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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한마디에 딱 걸린 시골버스의 횡포

화천 시외버스, 장거리 고객만 태웠다 곤혹

등록|2014.06.01 16:40 수정|2014.06.01 16:40

▲ 화천 공영버스터미널, 새롭게 단장되었지만 버스기사들의 불친절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 신광태


"대체 승객을 가려서 태우는 버스회사가 어디 있답니까?"

지난 5월 27일 저녁, 내게 전화를 건 여성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목소리 톤을 높였다.

시민기자 생활 3년차, 이런 제보는 흔치 않다. 마을에 경사가 있다거나 어느 개인에 대한 수범사례 취재 요구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 외 대부분은 취재원과의 사전연락을 취하고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천~춘천(또는 춘천~화천)까지의 노선은 두 개의 회사(강원고속, 진흥고속)에서 번갈아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화천은 주민 수(2만5000명)보다 군인 수(3만5000여명)가 더 많다. 휴가 장병, 면회객 등 다수의 고객은 군인 또는 그 가족들이다. 해마다 1월에 열리는 산천어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의 수송을 위해 버스회사는 증차를 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전철을 비롯한 ITX가 생긴 이후 화천을 찾는 관광객 수는 급증했다. 이들이 춘천역에서 화천까지 가는 방법은 시외버스가 유일하다.

회사 이익을 위해 장거리 손님만 태웠다

제보내용은 이렇다. 지난 27일, 화천에서 춘천을 경유 서울로 향하는 11시발 진흥고속 버스, 그날은 평일임에도 유독 승객들로 붐볐단다. 휴가병들 때문인지, 유독 군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30여분 전부터 승객들은 기다랗게 줄을 만들었다. 좌석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가시는 손님들 먼저 타세요."

출발시간인 11시에 임박해 버스에 오른 기사는 느닷없이 줄을 선 승객들을 향해 '서울 가는 사람들 먼저 타라'는 말을 했단다. 이 버스의 최종 종착지는 서울 구의동이다. 그러나 무정차는 아니다. 춘천에 정차를 했다가 서울로 향하는 버스다. 노선에도 '화천-춘천-구의동'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럼 30분전부터 뙤약볕에서 줄을 서 있던 사람은 어쩌란 말입니까?"

줄을 섰던 사람들 중엔 (춘천이 목적지인) 할머니도 있었고 할아버지도 있었다고 했다. 기사는 대꾸도 하지 않고 서울행 티켓이 확인된 사람만 차에 태웠단다. 그러곤 '세월호 참사 이후 입석을 허용하면 큰일난다'며 서둘러 문을 닫고 출발해 버렸다고 했다. 수업시간을 놓치게 된 대학생, 회의 참석시간에 맞추어 나온 관공서 직원 등 남겨진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버스회사는 버스를 1대 증차했다. 

"처음부터 승객들이 많다고 판단했으면, 증차 예고를 하고 서울행 승객을 먼저 태웠다면 불만은 없었을 거다. 남아있는 승객들 약 올리는 듯한 말투에 이어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듯 증차를 한 회사의 저의를 모르겠다."

제보자는 '이런 일은 세상에 밝혀져야 개선된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뭣 좀 여쭈어 볼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어제 버스사건 때문에 그러시죠? 군청에서 회사 입장을 이해해 주셔야 해요."

진흥고속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그는 (춘천~화천 노선은)평소엔 적자 운영을 한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이어 '어제의 경우는 제대 군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 평소엔 승객들이 반도 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건 묻지 않겠습니다. 어제 11시 버스는 서울까지 무정차는 아니죠? 그런데 미리 줄을 서 있던 승객들은 무시하고 서울행 손님을 먼저 태웠던 것은 회사수익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못타 신 분들 15명에 대해서 우리가 증차를 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는 버스를 타지 못한 춘천행선지 승객 15명에 대해 회사에서 특별히 배려를 했다는 말과 버스회사의 입장을 군에서 이해해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뭘 이해해 달란 말인가요? 회사의 수익을 위해 승객들은 불편해도 괜찮다? 그렇게 이해해 달란 말인가요?"

집요한 질문에 그는 승객을 차별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신의 소소한 제보, 대형사고를 예방합니다

▲ 1976년3월1일자 동아일보 기사 ⓒ 동아일보 갈무리


"혹시 페친 분들 중에 화천까지 버스로 오시면서 불편을 겪었던 일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시지 남겨 주시겠습니까!"

보다 다양한 사례 수집을 위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많은 제보 중 "버스가 너무 달린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춘천에서 화천까지(50여분 소요)의 56번 국도는 북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곳이 많다. 만에 하나 운전자의 부주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1976년 2월28일, 춘천에서 화천으로 향하던 버스가 강으로 추락해 탑승객 32명 모두 숨지는 대형 참사가 있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과속 또는 운전자 부주의로 추정됐다. 현재 도로상황은 비포장에서 포장으로 바뀌었을 뿐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차선 도로형태도 그대로다. 포장을 했기 때문에 차량이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큰 문제일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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