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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박헌영 아들과 친북좌파 단체 설립" 박원순 "이번 선거는 과거 대 미래의 싸움"

서울시장 후보 마지막 토론회... 색깔론·이념공세로 '얼룩'

등록|2014.06.03 09:10 수정|2014.06.03 13:33

지방선거 D-2, 정몽준 박원순 마지막 TV토론정몽준 새누리당,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일 밤 종합편성채널 JTBC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TV토론을 하기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 남소연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일 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이날 오후 9시 40분 종합편성채널 <JTBC>가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역전을 노리고 있는 정 후보는 선거전 중반부터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서울시 '급식 논란'을 예상대로 꺼내 들었다. 여기에 박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더 높아지면서 이날 토론회는 색깔론과 이념 공세로 얼룩졌다. 박 후보는 정 후보의 급식 공세를 적극 반박했다. 정 후보가 제기한 색깔론에 대해서는 철지난 선거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두 후보는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도 못한 채 토론에 돌입하는 등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후보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10여 분이나 넘겨 끝났다.

[급식] "농약급식 묵인"-"사실 아닌데 불안감 조성 안 돼"

이날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서울시 '급식 논란'이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농약 묻은 식자재가 아이들 식탁에 올라간 적이 없다고 했는데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친환경 농산물에 농약이 포함돼 있었다고 적시돼 있다"며 "3년간 10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농약급식을 먹었는데 이게 박 후보 말대로 미미한 문제냐"고 포문을 열었다.

정 후보는 또 "박 후보가 이런 사실을 2012년경, 늦어도 2013년에 알았는데 어떻게 최근까지 방치했느냐"며 "잔류농약이 있는 농산물 납품업체에 대해 납품 영구 금지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박 후보가 상당 기간 눈감고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도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박 후보는 감사원이 서울시에 통보한 보고서를 꺼내들고 "이 자리에서 서울시민들께 정확히 말씀 드리겠다"며 "서울시에 통보된 '감사결과 처분요구 및 통보' 문건에는 어디에도 잔류 농약이 있는 식자재가 학교에 공급됐다거나, 그래서 어떤 처분이 필요하고 누구를 징계하라는 등의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감사원이 주의를 준 건 잔류 농약 때문이 아니고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가 이를 발견해 폐기처분했으면 다른 국가기관과 공유해야 하는데 공유하지 않아 주의를 받은 것"이라며 "(정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급식 논란을 다룬 <오마이뉴스> 기사를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인용해 "(이번 사태가) 잔류 농약 검사를 벌인 정부기관이 그 결과를 서울시에 알려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서울시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 867개교 농약급식? 감사원 "서울시 책임 아니다").

이에 정 후보는 준비해온 감사원 보고서를 꺼내들고 "인용한 언론기관이 편향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론이 아니라 정부보고서를 인용해야 한다"며 "중요한 토론회에서 감사원 보고서가 아니라 신문을 인용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서울시 급식이 99% 안전하다고 했는데 농산물은 100% 안전해야 한다"며 "99% 안전하다고 하면서 (제가) 침소봉대한다고 하는데 개념 정립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정 후보 측 사람들이 (급식 문제를 가지고) 초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먹는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얼마든지 진실에 대해서는 다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감소] "오세훈 덕"-"오세훈 때 빚 20조로 늘어"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 성과 중 하나로 제시한 부채 감축에 대해서도 오세훈 전 시장 덕이라고 깎아내렸다.

정 후보는 서울시 부채 3조5000억 원 감소에 대해 "박 후보가 줄였다고 하는데 오세훈 전 시장 때 산 마곡지구 땅이 잘 돼서 된 것"이라며 " 박 후보는 운이 좋은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고건 전 시장 시절 7조 원이던 서울시 채무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을 거치며 13조 원이 늘어 20조 원이 됐다. 하루 이자만도 21억 원이 나갔다"며 "오 전 시장이 남긴 빚을 여러 사업을 열심히 하고 예산낭비를 막아 줄인 것인데 오 전 시장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건 정말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허가 건수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정 후보는 박 후보 시장 재임 시절 재개발·재건축 허가 건수가 393건 중 7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박 후보는 허위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인가 건수가 61건이고 강남 3곳을 포함해 39곳이 재개발 구획 지정이 됐다"며 "재개발 허가 건수가 7건이라는 것은 완전 허위다. 어디서 그런 정보가 나왔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은 자료"라고 맞섰다.

두 후보가 모두 서울시 자료라고 주장하자 토론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는 "두 자료를 모두 가져가 취재해 보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선거 D-2, 정몽준 박원순 마지막 TV토론정몽준 새누리당,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일 밤 종합편성채널 JTBC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TV토론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정몽준의 색깔론] "서울시정 너무 왼편으로 끌고가"

이날 토론은 정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과 이념 공세가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토론의 첫 주제였던 '후보 경쟁력'과 관련해 박 후보는 "시중에 박원순은 서울을 이야기 하는데 정몽준은 박원순만 이야기하고, 박원순은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정몽준은 낡은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정몽준이 박원순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박 후보는 3년간 서울시정을 책임지면서 너무 왼편으로 끌고 갔다. 이를 평가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후보자들이 상호간에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마지막 토론 순서에서도 정 후보의 색깔론과 이념공세가 이어졌다.

정 후보는 먼저 "박 후보는 제주해군기지를 미국의 전쟁침략기지라고 주장하는 문서에 서명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네, 아니오로 답해 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가 "양쪽 후보자간 합의한 룰은 1분 답변을 보장하게 돼 있다"고 제지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준비해온 각종 이념 공세를 쏟아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책에 우리나라 역사가 '원한의 박물관', '원죄의 창고'라고 썼는데, 죄송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이런 표현을 쓰시는 것을 못 봤다"며 "우리나라가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표현은) 북한에 쓰셔야지 우리에게 쓰느냐"고 따졌다.

이어 "(박 후보가) 남로당 당수였던 박헌영의 아들과 친북좌파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했고 그 연구소 출신들이 지금 문제라고 하는 좌편향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대거 포함돼 있다"며 노골적인 이념 공세를 폈다.

[박원순 반격] "색깔론은 철지난 것... 서울시정 더 연구하라"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다. 색깔론은 철지난 것"이라며 "저는 과거 공익적 시민운동가로서, 서울시장으로서 국가의 원칙, 헌법,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고 실제 그렇게 활동해 왔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또 "저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서울시에 대한 연구를 더 해주시면 좋겠다"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당시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주민입장과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원만하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의 공세는 계속됐다. 과거 박 후보가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의 활동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시민운동을 한 것은 맞는데 편향된 운동을 했다"며 "아름다운재단이 대표적인 '먹튀' 론스타에게 어떻게 9억 원을 받느냐, 그렇게 받고 공익적 시민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이어 "박 후보가 기부 받으러 갔다가 안 주면 나쁜 사람 만든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아름다운 재단인지 공포 재단인지 구별이 안된다"며 "우리나라 대기업들 꼼꼼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을 텐데 참여연대를 통해 기업을 적당히 유혹하고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후원을 받으면 그게 분별력 있는 태도였느냐"고 따졌다.

박 후보는 "그런 일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박 후보는 "아름다운재단은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문화를 씨 뿌리고 개척한 곳"이라며 "사람의 마음을 사야 돈이 따라오는 것이지, 기부는 억지로 할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일해 왔고 그래서 시민들의 신뢰를 받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참여연대를 통해) 개인적 로비를 하고 억지로 기부를 강요했다면 제가 여기 이 자리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의 이념 공세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계속됐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도움을 받았고 서울시를 공동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통합진보당이 운영하는 서울시가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아가느냐 새 사회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선거"라며 "서울의 변화를 이대로 멈출 수 없다면 꼭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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