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형, 오랜만에 펜을 다시 들었네. '세월호의 침몰'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나는 이게 정말 대명천지 이 시대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인지 한참 동안 실감되지 못했네.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왜 하필이면 '세월호 침몰'인지 그 상징적인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세월'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과거를 고집하며 사는 인간들에게 하느님이 보여주는 무슨 계시처럼 보인다네.
세월호의 침몰은 한마디로 현대 한국인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지금까지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크게 질문하는 사람조차 아직 없는 것 같네. 과거에도 크거나 작거나 간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미봉책으로 마무리되곤 했지. 그렇게 계속 망각하다가 이번에 "너희들이 추구하는 세월은 이미 침몰했어!"라는 하느님의 계시처럼 들리지 않나?
상당히 여러 날 지났는데도 사고의 원인도 정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고 있네. 나는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 회의하고 있다네. 악몽이 떠올라서 그렇다네. 과거의 숱하게 많은 사건사고에서 배운 바가 있어서 지금도 그런 식으로 반복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남을 어쩔 수 없구먼.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면피성 호도의 차원에서 그럴듯한 선전 문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차원에서 적당히 마무리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대책기구를 만들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고치기 위해 법을 만들거나 손질하겠지. 그리고 그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기 위해 마치 먹을 것을 향해 달려가는 이리떼들처럼 각종 명칭을 가진 기관이나 이익집단들이 참여하고….
이 불행을 계기로 더 좋은 미래를 만든다는 명분은 공중에 떠다니고 어떻게 하든 책임은 떠맡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지나 않을는지?
전례에 비추어 보면 대형사건사고가 터지면 높은 관료들 중에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네. 국민의 한풀이를 위해서 희생양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겠지. 사건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기도 할 텐데 높은 지위에서는 절대로 책임을 지는 형태로 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번 사고의 드러난 원인만 간단히 보더라도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 않나? 우리의 삶이 그저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탐욕의 정신이 전반적으로 합쳐져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나?
우리 국가 사회의 최고의 목표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있었고 그 성장의 최고가치 외에 다른 가치들은 맥을 못 추는 삶을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나? 여기에 따르는 경제적 가치의 우월성, 이 가치와 배치되는 그 어떤 가치도 맥을 못 추는 사회, 이런 것들이 국가 사회전반을 좌지우지 하고 있지 않았나? 경제적 가치의 효율성과 합리성과 편의성에 배치되는 그 어떤 가치도 이 나라에서는 맥을 못 추네.
p형,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겠네. 국가사회는 전반적으로 법이 정한 조직 내에서 움직이나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반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알기는 쉽지 않을 걸세. 좋게 말해서 전문화되어 있다고 하겠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그 전문화의 속성 안에 들어있는 합법을 가장한 부정부패의 요소가 만연해 있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그것을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나?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양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인들조차 전문적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정의 요소를 알아내기는 어려울 걸세. 그렇기 때문에 공허한 거대담론으로 끝나기 십상이지. 그렇더라도 이런 것을 지적하는 조직된 목소리는 전문적 지식과 활동력을 지닌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서 산발적으로 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조차 여러 조각으로 파편화되어 있어 일관된 소리로 국민들에게 크게 울려 호소하는 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인데, 언론은 자네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미 국가와 국민을 대변하는 길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가? 내 눈에는 재벌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그들을 둘러싼 정치세력의 나팔수노릇을 하는 월급쟁이들로 보이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자쓰레기'의 준말로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지 않았나?
이 나라 언론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 아닌가? 그들 자신이 이익집단이거나 이익집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네. 그런 면에서 남의 일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네. 침몰해 죽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재난에서 구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할 일인데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할 것 같네.
삶이 가지는 총체적인 의미와 생명의 가치와 같은 것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고 그런 문제를 다루는 특정한 부류의 인간들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함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그들의 일'과 '나의 일'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것일세. 우리 사회는 이런 기계적인 전문가라는 집단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
p형, 앞에서 한 시대의 세월이 침몰한 것을 가장 극적인 상징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했는데 자네도 잘 아는 방식으로 생각해보겠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 모든 가치를 희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솔직히 말해서, 그 경제적 성장 가치라는 것이 무한히 지속 가능한 일인가? 우리나라도 그런 성장신화라는 것이 이미 무너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성장신화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
가령 새로운 집권세력이 등장하면 경제인연합회에서 성명을 내서 하루 빨리 국가는 투자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달라고 하네. 나는 이 말을 군사정부시절부터 들었으니까 어느 때부터인가 그 말을 다음과 같이 새겨듣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어서 빨리 국가가 만들어내라. 더 나아가 국가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서 빨리 규제를 풀고 특혜를 베풀어라. 이런 소리로 들리네. 그러면 국가가 그들이 돈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돈을 벌면 그 이익의 일부를 정치권에 뿌린 적도 있지 않았나? 이런 것이 악몽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아 오늘의 바뀐 환경에서도 저런 소리가 나오면 과거가 자꾸 연상된다네.
어쨌든 정부의 도움을 받았든 자신들의 노력이었든 재벌들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돈을 벌긴 버는 모양이네만 그와는 아무 상관없이 어느 때부터인가 서민들의 삶은 더 쪼그라들어가고 있지 않았는가?
우리의 성장신화는 이미 지난 IMF사태 이후 끝났다고 보는 관점들에 나는 동감하고 있네. 우리 시대는 이미 성장신화를 만들어왔던 산업화시대가 아니라 정보화시대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사고방식이나 운영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네.
산업화시대의 성장신화에 바탕을 둔 효율성, 그리고 이 효율성 앞에 모든 인간적 가치들이 희생되어 왔던 낡은 시대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워지면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고 하는 낡은 시대의 레코드판 같은 소리가 아직도 국가 최고책임자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있네. 산업화시대의 논리와 '빨리 빨리'는 이미 그 한계에 부딪혔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지체(遲滯)된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네, 산업화시대의 빨리빨리는 침몰했다고 하는 상징적 의미가 '세월호 침몰'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네.
빨리 빨리에 발맞추어 원칙이나 기본은 필요 없고 성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산업화시대의 논리를 가진 사람들은 이 '세월호 침몰'을 보고 깊이 반성했으면 하네. 그리고 자기들의 낡은 정신에 배치되면 무조건 좌파로 몰아서 쓸어버리려고 하는 광기(fanaticism)도 버렸으면 하네.
작은 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섬세하게 국가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정의로운 양심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정보화시대의 특성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읽고 공감하는 데 있지. 경제 만능 시대의 유물처럼 걸핏하면 공권력으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쓸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 매사를 시스템 공학적으로만 계산하고 거대 조직 밑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인간이 지닌 광기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고 보네.
p형, 말이 길어졌구먼. 모든 불행은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고 낡은 의식을 가지고 무책임하게 밀어붙이는 데서 생긴다고 보네. 경제적 성과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이 나라 국가사회를 운영하기 어렵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것을 고집하고 있는 와중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낡은 시대가 종합백과사전 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네.
p형, 아직도 철지난 낡은 구호들이 이 사회의 곳곳에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보시게. 4대강을 개발한다고 한 것도 낡은 시대의 의식이 만들어낸 거대 작품이지. 앞으로의 시대에는 자연 그대로가 더 높은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을 무시한 재벌 프렌들리 정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사기업을 위해 공적인 규제를 풀겠다고 나선 이 정부도 낡은 의식의 발로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똑같다고 보네.
이 나라에는 과거 성장시대를 그리워하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고, 그들이 새로운 시대를 의식하지 못하고 떼 지어 다니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네. 세월호 침몰이 바로 낡은 시대의 침몰을 상징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국가를 운영하는 틀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꽃다운 젊음을 수장시킨 이유와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일세.
p형,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산업화시대의 논리가 오늘 날 시장근본주의로 변모해 있음을 주목해보시게. 우리 사회에 판을 치고 있는 시장 근본주의, 즉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시장근본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면 불순분자로 몰리기 쉽지 않은가? 종교에만 근본주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근본주의가 등장했구먼. 자기의 종교만을 절대시하는 종교 근본주의와 시장 근본주의가 이렇게 닮은 데가 있음을 보는 것도 오늘의 시대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네. 나는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내놓는 대책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네. 이상에서 말한 문제의식이 정권담당자들에게서 잘 보이지 않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소통의 구조가 열려있지 않고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를 보고 짐작하는 것일세. 그래서 그들만의 대책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데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넓은 미래를 바라보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네만…
청와대 구중궁궐에 거하며 필요한 사람을 불러 독대하는 식으로는 이 나라의 거대담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네. 그런 식으로는 거대한 권력 시스템을 개조할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거지.
성장신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본과 원칙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당장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보겠지. 보여주기 식의 행정을 할 것으로 보네. 그 밑에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버릇이 다시 등장할 거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넘겨버린다든가 해서 자기들은 책임에서 벗어난다든지 하는 버릇들이 재등장하겠지… 정치권력은 자기들이 정의를 수호하는 사람인양 폼을 잡는 것은 여전할 것이고….
세월호의 침몰은 한마디로 현대 한국인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지금까지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크게 질문하는 사람조차 아직 없는 것 같네. 과거에도 크거나 작거나 간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미봉책으로 마무리되곤 했지. 그렇게 계속 망각하다가 이번에 "너희들이 추구하는 세월은 이미 침몰했어!"라는 하느님의 계시처럼 들리지 않나?
상당히 여러 날 지났는데도 사고의 원인도 정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고 있네. 나는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 회의하고 있다네. 악몽이 떠올라서 그렇다네. 과거의 숱하게 많은 사건사고에서 배운 바가 있어서 지금도 그런 식으로 반복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남을 어쩔 수 없구먼.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면피성 호도의 차원에서 그럴듯한 선전 문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차원에서 적당히 마무리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대책기구를 만들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고치기 위해 법을 만들거나 손질하겠지. 그리고 그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기 위해 마치 먹을 것을 향해 달려가는 이리떼들처럼 각종 명칭을 가진 기관이나 이익집단들이 참여하고….
이 불행을 계기로 더 좋은 미래를 만든다는 명분은 공중에 떠다니고 어떻게 하든 책임은 떠맡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지나 않을는지?
전례에 비추어 보면 대형사건사고가 터지면 높은 관료들 중에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네. 국민의 한풀이를 위해서 희생양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겠지. 사건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기도 할 텐데 높은 지위에서는 절대로 책임을 지는 형태로 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번 사고의 드러난 원인만 간단히 보더라도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 않나? 우리의 삶이 그저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탐욕의 정신이 전반적으로 합쳐져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나?
우리 국가 사회의 최고의 목표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있었고 그 성장의 최고가치 외에 다른 가치들은 맥을 못 추는 삶을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나? 여기에 따르는 경제적 가치의 우월성, 이 가치와 배치되는 그 어떤 가치도 맥을 못 추는 사회, 이런 것들이 국가 사회전반을 좌지우지 하고 있지 않았나? 경제적 가치의 효율성과 합리성과 편의성에 배치되는 그 어떤 가치도 이 나라에서는 맥을 못 추네.
p형,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겠네. 국가사회는 전반적으로 법이 정한 조직 내에서 움직이나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반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알기는 쉽지 않을 걸세. 좋게 말해서 전문화되어 있다고 하겠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그 전문화의 속성 안에 들어있는 합법을 가장한 부정부패의 요소가 만연해 있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그것을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나?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양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인들조차 전문적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정의 요소를 알아내기는 어려울 걸세. 그렇기 때문에 공허한 거대담론으로 끝나기 십상이지. 그렇더라도 이런 것을 지적하는 조직된 목소리는 전문적 지식과 활동력을 지닌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서 산발적으로 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조차 여러 조각으로 파편화되어 있어 일관된 소리로 국민들에게 크게 울려 호소하는 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인데, 언론은 자네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미 국가와 국민을 대변하는 길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가? 내 눈에는 재벌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그들을 둘러싼 정치세력의 나팔수노릇을 하는 월급쟁이들로 보이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자쓰레기'의 준말로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지 않았나?
이 나라 언론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 아닌가? 그들 자신이 이익집단이거나 이익집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네. 그런 면에서 남의 일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네. 침몰해 죽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재난에서 구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할 일인데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할 것 같네.
삶이 가지는 총체적인 의미와 생명의 가치와 같은 것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고 그런 문제를 다루는 특정한 부류의 인간들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함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그들의 일'과 '나의 일'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것일세. 우리 사회는 이런 기계적인 전문가라는 집단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
p형, 앞에서 한 시대의 세월이 침몰한 것을 가장 극적인 상징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했는데 자네도 잘 아는 방식으로 생각해보겠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 모든 가치를 희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솔직히 말해서, 그 경제적 성장 가치라는 것이 무한히 지속 가능한 일인가? 우리나라도 그런 성장신화라는 것이 이미 무너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성장신화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
가령 새로운 집권세력이 등장하면 경제인연합회에서 성명을 내서 하루 빨리 국가는 투자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달라고 하네. 나는 이 말을 군사정부시절부터 들었으니까 어느 때부터인가 그 말을 다음과 같이 새겨듣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어서 빨리 국가가 만들어내라. 더 나아가 국가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서 빨리 규제를 풀고 특혜를 베풀어라. 이런 소리로 들리네. 그러면 국가가 그들이 돈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돈을 벌면 그 이익의 일부를 정치권에 뿌린 적도 있지 않았나? 이런 것이 악몽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아 오늘의 바뀐 환경에서도 저런 소리가 나오면 과거가 자꾸 연상된다네.
어쨌든 정부의 도움을 받았든 자신들의 노력이었든 재벌들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돈을 벌긴 버는 모양이네만 그와는 아무 상관없이 어느 때부터인가 서민들의 삶은 더 쪼그라들어가고 있지 않았는가?
우리의 성장신화는 이미 지난 IMF사태 이후 끝났다고 보는 관점들에 나는 동감하고 있네. 우리 시대는 이미 성장신화를 만들어왔던 산업화시대가 아니라 정보화시대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사고방식이나 운영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네.
산업화시대의 성장신화에 바탕을 둔 효율성, 그리고 이 효율성 앞에 모든 인간적 가치들이 희생되어 왔던 낡은 시대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워지면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고 하는 낡은 시대의 레코드판 같은 소리가 아직도 국가 최고책임자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있네. 산업화시대의 논리와 '빨리 빨리'는 이미 그 한계에 부딪혔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지체(遲滯)된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네, 산업화시대의 빨리빨리는 침몰했다고 하는 상징적 의미가 '세월호 침몰'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네.
빨리 빨리에 발맞추어 원칙이나 기본은 필요 없고 성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산업화시대의 논리를 가진 사람들은 이 '세월호 침몰'을 보고 깊이 반성했으면 하네. 그리고 자기들의 낡은 정신에 배치되면 무조건 좌파로 몰아서 쓸어버리려고 하는 광기(fanaticism)도 버렸으면 하네.
작은 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섬세하게 국가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정의로운 양심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정보화시대의 특성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읽고 공감하는 데 있지. 경제 만능 시대의 유물처럼 걸핏하면 공권력으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쓸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 매사를 시스템 공학적으로만 계산하고 거대 조직 밑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인간이 지닌 광기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고 보네.
p형, 말이 길어졌구먼. 모든 불행은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고 낡은 의식을 가지고 무책임하게 밀어붙이는 데서 생긴다고 보네. 경제적 성과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이 나라 국가사회를 운영하기 어렵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것을 고집하고 있는 와중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낡은 시대가 종합백과사전 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네.
p형, 아직도 철지난 낡은 구호들이 이 사회의 곳곳에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보시게. 4대강을 개발한다고 한 것도 낡은 시대의 의식이 만들어낸 거대 작품이지. 앞으로의 시대에는 자연 그대로가 더 높은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을 무시한 재벌 프렌들리 정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사기업을 위해 공적인 규제를 풀겠다고 나선 이 정부도 낡은 의식의 발로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똑같다고 보네.
이 나라에는 과거 성장시대를 그리워하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고, 그들이 새로운 시대를 의식하지 못하고 떼 지어 다니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네. 세월호 침몰이 바로 낡은 시대의 침몰을 상징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국가를 운영하는 틀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꽃다운 젊음을 수장시킨 이유와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일세.
p형,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산업화시대의 논리가 오늘 날 시장근본주의로 변모해 있음을 주목해보시게. 우리 사회에 판을 치고 있는 시장 근본주의, 즉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시장근본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면 불순분자로 몰리기 쉽지 않은가? 종교에만 근본주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근본주의가 등장했구먼. 자기의 종교만을 절대시하는 종교 근본주의와 시장 근본주의가 이렇게 닮은 데가 있음을 보는 것도 오늘의 시대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네. 나는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내놓는 대책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네. 이상에서 말한 문제의식이 정권담당자들에게서 잘 보이지 않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소통의 구조가 열려있지 않고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를 보고 짐작하는 것일세. 그래서 그들만의 대책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데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넓은 미래를 바라보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네만…
청와대 구중궁궐에 거하며 필요한 사람을 불러 독대하는 식으로는 이 나라의 거대담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네. 그런 식으로는 거대한 권력 시스템을 개조할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거지.
성장신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본과 원칙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당장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보겠지. 보여주기 식의 행정을 할 것으로 보네. 그 밑에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버릇이 다시 등장할 거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넘겨버린다든가 해서 자기들은 책임에서 벗어난다든지 하는 버릇들이 재등장하겠지… 정치권력은 자기들이 정의를 수호하는 사람인양 폼을 잡는 것은 여전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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