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군자는 하루 종일 기다리지 않는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75] 幾

등록|2014.05.27 17:53 수정|2014.05.27 17:53

몇, 기미 기(幾)는 두 가닥의 실을 나타내는 작을 요(?)와 사람 인(人), 창 과(戈)가 합쳐진 형태로 사람이 작은 기미를 경계하여 살피는 모습이다. ⓒ 漢典


"我(아) 生存權(생존권)의 剝喪(박상)됨이 무릇 幾何(기하)이며, 心靈上(심령상) 發展(발전)의 障碍(장애)됨이 무릇 幾何(기하)이며, 民族的(민족적) 尊榮(존영)의 毁損(훼손)됨이 무릇 幾何(기하)이며, 新銳(신예)와 獨創(독창)으로써 世界文化(세계 문화)의 大潮流(대조류)에 寄與補裨(기여 보비)할 奇緣(기연)을 遺失(유실)함이 무릇 幾何(기하)이뇨."

<기미독립선언서>의 일부인데, 여기에 나오는 '기하(幾何, jǐhé)'는 '얼마'의 문어 형태이다. 그런데 기하에는 영어의 지오메트리(geometry)를 뜻하는 기하학의 의미도 있는데, 그리스어인 '지오(geo, 땅)'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라고 하니 흥미롭다.

몇, 기미 기(幾, jǐ, jī)는 두 가닥의 실을 나타내는 작을 요(幺)와 사람 인(人), 창 과(戈)가 합쳐진 형태로 창을 든 사람이 작은(么么) 기미를 경계하여 살피는 모습이다. 또 기(幾)자는 사람(人)이 베틀(戈)에서 실(么)을 짜는 모습으로 보기도 하는데, 베틀의 섬세한 움직임이나 조그만 기미를 살펴 베를 짜는 것에서 의미가 파생되어 '몇, 얼마'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주역(周易)>에는 "군자는 기미를 보고 행동하지, 하루 종일 기다리지 않는다(君子見幾而作, 不俟終日)"고 언급하고 있다. 통찰력을 가지고 작은 기미나 조짐으로 전체의 흐름을 꿰뚫어 파악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군자는 변화의 단초인 '기미(幾微)'를 통해 전반적인 일의 추이를 예견하고 파악하여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때 왕한(王翰)이 쓴 <양주사(涼州詞)>에는 "취하여 모래밭에 누워도 그대 비웃지 마라. 예부터 전쟁에 나갔다가 살아온 이가 몇이나 되던가(醉臥沙場君莫笑, 古來征戰幾人回!)"라고 변방을 지키는 병사의 비애를 노래하고 있다. '기(幾)'가 많지 않은 숫자를 나타내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쓰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일처럼 복잡하게 뒤엉켜 돌아간다.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며 베가 직조됨을 주시해야 하고, 베틀의 상태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미세한 기미에도 선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작음 엉킴이 생기면 짜던 베를 끊고(斷機)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