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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설득 못하면, 박근혜 정부 존립 어렵다"

[인터뷰] '진보진영 단일후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후보

등록|2014.05.28 14:36 수정|2014.05.28 17:36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후보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보수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혁신학교가 무너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혁신학교 확대를 강조했다. ⓒ 남소연


색깔론이 거세다. 케케묵은 종북몰이가 시작됐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얘기다. 보수 후보들은 26일 토론회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이재정 후보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보수 성향의 조전혁 후보는 통일부 장관 출신인 이재정 후보가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면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물고 늘어졌다.

조전혁 후보는 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고리로 이재정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김상곤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이재정 후보를 겨냥해 "전교조 아바타 좌파 교육감이 망쳐놓은 경기도 교육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박용우 후보는 혁신학교에 대해 "사회주의 체제를 모방했다", "붉은 사상 주입하는 붉은 학교"라고 비난했다.

이재정 후보는 색깔론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26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꿋꿋하게 혁신학교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혁신교육 프로그램과 예산을 일반학교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시국선언 교사 징계 예고 등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사고 대응에는 강한 어조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정부는 배를 관리하지 못했고,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했다, 무능을 넘어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당연히 항의하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소리를 지르는 선생님을 징계한다면,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교사 징계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 이래로 총체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무너진 일을 꼽았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씩 쏟아 붓는 상황에서 안전조치가 안중에 있었겠느냐"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부로서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지 않고 왜곡된 역사를 가르친다면,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수 후보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다면, 혁신학교가 무너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잃어버릴 것"이라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처럼 경기 교육이 침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는 통일부 장관과 국민참여당 대표라는 이력 탓에 경기도민들에게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기 전에, 교육자다. 이 후보는 1962년 서울 경기고를 졸업한 뒤, 중북 진천에서 중학교 진학을 못한 학생들을 위한 신명학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1972년 성공회 사제가 된 그는 이후 성공회대학교를 세워 초대 총장에 올랐다.

다음은 기자와 이재정 후보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겠다는 것"

- 경기도민들에게 교육자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국회의원과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기억이 크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저는 원래 교육자다. 1962년 고향 진천에서 중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중학교 과정을 무료로 가르치는 신명학원을 세웠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꿈을 심어주고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모두 26년간 교육에 종사해왔고, 제 경험·경륜·의지가 대한민국과 경기교육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혁신학교가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영우 후보는 26일 토론회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붉은 학교', '사회주의 사상'을 언급했다. 하지만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선생님, 학부모, 경기도민의 평가는 좋다. 교육감에 당선되면,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고 심사를 거쳐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 혁신교육 프로그램과 예산을 일반학교에 지원하겠다. 이렇게 되면, 일반고와 자사고 등의 격차가 해소될 것이다."

- 학생인권조례 역시 뜨거운 쟁점이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선생님들이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그 반대다.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한다거나 선생님을 모욕하는 것은 학생인권조례의 결과가 아니다. 공교육 내에서 누적돼온 부족함의 결과가 아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권 조례를 만들겠다. 수업방해를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후보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보수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혁신학교가 무너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혁신학교 확대를 강조했다. ⓒ 남소연


- 조전혁 후보는 이재정 후보가 북한에 대해 한 발언을 언급하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제가 썼던 논문도 있고, 장관급 회담을 하러 북한에 갔을 때 한 의례적인 외교적 발언도 있었다. 단어와 구절만 가지고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내용의 맥락을 봐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납북한의 화해와 협력이 중요하고,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이뤄진 남북 합의사항들을 존중해야 한다. 조전혁 후보를 공격할 내용은 많지만 하지 않았다. 미래지향적인 정책 경쟁을 하고자 한다."

- 군복무 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숨거나 도망간 게 아니다. 1965년 입대영장이 나왔을 때는 신명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입영 연기를 하는 게 좋겠는 의사 권고에 따라, 병무당국에 고혈압 진단서를 제출했다. 1966년에는 ROTC에 지망했지만 떨어졌다. 1969년에는 논산훈련소로 입소했지만, 고혈압 판정으로 귀향조치됐다. 병역을 기피했다면, 유신 정권이 유신 반대 운동을 하던 나를 가만히 놔뒀겠나."

- 조전혁 후보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가보로 한 권씩 사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도내 고등학교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률은 0%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보로 사두라'는 말은 현황을 모르는 것이고, 현재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지 않고 왜곡된 역사를 가르친다면,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역사 교과서 왜곡을 기필코 막아내겠다."

- 조전혁 후보는 이른바 '전교조 저격수'다. 그는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뒤 전교조로부터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전혁 후보가 전교조 조합원의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어떻게 탄압이라고 할 수 있나. 이는 사법질서도 법정신도 법체계도 거부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사 징계? 단호히 안 된다고 말할 것"

- 교육부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선언한 교사 43명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한 배가 침몰한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명예가 침몰한 것이다. 안산시와 경기도는 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세월호 사고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는 것은 또 한 번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선장은 배를 버렸고, 정부를 국민을 버렸다. 정부는 그런 배를 관리하지 못했고,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했다. 무능을 넘어 무책임한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당연히 항의하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소리를 지르는 선생님을 징계한다면,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면 교육부의 교사 징계 방침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 않고, 선생님을 섬기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교사를 징계하기 위해 강압적인 방법을 쓴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 뜻을 저해하는 만행이다. '징계는 안 된다'고 단호히 얘기할 것이다. 세월호에 아직도 실종자들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교사 징계가 우선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교사 징계가 아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 세월호 침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관행들, 안전에 대한 무감각 등이 원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이래로 총체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씩 쏟아 붓는 상황에서 안전조치가 안중에 있었겠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부로서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은 누리과정과 초등 돌봄 교실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이다. 다만, 예산 확보 등 충분히 준비해야 했다. 경기도는 누리과정 사업으로 올해 9233억 원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1조2272억 원이 필요하다.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 올해 정부의 보통교부금 중 누리과정 지원비는 전국적으로 8.6% 수준이다. 경기도는 11.5%다. 지역 사회의 공감대를 만들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교육자치 측면에서 무조건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에서 맡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 노무현 정신이 담긴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어떤 뜻인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교육 분야 선거공약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획일화와 서열화를 통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등의 반교육적인 제도를 철폐하려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균등한 교육 기회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와 열려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양산해냈다. 학교 차등화와 차별화 교육은 옳지 않다. 하루 빨리 이를 일반화하고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겠다."

- 마지막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혀달라.
"20대들은 선거 명함을 안 받는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분노다. '그래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 교육이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꼭 당선돼야 한다. 저와 단일화한 3명의 후보가 가진 뜻이기도 하다. 제가 당선되지 않고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되면, 혁신학교가 무너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잃어버릴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처럼 경기 교육이 침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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