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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깨끗하면 치킨파티"... 이런 학교도 있다

행복한 화장실 꿈꾸는 교장이 있는 학교... 행복해 보입니다

등록|2014.05.30 16:05 수정|2014.05.30 16:05

▲ 깨끗하게 개선된 무선중학교 남학생 화장실 모습. 학생들이 마음놓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은 반드시 큰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 오문수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 걱정도 하고, 깊은 생각도 하고, 남몰래 고통을 견디기도 하고, 즐거울 때 혼자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 곳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급해서 괄약근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쓰다 마지막 순간에 우연히 발견해 찾아간 화장실에서 맞이한 배출은 환희의 순간이기도 하다.

화장실은 근심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배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절에서도 '해우소(解憂所)'라고 했을까. 영어권에서도 화장실을 '편안한 방'이라며 레스트룸(restroom)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방해를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던 나는 여러 학교를 돌아다녀봤다. 학생들이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청소한 티가 가장 안 나는 곳이 화장실이다. 금방 청소를 했지만 화장지가 넘쳐 굴러다니고 오물과 쓰레기가 남학생 소변기에 버려져 있거나 여학생 생리대가 변기를 막는 경우도 있다. 청소구역을 정할 때 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도 화장실이다. 그러나 그런 일반적 상식을 깨는 학교가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화장실 깨끗하면 치킨파티"... 변화가 시작됐다

▲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조영만 교장은 불결한 화장실을 개선해 학생들의 마인드까지 바꾸고 있다 ⓒ 오문수


전남 여수 화장동에 있는 석유화학고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조영만 교장은 여수국가산업단지인 LG화학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초에 초빙교장으로 오신 분이다. 조 교장은 부임하기 전 학교를 둘러보다 더러운 화장실에 크게 실망했다. 부임하자마자 간부들과 회의를 하며 화장실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학생이 사회에 나가 무얼하겠습니까?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도록 하고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합시다." 
"안됩니다. 학생들이 화장지를 둘둘 말아 변기에 처박아 변기를 뚫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이걸 통해서 인성교육을 한번 해봅시다. 화장지 하나도 관리 못하는 학생을 어떻게 산단에 취직시킬 수 있습니까?"

그는 부임하자마자 전교생에게 "화장실이 깨끗해지면 담당학생들과 화장실에서 치킨파티를 열겠습니다"라고 공언했고 약속대로 3학년 2반 학급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치킨 20마리를 주문해 파티를 열었다. 그 이후의 화장실 관리는 말할 것 없고 올해는 무감독 시험까지 치렀다. 학교와 학생들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수석유화학고 후문과 정문이 마주한 여수무선중학교에는 지난해 9월 최홍섭 교장이 부임했다. 부임하자마자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만족도가 낮은 것을 알게 된 최 교장은 학급 및 학생회 임원들이 참여하는 학생회에 참석했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통학문제인지, 학교 시설 때문인지, 선생님들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가 부족해서인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문고리가 부서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며 불안해하거나 지저분한 화장실이 문제였다.

당장 고장난 환풍기를 수리하고, 문고리를 재정비했다. 부서진 칸막이를 수리하고, 화장지를 각 교실에 분배했다. 예산이 소요되지만 한 달에 한 번 하던 용역업체의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늘렸다.

얼마 후 화장실 상태가 조금 나아졌지만 문제는 학생들의 의식과 자세에 있었다. 휴지를 통째로 넣는 학생, 체육복을 그대로 변기에 넣는 학생, 과자나 빵 비닐봉지를 화장실에 버리는 행위가 계속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화장실 사용법에 대해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했다. 

▲ 학생이 사용하는 교실 천장에는 최신형 에어컨이 설치됐지만 교장실과 교무실은 아직도 구형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는 무선중학교 교무실 모습.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학교를 행복한 학교로 변화시키고 있다. ⓒ 오문수


학교를 둘러보면 학생 화장실이 교사 화장실보다 더 시설이 좋다. 예산이 부족해서 학생 화장실만 고쳤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천장에는 최신 에어컨 시설이 돼 있지만, 교장실과 교무실에는 낡은 에어컨이 교무실 한쪽에 서 있다.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배려하는 학교는 달라지고 있다. 3학년 남학생에게 달라진 화장실에 대해 물었다.

"화장실이 훨씬 더 깨끗해지고 냄새도 덜나요. 친구들도 화장실을 더럽게 쓰지 않아서 깨끗해진 화장실 때문에 좋아요."

어떤 집단이나 사회, 국가의 수준을 알려면 공중화장실을 보면 안다고 한다. 작은 것,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크게 여기고 귀하게 여기면 모두가 행복해 진다.  두 교장의 작은 사랑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큰 열매로 돌아온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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