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추적 검찰, 체력·체면·수사력 모두 바닥?
짧은 시간 집중수사 성과 지적도 있어...'일부러 안 잡나?' 의혹도 제기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회장이 지난 16일 검찰 소환조사에 나오지 않은 뒤부터 보름째 검찰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세간엔 '일부러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유 전 회장 수사에 대해 최근 SNS에서 도는 의혹은 '유병언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엔 '6·4 지방선거 투표일 직전에 극적으로 검거에 성공,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내용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온 가차 없는 공권력 집행 양상과 달리 금수원에 모인 신도들과 협상을 하며 압수수색을 미룬 대목이 이런 의혹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수사와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철야수사에 이은 현장 노숙, 체력 바닥 임박
그런데 유 전 회장 검거를 맡은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 분위기를 살펴보면 일단 '일부러 안 잡는다'고 간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언론을 상대하고 있는 김회종 2차장의 얼굴에선 평소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표정이 싹 사라졌다. 인천지검 관계자가 "팔팔하던 2차장이 절인 배추처럼 됐다"고 걱정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회장 검거를 독촉한 뒤에 더 확연해졌다.
고생은 전남 순천 등 유 전 회장이 숨었다고 의심되는 지역에 급파된 검사와 수사관들이 더 하다. 현장 파견 뒤 연속 3~4일을 차에서 지낸 사례는 보통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는 사나흘 같은 옷만 입고 있는 검거팀이 딱해서 옷을 사주기도 했다. 지난 18일 내려진 수사팀 전원철야 지시에 이은 현장 철야다.
그러나 "뜻이 하늘에 닿는데, 잡히지 않겠나"라는 인천지검 관계자의 바람과는 달리 유 전 회장의 종적은 아직 묘연하다. 현장 검거팀의 체력이 고갈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력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만한 정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사팀은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나흘 전인 지난 17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갔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4일부터 유 전 회장이 순천에 머물렀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장남의 고급 외제 승용차가 다닌 흔적이 순천 곳곳에서 발견됐는데 여기에 유 전 회장이 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급습했지만 놓치고만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서도 유 전 회장의 지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을 놓친 지난 25일 도주에 이용했다고 간주한 은색 EF소나타 승용차는 닷새가 지난 30일에야 전북 전주시에서 발견했다. 검찰은 30일도 "유 전회장이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수색 중"이라고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묘연한 상태다.
유 전 회장에 5억원, 장남 유대균씨에게 1억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서인지 시민의 제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검거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30일 오후 전주시에서 수배된 유대균씨 소유 승용차와 차량번호가 같은 차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어 경찰이 추격했지만 차량 번호가 유사한 다른 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거 전 추격 상황이 그대로 언론에 전달돼 보도되는 등 수사보안에 취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현수막 철거엔 집요...체면 바닥
그런데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소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윗분'의 심기는 살뜰하게 챙기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걸어놓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 보자' 현수막 철거를 종용했던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애초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구원파 신도들의 추가 폭로에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신도들에 따르면 현수막 철거를 종용한 인물은 유 전 회장 검거팀장인 인천지검 외사부장이었다.
구원파 신도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해 내건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은 또다른 검사 선후배간의 법정 송사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25일 심재륜 전 부산지검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에 나섰다.
심 전 고검장은 지난 25일 한 종편TV에 출연해 대전지검에서 오대양사건 재수사를 지휘하던 중 법무부장관이던 김 비서실장이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교체한 일을 언급하면서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비서실장이 "당시 검찰 인사는 오대양 사건 재수사와 무관하게 미리 예고된 정기인사였다"며 심 전 고검장을 고소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뒤 한달이 채 못되는 기간동안 주식 하나 없는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이며, 그 일가가 여러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 입증에 많은 진척을 보였다. 통상의 특수사건 수사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기간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선 체력도 실력도 체면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유 전 회장 수사에 대해 최근 SNS에서 도는 의혹은 '유병언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엔 '6·4 지방선거 투표일 직전에 극적으로 검거에 성공,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내용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온 가차 없는 공권력 집행 양상과 달리 금수원에 모인 신도들과 협상을 하며 압수수색을 미룬 대목이 이런 의혹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수사와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철야수사에 이은 현장 노숙, 체력 바닥 임박
▲ 금수원 빠져 나오는 검찰21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시설 금수원에서 수색에 들어갔던 검찰 차량이 빠져 나오고 있다. ⓒ 이희훈
그런데 유 전 회장 검거를 맡은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 분위기를 살펴보면 일단 '일부러 안 잡는다'고 간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언론을 상대하고 있는 김회종 2차장의 얼굴에선 평소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표정이 싹 사라졌다. 인천지검 관계자가 "팔팔하던 2차장이 절인 배추처럼 됐다"고 걱정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회장 검거를 독촉한 뒤에 더 확연해졌다.
고생은 전남 순천 등 유 전 회장이 숨었다고 의심되는 지역에 급파된 검사와 수사관들이 더 하다. 현장 파견 뒤 연속 3~4일을 차에서 지낸 사례는 보통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는 사나흘 같은 옷만 입고 있는 검거팀이 딱해서 옷을 사주기도 했다. 지난 18일 내려진 수사팀 전원철야 지시에 이은 현장 철야다.
그러나 "뜻이 하늘에 닿는데, 잡히지 않겠나"라는 인천지검 관계자의 바람과는 달리 유 전 회장의 종적은 아직 묘연하다. 현장 검거팀의 체력이 고갈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력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만한 정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사팀은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나흘 전인 지난 17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갔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4일부터 유 전 회장이 순천에 머물렀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장남의 고급 외제 승용차가 다닌 흔적이 순천 곳곳에서 발견됐는데 여기에 유 전 회장이 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급습했지만 놓치고만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서도 유 전 회장의 지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을 놓친 지난 25일 도주에 이용했다고 간주한 은색 EF소나타 승용차는 닷새가 지난 30일에야 전북 전주시에서 발견했다. 검찰은 30일도 "유 전회장이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수색 중"이라고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묘연한 상태다.
유 전 회장에 5억원, 장남 유대균씨에게 1억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서인지 시민의 제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검거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30일 오후 전주시에서 수배된 유대균씨 소유 승용차와 차량번호가 같은 차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어 경찰이 추격했지만 차량 번호가 유사한 다른 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거 전 추격 상황이 그대로 언론에 전달돼 보도되는 등 수사보안에 취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현수막 철거엔 집요...체면 바닥
그런데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소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윗분'의 심기는 살뜰하게 챙기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걸어놓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 보자' 현수막 철거를 종용했던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애초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구원파 신도들의 추가 폭로에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신도들에 따르면 현수막 철거를 종용한 인물은 유 전 회장 검거팀장인 인천지검 외사부장이었다.
▲ 검찰 진입한 직후 금수원 "우리가 남이가" 경찰이 21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시설 금수원 앞으로 집결한 가운데 검찰이 차량으로 진입한 직후 우리가 남이가 라고 적히 현수막을 붙히고 입구를 봉쇄했다. ⓒ 이희훈
구원파 신도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해 내건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은 또다른 검사 선후배간의 법정 송사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25일 심재륜 전 부산지검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에 나섰다.
심 전 고검장은 지난 25일 한 종편TV에 출연해 대전지검에서 오대양사건 재수사를 지휘하던 중 법무부장관이던 김 비서실장이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교체한 일을 언급하면서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비서실장이 "당시 검찰 인사는 오대양 사건 재수사와 무관하게 미리 예고된 정기인사였다"며 심 전 고검장을 고소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뒤 한달이 채 못되는 기간동안 주식 하나 없는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이며, 그 일가가 여러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 입증에 많은 진척을 보였다. 통상의 특수사건 수사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기간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선 체력도 실력도 체면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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