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장 선거에 등장한 '색깔론', 먹힐까
김용서 새누리 후보 "RO에 68억 지원"... 염태영 새정치연합 후보 "우린 정책선거"
▲ 새누리당 김용서 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수원 조원동 홈플러스 북수원점 건너편 녹지대에서 진행된 유세를 통해 새정치연합 염태영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펼쳤다. ⓒ 김한영
전·현직 시장이 8년 만에 맞붙은 경기 수원시장 선거전에 '색깔론' 논란이 불거졌다.
김용서(73·전 수원시장)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해 8월 말 국가정보원이 터트린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관련자들과 산하기관 예산지원 문제를 연계해 염태영(53·현 수원시장)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김용서 후보 "수원시가 왜 종북세력 지원도시 됐나"
지난 27일 오후 수원 조원동 홈플러스 북수원점 건너편 녹지대에서 진행된 김 후보의 유세현장. 이날도 김 후보는 선거운동원과 지지자 등 200여 명의 환호와 연호 속에 유세차량에 올라 염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펼쳤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시장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모습으로 수원을 변화시켰는지 여러분은 잘 아실 것"이라면서 "어느 날 갑자기 RO(지하혁명조직)가 뭔지, 종북이 뭔지 잘 모르는 수원시민들과 저는 TV와 신문에서 '수원이 RO와 종북세력의 중심지'라는 보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왜 수원시가 RO와 종북세력의 지원도시가 됐는지 묻고 싶다"라면서 "68억 원이란 많은 예산을 지원해 주고도 지금까지 (염태영 후보는) 사과 한마디 없는데, 그게 옳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아니오"라면서 "김용서"를 연호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아직도 그(염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못 알고 있는 시민들이 있어 답답하고 속상하다"라면서 "수원을 RO의 중심지에서 반드시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을 선택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오후 방송된 티브로드 <수원방송> 주최 '수원시장 후보 합동토론회'에서도 김 후보는 염 후보를 공격했다. 김 후보는 "이석기 RO 일당과 그 지지 세력에게 68억 원의 운영자금을 준 부분에 대해 염 후보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면서 날을 세웠다. 이에 염 후보는 "아직도 색깔론을 제기하는 후보가 있어 안타깝다"라고 받아쳤다.
이 사안은 이미 검찰에서 수원시로부터 인사 및 예산지원 내역 등 관련자료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수원시는 지난해 9월 8일 이상호 전 수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등 일부 사건 관련자들이 근무했던 산하기관 등에 대한 예산지원 내역을 공개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수원시는 이날 '이석기 의원 사태 관련 수원시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수원시 산하기관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 센터장의 내란음모 혐의 구속 등으로 시민들께 실망을 드려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김용서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수원 팔달구 녹산빌딩 건물에 ‘통진당이 접수한 기관, 수원서만 68억 지원 받았다’, ‘시민혈세 68억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 김한영
뿐만 아니다. 김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수원 팔달구 녹산빌딩 건물에는 '통진당이 접수한 기관, 수원서만 68억 지원 받았다' '시민혈세 68억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도 내걸렸다. 이는 2013년 9월 9일치 <중앙일보> 기사 제목을 차용해 만든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 내용은 김 후보의 선거공보에까지 실렸다. 여기엔 '이념?' 'XX당 인사 운영기관에 68억 원 지원 의혹'이란 제목이 달렸다.
김 후보는 또 새누리당 수원시장 경선 예비후보 때인 지난 4월 초 수원의 한 언론인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밥상을 시민에게 차려 주겠다고 현혹했던 현직 시장은 종북세력과 RO조직에게 68억 원이라는 혈세를 제일 먼저 갖다 바쳤다"라고 비난했다.
"깨끗한 승부 기대했는데... 네거티브, 역효과 낳을 것"
이번 수원시장 선거는 김-염 후보 외에 통합진보당 임미숙(44·진보당 수원시당원협의회장), 진보정의당 김규화(51·정의당 민생본부 공동본부장)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4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은 '2강 2약' 구도로, 사실상 김-염 후보의 양자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주요 지방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의 선거 판세는 염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가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일보>가 지난 22~24일까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 3.7%P) 결과 염 후보가 34.3%의 지지율을 보여 김 후보(24.9%)를 9.4%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진보당 임 후보는 0.5%, 정의당 김 후보는 0.2% 지지율에 그쳤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도 염 후보가 36.5%로 높았고 김 후보는 23.9%, 임미숙 후보와 김규화 후보가 각각 0.8% 순이었다.
이에 앞서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9~21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P)를 실시한 결과도 염 후보(37.3%)가 김 후보(31.1%)를 6.2%P 앞섰다. 임 후보는 3.4%, 정의당 김 후보는 2.6%였다. 하지만 부동층이 25~40%에 달해 이들 표심의 향배가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조급해진 김 후보가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네거티브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조용하고 깨끗한 정책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한 염태영 후보가 최근 수원 팔달문 근처 '차 없는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한영
20년 차 지역 선후배 관계인 두 후보는 각 정당의 수원시장 후보로 확정된 이후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를 의식해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 없이 조용하면서도 깨끗한 정책선거로 치르자"라고 의기투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후보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이뤄지면서 지역에서는 명승부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역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 선후배끼리 아름답고 깨끗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했는데, 김 후보의 점잖지 못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보고 실망했다"라면서 "네거티브는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역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의 (종북세력과 RO에 68억 원 지원 등) 발언 의도는 시민혈세가 엉뚱한 곳에 낭비되지 않도록 잘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의 발언이 색깔론과 종북몰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런 오해를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 후보에게 말씀을 자제하시라고 건의를 드렸다"라고 전했다. 그는 펼침막 내용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고 한 건 아니다, 68억 원을 찾아오겠다는 게 아니라 시민혈세를 잘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후보 측은 이러한 네거티브에 맞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우리 후보는 네거티브 없이 조용하고 깨끗한 정책선거를 치르겠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어 김 후보 측에 맞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자칫 '깜깜히 선거'가 될 우려가 있어 기본적인 '정책 알리기'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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