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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해임안 결국 표결 연기 노조 총파업 돌입...KBS 격랑 속으로

간부들 물러난 상황... 두 노조 공동파업 파괴력 클 듯

등록|2014.05.28 17:09 수정|2014.05.29 07:48

바람에 휘날리는 KBS 깃발KBS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걸린 KBS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이희훈


[2신 : 29일 오전 1시 51분]
길환영 해임안 결국 표결 연기... 양대 노조 오전 5시부터 총파업

길환영 KBS 사장은 당분간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KBS는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9시간의 격론 끝에 날을 넘겨 29일 오전 1시께에 끝난 KBS 이사회의 결론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표결 연기였다. 결국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지 않음에 따라, KBS 노동조합(노조)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양대 노조는 오전 5시부터 공동 파업에 돌입한다. 전면적인 방송 차질이 예상된다.

4명의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KBS 정상화를 위해 길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길영 이사장을 포함한 7명의 여권 추천 이사들의 마음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해임제청안의 수정을 요구해 격론이 벌어졌고,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

야당 추천 조준상 이사는 "이길영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진 10명의 최후진술에서 해임제청안 찬반 의견이 절반씩으로 나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이사장이 표결 연기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역시 야당 추천인 김주언 이사는 "격론이 계속되자, 이길영 이사장은 노사가 폭주기관차처럼 맞부딪히려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노사 간의 중재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표결 연기를 제안했고, 고심 끝에 야권 추천 이사들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길 사장 해임제청안은 내달 5일 오후 4시 이사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6·4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이라는 시기가 공교롭다. 지방선거 결과가 해임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어떤 파업보다 방송 차질이 광범위할 것"

길환영 해임 촉구하는 촛불KBS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길환영 사장 해임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이희훈


양대 노조는 29일 방송이 시작되는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양대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공동파업 출범식을 여는 등 공동 투쟁에 나선다. 2010년 노조가 분리된 이후 첫 공동 투쟁이다. 이에 따라 많은 프로그램들이 결방되거나 파행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백용규 노조 위원장은 28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파업은 노사의 싸움이 아니라, KBS 전 직원과 길환영 사장의 싸움"이라면서 "새노조를 포함해 전 직원과 연대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함철 새노조 부위원장은 27일 "과거와 달리 간부들이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과거 파업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라면서 "과거 어떤 파업보다 방송 차질이 광범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이후 회사의 탄압과 노조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회사는 이미 선공을 날렸다. 지난 23일 회사는 19일 길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새노조 조합원 8명을 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날 제작거부를 하고 있는 기자협회를 겨냥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과 사규를 엄정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양대 노조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짓고 있다. 길 사장은 지난 21일 사내 특별담화에서 노조를 향해 "명분 없는 불법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접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길 사장은 또한 "어떠한 불법 행동에 대해서도 제 직을 걸고 그 누구보다 엄중하게 사규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양대 노조는 총파업지침을 통해 "이번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에 있어 합법성을 모두 충족시킨 명백한 합법 파업"이라면서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나 업무재배치가 발생할 경우, 해당 책임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신: 28일 오후 4시 16분]
KBS 이사회 시작... 길환영 사장 해임되나

▲ KBS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안 논의가 열리기 직전 28일 오후 서울 KBS 본관 하모니광장에서 KBS새노조 조합원들이 길환영사장해임제청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KBS의 운명을 가를 KBS 정기이사회가 시작됐다.

KBS 이사진 11명은 2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에 모였다. KBS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출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에 대해 논의한다. 여권 추천 이사 7명 중 다수가 해임제청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S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로 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어, 여권 추천 이사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해임제청안을 내면서 "2014년 5월 현재,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공영방송 KBS의 뉴스 프로그램 일부가 중단되고 양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면서 "그 주된 사유는 길환영 사장의 뉴스 프로그램 불법 개입 의혹 폭로에 따른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K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위해 존재하는 이사회 차원에서 현재 KBS의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거의 수습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들은 또한 "본사의 경우 팀장급 310명 가운데 215명, 69.3%가 사퇴의사를 밝혔고, 지역 보도국은 부장과 팀장을 포함해 간부 45명 중 43명이 보직을 사퇴해 95.6%의 취재보도 지휘부가 일손을 놓았다"면서 "KBS 내부, 외부가 한 목소리로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에게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길환영 사장은 지난 26일 임시이사회에 낸 서면답변서에서 보도통제 의혹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범위'임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업무의 총괄책임자의 입장에서 통상적인 업무범위 내에서 의견을 말한 것이지만, 사장의 의견 제시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점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부결되면, 양대 노조는 총파업

▲ 28일 오후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KBS 본관 하모니광장에서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이길영 이사장(사진 가운데 안경을 끼고 넥타이를 매고 있는 사람)이 이사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언론노조 KBS본부


이날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되면, 공은 KBS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박 대통령은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현진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이사회 결정을 부인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정권을 내걸고 싸울 만큼, 길환영 사장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KBS 직원 2198명 명의의 호소문이 발표됐다. 호소문은 이사회에 전달됐다.

직원들은 호소문에서 "신입사원부터 정년을 앞둔 사원까지, 조직의 동료들이 하나 같이 사장님의 퇴진만이 KBS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KBS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파국을 막기 위한 가장 엄중한 결정이 이사회로 넘겨졌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도 오후에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길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모든 파업 준비는 끝났다"며 "길환영 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길환영 사장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책임을 묻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KBS 사태'는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새노조는 공동 파업을 결의한 상황이다. 이들 노조는 이사회 결과에 따라, 이르면 29일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노조 분리 후 첫 공동 파업이다.

파업이 이뤄지면, 뉴스·예능·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의 제작·방송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1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로 열흘째 뉴스 프로그램의 파행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PD협회는 이날 한시적인 제작거부에 나섰고, 파업이 시작되면 PD들도 손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6·4지방선거 개표방송과 월드컵 중계방송의 차질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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