잘 먹는다.
아직 어린 청거북 두 마리는 입도 너무 작아 금붕어를 헤칠 염려는 없다. 이 녀석들이 연못에 있는 모기 유충이나 곤충, 혹은 수초와 내가 제공하는 먹이에 길들여졌다가, 커서는 초식성으로 바뀌어져 연못의 어류들과 공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생태파괴 주범으로 몰려 포획 당해
청거북의 본향 미국 남부 미시시피 지역에서는 당당하게 미시시피붉은귀거북으로도 불리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우리나라에 본의 아니게 수입되어서는 지금 생태파괴 주범으로 몰려 포획 당해 맹금류의 먹이로 전락한 처지고 보면, 참 아이러니칼하다.
글로벌 시대, 청거북도 우리나라의 생태계에서 다문화 가족의 하나로 어울려 살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시골집 작은 연못에서 물에 잘 떠다니고, 물가로 나와 볕 쪼이도 하면서 친숙한 느낌을 주는 청거북이 다문화 사회 일원으로 자리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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