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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비가 '추모'가 아닌 이유

[주장] 애도만 있는 국가 주도의 추모... 성찰있는 추모 방법 고민해야

등록|2014.05.31 14:04 수정|2014.05.31 14:04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정말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라고, 희생자들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억하는 것이 희생자들을 위한 우리의 책임 있는 선택일까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말한 '추모비'만 건립하면 될까요? '4·16'만 기억하면 될까요? 희생자들의 이름 몇몇만 기억하면 우리가 책임을 다 한 게 될까요? 그게 진정으로 '잊지 않을게요'에 대한 행동과 실천이 될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세월호'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추모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비가 '추모'가 아닌 이유

추모는 슬픔만 떠올리는 행위입니다. 추모는 희생자들만을 기념합니다. 그 외의 가족의 아픔과 자원봉사자의 활동, 언론인들의 활동은 배제 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애도만이 있을 뿐입니다.

추모는 국민 개개인이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잊게 만듭니다. 우리가 산 자의 책임을 다 하고자 한다면 추모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 다. 그래서 잘못된 것들을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추모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결과, 과정을 다루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개개인들은 앞으로 '희생당하지' 않을 행동만을 찾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기심만을 쫓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추모는 국가의 기억만을 드러내게 되고, 희생자 개개인의 '목소리'와 그 일을 당한 '유족들'의 목소리는 '배제' 시키게 됩니다. 결국 국가의 관점은 역사의 공식기억으로 남게 되고, 그 일을 통해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든 침몰하는 배를 향해 아무도 '탈출해라'를 외치지 못한 그 책임을 묻고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 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본에 종속되어 있으며 잘못된 언론과 국가에 잠식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같이 있어주진 못했지만... 그들을 영원히 기억합시다

박물관에서는 수집과 전시, 연구과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세월호 사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후세대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4월 16일 사건 당일부터 그 사건이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희생자만 추모하는 방식은 관련 참사에 대한 매우 부적절한 기념 방식입니다.

'세월호 박물관'에 기록되는 '관점'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관점이어야 합니다.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제1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어떻게 이 참사에 참여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뜨지 못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댓길에 "보고싶다 아들, 엄마도 카네이션 달아줘야지... 너무 보고싶다"라고 적은 노란리본이 말없이 나부끼고 있다. ⓒ 남소연


세월호 참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도 기록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안산과 진도 등에서 포스트 잇 등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의 아픔과 자원봉사자의 노고, 장례지도사와 잠수사들의 노력 등과 실제 현장에서 구조했던 어민들의 목소리 등도 모두 담아내야 합니다.

더구나 평화로운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끌려간 사람들의 말은 아예 수집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기록들도 모두 모아 주셔야 합니다. 지금 진도 등에서 김익한 명지대 대학원 교수님께서 기록하고 계십니다만, 일손이 매우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유족분들은 유품을 잘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유품들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분들도 참여했던 기록들을 빠짐없이 기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장례지도사 분들, 민간잠수사 분들 등 모든 이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기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사 기자도 기록을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해경이 해체된다고 하니, 해경의 기록물들도 수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집품을 관리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담아내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주체가 돼 세월호 여객선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물론 박물관은 국가에서 일부 지원을 받더라도 시민들이 '1:1' 혹은 '1:다' 후원하면서 그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배안에 탔던 모든 이들을 소조상으로 만들고 그 비용을 다수의 사람들이 후원하는 겁니다.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후원한 이들 모두가 박물관 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박제'가 된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의미있는 '세월호 박물관'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우리가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에 답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오명숙 기자는 사단법인 한국박물관 학회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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