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KBS 양대 노조, "길환영 사퇴 박근혜 사과" 한목소리

양대 노조 함께 총파업 출정식... 복수노조 설립 후 첫 공동행동

등록|2014.05.29 21:41 수정|2014.05.29 22:22

파업 승리 결의하는 KBS 양대 노조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노조 깃발을 흔들며 파업 승리를 결의하고 있다. 양대 노조는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KBS 이사회에서 표결 처리가 연기되자, 오늘(29일) 오전 5시부터 공동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에 대해 "권력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외면했던 공영방송 KBS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KBS는 국민의 방송이며 오로지 국민만이 주인이기에 국민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 유성호


힘찬 팔뚝질하는 KBS 양대 노조 "길환영 사퇴하라"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맞은편 KBS 연구동 벽면에 거대한 펼침막이 내걸렸다. 펼침막에는 각각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길환영은 퇴진하라"고 쓰여 있었다. KBS노동조합(1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 수백 명은 깃발 아래에 모여 "사사건건 보도개입 박근혜는 사과하라", "KBS 방관하는 정치권은 각성하라", "양대 노조 똘똘 뭉쳐 길환영을 몰아내자"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양대 노조 조합원들은 여의도 KBS 신관 계단 개념광장에서 모여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했다.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두고 격론 끝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기되자, 29일 오전 5시를 기해 양대 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광장에 모인 양대 노조는 서로의 약어와 구호를 통일하는 절차를 밟았다. 소속 노조에 따라 '1노조'와 '2노조' 혹은 '헌 노조'와 '새 노조'로 부르던 것을 '1노조'와 '새노조'로 통일했다. 후렴 구호도 '공정방송 쟁취 투쟁 결사 투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2010년 KBS에 복수노조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조가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백용규 1노조 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이 양대 노조를 좌파 노조로 규정한 것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 위원장은 "우리가 좌파인가, KBS가 좌파인가, 길환영이 임명한 300명이 넘는 보직 간부가 어떻게 좌파인가"라고 반문했다.

백 위원장은 또 "길환영을 덮으려고 모든 사상을 좌로 몰고간다"며 "이것은 KBS의 운명을 건 싸움이다, 끝까지 하나 되어 KBS를 지켜내자"고 외쳤다. 백 위원장은 "부역 사장 필요 없다, 길환영은 물러가라"는 구호로 발언을 매듭지었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이 총파업은 KBS의 모든 기자와 PD, 경영인, 엔지니어, 아나운서, 촬영감독 등 모든 KBS 구성원이 함께하는 무기한 총파업"이라며 "이번 파업이 KBS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이제까지 KBS 안에서 말로 싸웠다면, 이제 KBS 밖에서 몸으로, 행동으로 싸울 것"이며 "길환영 사장이 아무리 불법 파업 운운하며 우리를 협박하고, 징계와 해고를 남발하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각 노조의 위원장들 다음으로 부위원장들이 마이크를 붙잡았다. 이현진 1노조 부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면 크게 걸려고 '돌아가는 길,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준비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의 투쟁이, 우리의 이익을 챙기려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KBS를 바로 세워서 국민들에게 다가가자는 뜻"이라며 "이 뜻을 국민들께 알리고, 국민들이 지지해주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외쳤다.

함철 새노조 부위원장은 "지금이 KBS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라며 "우리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모든 지혜와 힘을 합쳐서 길환영을 몰아내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 장악 의지를 꺾고, 보도 통제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받아내기 위한 대장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발언을 마쳤다. 양대 노조의 부위원장들은 각 노조의 깃발을 바꿔들고 결의를 다졌다.

각 직능단체협회장들도 나서서 "협회가 씨줄이면 노조가 날줄이 되어 함께하자"고 입을 모았다. KBS 사내게시판에 반성문을 쓰며 이번 총파업의 계기를 만들었던 38기 기자들도 "현장에서 얻어맞고, 욕 먹고, 쫓겨날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그동안 우리는 길환영 사장과 얼마나 다른 사람이었나"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38기 기자들은 밴드를 구성해 <미안해>와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신일수 변호사가 이번 파업의 합법성과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연사들의 발언은 마무리됐다.

총파업 출정식은 총파업 투쟁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양대 노조는 총파업 투쟁선언문을 통해 "권력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외면했던 공영방송 KBS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우리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며 "KBS는 국민의 방송이며, 오로지 국민만이 주인이기에 국민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감히 국민 여러분의 응원은 바라지 않겠다. 다만 외면만은 하지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출정식 후 양대 노조는 KBS 외곽을 따라 행진한 뒤, KBS 연구동에서 퍼포먼스를 한 후 해산했다.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홍규 간사는 "현재 노조 소속 80명의 아나운서가 전원 파업에 동참하여 아나운서실이 마비됐다"며 "현재 KBS 모든 뉴스의 앵커가 교체되었고 모든 뉴스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정도전>과 <참 좋은 시절> 등의 녹화도 중지된 상태"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해당 드라마는 결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회사는 이날 노조의 파업에 엄정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회사는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파업을 "목적, 절차 등 모든 면에서 노조법이 요구하는 정당한 파업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파업"으로 정의했다. 이어 회사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타협과 관용이 없음을 명확히 선언하고, 사규위반에 따른 징계책임과 불법행위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개 숙인 KBS 양대 노조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세월호 침몰사고 부실 보도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유성호


거리로 나선 KBS 양대 노조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길환영 KBS 사장 퇴진' 대형현수막 펼치는 KBS 양대 노조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KBS 연구동 외벽에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유성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