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 청와대 게시판에 글 올려 "우리도 이 나라 국민"
밀양 상동면대책위 김영자 총무 "밀양 송전탑 주민이 드립니다" 글 올려
"저희들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9년을 싸워온 이야기를 어찌 몇 장의 종이에다 다 옮기겠습니까마는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경찰 병력을 동원한 강제 철거가 아니라,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이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밀양 상동면대책위 총무인 김영자(58)씨는 30일 청와대 게시판에 "밀양 송전탑 주민이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4곳에서 움막농성하고 있는데, 밀양시와 한국전력공사는 철거를 요구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다. 밀양시는 6월 2일까지 움막을 철거하라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움막 강제철거가 다가오면서 밀양 주민들은 여러 경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지방선거가 종료되면 움막 농성장 현장은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자 총무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밀양 송전탑 주민이 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저는 밀양시 상동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김영자입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곡식들이 자라는 모습이 좋았고, 그 열매와 잎들과 줄기가 우리의 먹거리가 되는 것이 너무 좋아 저 역시 쉰 여덟이 되는 지금까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내가 생산한 채소나 과일들이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려지고, 그 과일의 맛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힘든 농사일을 나의 천직으로 생각하며 불평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평화롭기만 하던 우리 마을에 76만 5천 볼트 송전탑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우리 모두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이 엄청난 전기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사는 힘없는 자들이 짓밟히는 공사라는 것을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산과 산을 건너서 가야 할 송전탑이 권력의 힘에 의해 마을로 내려와, 마을 앞 논과 밭에 세워지면서 이 나라가 풀어야할 골치 아픈 사업 중 하나가 되었지요. 한전 사장이, 산자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밀양으로 내려오는 일까지 있었지만, 총리는 언론 플레이만 무성했고, 우리 반대 주민들은 만나서 대화도 하지 않았고, 산자부 장관 역시 경과지를 잠깐 둘러보긴 했지만 반대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대통령님! 산외면 보라마을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시고, 상동면 고정마을 유한숙 어르신이 음독 하셨고, 또 한 분이 수면제를 음독하려 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권력의 힘에 의해 송전탑이 마을로 내려왔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며 송전탑 3개를 더 세우는 산외면과 경북 청도군을 지나지 않으려고 마을로 내려와 한 마을을 송전선으로 갈라놓고 논과 밭에 세워지며 다시 올라가는 상동면은 13개의 송전탑이 더 세워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책사업이라고 밀어붙이는 이 공사는 주민과의 합의도 되지 않은 채 매일 경찰 병력 3000명 이상을 동원하여 지금껏 강행되었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70~80대 노인분들인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책 사업이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런데 송전탑 1기에 30억 이상 드는 공사를 권력의 힘에 의해 수백억을 낭비하며 저희들의 삶의 터전을 마을을 초토화 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말씀 하셨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요.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님이 청와대에 들어가신 그 순간부터 왜 이렇게 더 힘이 드는지요? 경찰 병력에 의해 꼬집히고 짓밟히고 떠밀려 많은 사람들이 몸을 다쳐야 했고, 지금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4곳 움막 농성장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이 날아든 상태고, 합의를 둘러싼 한전의 분열공작으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파탄 난 상황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합의는 공사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사 시작할 때까지 합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한전은 결국 철탑이 하나 둘씩 세워져가자 이제는 공사 끝날 때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돈을 회수하겠다고 하면서 주민들을 윽박지르고, 주민들을 굴복시키는 작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탑 세워지는데 돈까지 떠내려가면 어떡하냐'며 하나 둘씩 합의를 시작해서 마을에는 합의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서로 싸우고 험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래 윗집에 사는 사촌 간에 말을 하지 않고, 집안 간에, 이웃 간에 서로 원수가 되어버려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저희 대책위에서도 밝혔듯이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합니다. 계고장 날렸다고 강제 철거 한다면 또 다른 사고가 터질 게 분명합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저희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말합니다. 저희들을 전부 데모꾼이라고, 저는 그 말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르실 겁니다.
저는 올해 1월 첫 주민 전체 회의 때,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적으라는 종이에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저희는 정말로 농사짓고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문 데모꾼이라니. 그러면 국민을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전문 사기꾼들인가요? 라고 묻고 싶네요.
대통령님! 경주 리조트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모두가 정부가 대응이 늦어서, 미리 챙기지 못해서 정부의 책임이니 보상하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저의 책임"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희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이렇게 삶의 터전을 잃어야하고 생명에 위협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들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9년을 싸워온 이야기를 어찌 몇 장의 종이에다 다 옮기겠습니까마는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경찰 병력을 동원한 강제 철거가 아니라,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5월 29일.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 올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이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밀양 상동면대책위 총무인 김영자(58)씨는 30일 청와대 게시판에 "밀양 송전탑 주민이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에 사는 주민 김영자씨는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 밀양역 광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때 '밀양 할매 합창단'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목발을 짚으면서 걸어가는 모습으로, 김씨는 송전탑 반대 투쟁하다 다리를 다쳤던 것이다. ⓒ 윤성효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4곳에서 움막농성하고 있는데, 밀양시와 한국전력공사는 철거를 요구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다. 밀양시는 6월 2일까지 움막을 철거하라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움막 강제철거가 다가오면서 밀양 주민들은 여러 경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지방선거가 종료되면 움막 농성장 현장은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자 총무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밀양 송전탑 주민이 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저는 밀양시 상동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김영자입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곡식들이 자라는 모습이 좋았고, 그 열매와 잎들과 줄기가 우리의 먹거리가 되는 것이 너무 좋아 저 역시 쉰 여덟이 되는 지금까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내가 생산한 채소나 과일들이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려지고, 그 과일의 맛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힘든 농사일을 나의 천직으로 생각하며 불평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평화롭기만 하던 우리 마을에 76만 5천 볼트 송전탑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우리 모두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이 엄청난 전기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사는 힘없는 자들이 짓밟히는 공사라는 것을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산과 산을 건너서 가야 할 송전탑이 권력의 힘에 의해 마을로 내려와, 마을 앞 논과 밭에 세워지면서 이 나라가 풀어야할 골치 아픈 사업 중 하나가 되었지요. 한전 사장이, 산자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밀양으로 내려오는 일까지 있었지만, 총리는 언론 플레이만 무성했고, 우리 반대 주민들은 만나서 대화도 하지 않았고, 산자부 장관 역시 경과지를 잠깐 둘러보긴 했지만 반대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대통령님! 산외면 보라마을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시고, 상동면 고정마을 유한숙 어르신이 음독 하셨고, 또 한 분이 수면제를 음독하려 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권력의 힘에 의해 송전탑이 마을로 내려왔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며 송전탑 3개를 더 세우는 산외면과 경북 청도군을 지나지 않으려고 마을로 내려와 한 마을을 송전선으로 갈라놓고 논과 밭에 세워지며 다시 올라가는 상동면은 13개의 송전탑이 더 세워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책사업이라고 밀어붙이는 이 공사는 주민과의 합의도 되지 않은 채 매일 경찰 병력 3000명 이상을 동원하여 지금껏 강행되었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70~80대 노인분들인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책 사업이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런데 송전탑 1기에 30억 이상 드는 공사를 권력의 힘에 의해 수백억을 낭비하며 저희들의 삶의 터전을 마을을 초토화 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말씀 하셨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요.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님이 청와대에 들어가신 그 순간부터 왜 이렇게 더 힘이 드는지요? 경찰 병력에 의해 꼬집히고 짓밟히고 떠밀려 많은 사람들이 몸을 다쳐야 했고, 지금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4곳 움막 농성장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이 날아든 상태고, 합의를 둘러싼 한전의 분열공작으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파탄 난 상황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합의는 공사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사 시작할 때까지 합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한전은 결국 철탑이 하나 둘씩 세워져가자 이제는 공사 끝날 때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돈을 회수하겠다고 하면서 주민들을 윽박지르고, 주민들을 굴복시키는 작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탑 세워지는데 돈까지 떠내려가면 어떡하냐'며 하나 둘씩 합의를 시작해서 마을에는 합의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서로 싸우고 험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래 윗집에 사는 사촌 간에 말을 하지 않고, 집안 간에, 이웃 간에 서로 원수가 되어버려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저희 대책위에서도 밝혔듯이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합니다. 계고장 날렸다고 강제 철거 한다면 또 다른 사고가 터질 게 분명합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저희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말합니다. 저희들을 전부 데모꾼이라고, 저는 그 말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르실 겁니다.
저는 올해 1월 첫 주민 전체 회의 때,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적으라는 종이에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저희는 정말로 농사짓고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문 데모꾼이라니. 그러면 국민을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전문 사기꾼들인가요? 라고 묻고 싶네요.
대통령님! 경주 리조트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모두가 정부가 대응이 늦어서, 미리 챙기지 못해서 정부의 책임이니 보상하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저의 책임"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희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이렇게 삶의 터전을 잃어야하고 생명에 위협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들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9년을 싸워온 이야기를 어찌 몇 장의 종이에다 다 옮기겠습니까마는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경찰 병력을 동원한 강제 철거가 아니라,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5월 29일.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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