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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이 두려워도, 준비하면 극복 가능해!

[서평] 독신여성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독신의 오후>

등록|2014.06.03 14:28 수정|2014.06.03 14:28
20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여 정말 정신없이 34년을 보낸 어느 퇴직남은 요즘 무엇을 하며 살까를 고심하고 있다. 아직 두 자녀는 대학원과 대학에 다니고, 아내와 함께 노후를 즐기며 살기에는 50대 후반인 자신의 나이가 젊다는 이유와 편안하게 쉬면서 여가를 즐길 만큼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사유도 있다,

물론 스스로도 은퇴를 하여 쉬면서 여행이나 다니고 인생을 즐기기에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 많기도 하다. 한국의 은퇴 연령은 평균 70살이 넘는다고 한다. OECD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고, 복지가 좋다는 유럽에 비하면 과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쩌면 2014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40~50대는 누구나 많은 고민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힘들지만, 집 장만에 자녀 교육에 치이다 보면 노후 대비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어려움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국에서 좋은 사례가 되어, 우리의 노후를 준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학인 도쿄대학 교수로 있는 독신여성 우에노 지즈코 선생의<독신의 오후>(현실문화)는 일본에서도 75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독신의 오후>독신여성 우에노 지즈코 교수 ⓒ 현실문화


아주대학교 사회학 노명우 교수는 "남자는 추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라는 구체적 모습으로 나이든다. 남자의 나이듦을 인간의 나이듦으로 착각하는 오래된 관습이 지배하는 지금,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의 나이듦을 탐색한다. 그리고 자신이 남자임을 망각할 때 빠지는 깊은 오류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모색한다.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들 때 '약점을 인정할 수 없는 약점',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는 남자 특유의 질병은 악화되기 쉽다. 이 남자 고유의 질병이 치료되지 않고 그 병세가 악화되는 한, 남자의 나이듦은 추함을 보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병을 치유하지 못한 채 늙어버린 남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남자가 되기 싫다면, 이 책에 담긴 우에노 지즈코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며 우에노 선생의 저작을 추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은퇴 이후의 인생 2모작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으로 꾸준히 준비할 것을 당부한다. 새로운 밥줄을 구하기 위한 노력, 돈 많은 부자보다는 사람이 많은 부자가 되길 당부하기도 한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을 강조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새로운 배움과 취미 활동을 준비할 것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나이든 남자의 시간 때우기 비법은 과히 절묘하다.

그 예로 시(詩)에서 클래식까지 공부하는 평생 교양파가 될 것, 스키에서 카누까지 건강하면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파가 되는 방법, 취미가 같지 않는 부부의 공통의 취미 만들기 방법, 아울러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시간 보내기 방법, 자신의 학력과 사회적인 지위에 맞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누구나 가능한 소일거리를 찾는 방법과 아내와 함께 활동하는 법, 요리교실에 다니면서 요리를 제대로 배우는 방법, 도시락을 싸들고 외출을 가는 방법, 늘 타이트한 옷차림으로 자신을 돌볼 것,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해질 것, 함부로 나서지 말 것, 여성용 화장품을 쓸 것, 전신 거울을 자주 보면서 자신을 자주 볼 것, 꽃꽂이를 하면서 집안을 화목하게 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쉽게 간단한 일이지만, 가부장적인 한국남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없게 된다.

특히 한국의 남자라면 주목해서 들을 것이 많다. 우선 의식주의 자립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아울러 건강관리는 본인 책임이다. 술과 도박, 약물에 빠지는 중독은 절대 금물이다. 또 중요한 것은 과거의 화려한 경력은 잊어 달라는 것이다.

특히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과의 만남에는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 것이며, 이성 친구에게는 다른 마음을 품지 말라, 또한 다른 세대의 친구들과도 교류를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젊은 사람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여차할 때를 대비하여 안정망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우에노 선생은 돈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노후의 돌봄 문화도 가족과 자녀에게만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늙으면 노인 홈에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타인과의 적당한 관계 유지와 집에서 홀로 보내는 것의 중요함도 말하고 있다. 특히 홀로 아픈 경우의 대처법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홀로 죽은 경우와 죽음을 대비하는 방법도 적절하게 말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살아왔듯이 홀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가족이 과연 지원군인가? 저항군인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음도 말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보험 가입과 마지막 가는 길에 반드시 가족과 화해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말하고 있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고민이 되는 덕목이 많았다. 연로하신 양친과의 관계는 물론 나의 노후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식과의 관계로 어떤 고민 속에서 살고 생활해야하는지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요리학원에도 다니고, 운동도 하면서 스스로 밥을 해먹는 연습과 청소 및 빨래 등등의 가사노동과 건강관리 등에 충실해야겠다. 그리고 서서히 60대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무엇인지도 찾아 봐야겠구나! 아무튼 <독신의 오후>는 감동과 기쁨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선생은 1948년생으로 교토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도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학생을 가르쳤으며 2011년부터 명예교수로 이름을 올렸다. 가족사회학과 여성학, 젠더 분야의 선구적 이론가이자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힌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독신 여성으로서 나이들다 보니 1인 가구의 노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비영리 법인 WAN(WOMEN'S ACTION NETWORK)을 설립해 동 세대의 여성운동을 다음 세대에게 연결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활동 중이다. 1994년 <근대가족의 성립과 종언>으로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으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스커트 밑의 극장> <내셔널리즘과 젠더> <여자놀이><인간을 넘어서> <결혼제국>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여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독신과 노후, 간병 문제에 관해서는 <당사자주권> <나이듦의 준비> <세대간 연대> <케어, 그 이상과 실천>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07년에 출간된 <독신의 노후>는 일본에서 75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현재는 이 연장선상에서 <독신의 최후>를 집필 중이다. HTTP://WAN.OR.JP

역자인 오경순 선생은 나이듦의 인생에는 행복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고 하지만, 충만한 하루하루가 더해져 아름다운 삶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늘 새롭게 꿈꾸고 희망하며, 번역과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무사시대학교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세종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일본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추천도서에 선정된 <번역투의 유혹>과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어>(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마흔 이후>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덕분에>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성바오로와의 만남> <오늘을 감사하며> <녹색의 가르침> <날마다 좋은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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