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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넘은 현역 샐러리맨... 어떻게 가능하지?

[서평] 답은 '이타심'이다... 책 <100살이다 왜!>

등록|2014.05.27 11:15 수정|2014.05.27 14:52
마흔이 되면서 다짐했다. 꼰대는 되지 말자고. 그리고 마흔 중반, 귀농 후에 알았다. 꼰대도 아무나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시골에 사는 한 최소 60까지는 청년이다.

귀농 후 이웃 형님의 권유로 동네 청년회에 가입했다. 가입을 하고 보니 마흔 중반인 내가 막내였다. 형님들은 젊은 사람이 들어왔다며 좋아라 하셨는데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다.

내 나이면 서울에서는 중소기업 차장급, 부장 진급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남느냐 짤리느냐'가 결정되는 위급한 나이다. 청년은 진작 지나 중년도 한참 배 나온 중년이며 그야말로 '청년'들은 철판이라도 뚫을 기세로 치고 올라올 법하다. 이사 이상 임원들은 자리보전하느라 앉은 자리에 대못을 박는 그 사이에 끼여 사직서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나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날더러 청년이란다. 게다가 청년회 자격요건이 60세까지니까 앞으로도 최소 15년은 공식적인 '청년'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노령화된 농촌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환갑까지는 청년이고 환갑 지나 한참은 장년, 어른으로 대접받자면 최소 여든은 넘어야 할 터. 어르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어른'이니 농사 현역이야 당연한 일. 둘러보니 열 마지기 3000평 사과농사가 거뜬한 '어른'들이 동네에 많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든 '어른'이 현역인 시대, 큰 탈이 없다면 나도 여든까지는 살 터인데 여든 지나 삶을 뒤돌아 볼 때 '그래, 삶이란 이런 거였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알갱이들은 무엇이려나.

그래서 챙겨봤다. 부제가 더 끌렸던 책. 100세 현역 회사원이 알려주는 인생에서 은퇴하지 않는 법, <100살이다 왜!>.

100년 동안의 이타심

▲ <100살이다 왜!>는 100세 생일날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거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 변우경


'100살까지 사는 법'도 아니고 '100살이라 미안하다'도 아니고 '100살이다 왜!'라니. 전혀 '꼰대'스럽지 않다. 저자 후쿠이 후쿠타로씨는 1912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103세다. 그런데도 그는 현역 샐러리맨이다.

장수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제목이 저렇게 '청년'스럽지는 않았겠지.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지독했단 표현이 적당할 지난 100년을 고스란히 건넌 사람이라면 열정적인 에너지는 기본일 텐데, 이 100살 넘은 어르신의 말투는 무척 담담하다. 그는 '장수의 비결 따위는 없어, 난 그저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또 출근하고 퇴근했을 뿐이야'란다.

그래도 100살이 넘도록 현역 샐러리맨일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겠냐고, 그 결정적인 뭔가를 말해달라고 조르자 나즈막이 건네는 한 마디.

'이타심.' 그게 내가 여태 현역일 수 있는 이유야. 인간은 너무 불손해졌어. 지구와 자연과 역사와 심지어는 인간에게까지. 인간의 삶이 고양이의 삶보다 낫다면 그건 나와는 다른 누구가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와 더불어 살 줄 알기 때문이야. 내가 100년이 넘게 살 수 있었던 건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해주고 기도해주었기 때문일거야. 나 역시 내 친구와 아내와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애썼고. 그게 다야.

100년을 살아온 사람이 말하는 간결한 삶의 알갱이, 이타심, 타인을 위하는 마음. 그래, 어렴풋하나마 어떤 의미인지 알겠네. 온통 추악하고 더러운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건너는 이타심이라는 배 한 척. 욕망의 거센 물살을 거스르지도, 이기지도 못하고 밀려 밀려 떠내려 가더라도 기어이 강 하구쯤에는 건너편에 닿게 하는 느리지만 쉬지 않는 노젓기, 100년에 걸친 도강(渡江), 이타심.

문득 생각한다. 선장이거나 선원이거나 해경이거나 청장이거나 장관이거나 총리거나 대통령이거나 관계된 모든 이들 중에 이 노인이 말하는 그 한 조각의 이타심을 가진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그 꽃 같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다 읽고 다시 보는 후쿠타로씨의 표지 사진이 새삼스럽다. 가방을 받쳐 든 두 손등에는 검버섯이 피어있고 카메라가 앞에 주눅든 노인 특유의 엉거주춤한 태도가 완연하다. 이상하다. 웃는 얼굴이 천상 아이다. 그가 어떻게 100년을 살았는지 알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100살이다 왜!> 후쿠이 후쿠타로·히로노 아야코 씀 / 이정환 옮김 / 나무발전소 / 2014.05.15.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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