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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장 선거에서 대량 '사표', 누구 책임?

'사표' 포함한 무효표 수가 전체 투표수의 13.9%

등록|2014.06.06 13:27 수정|2014.06.07 05:51

▲ 변지량 후보(사진 왼쪽)와 이재수 후보가 5월 29일 단일화를 결정한 뒤, 5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에게 단일화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성낙선

6.4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야권 단일화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던 춘천시장 선거가 개표 결과,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재수 후보에게 투표한 '사표'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무소속의 변지량 후보가 득표한 투표수와 후보직을 사퇴한 이재수 후보가 득표한 사표수를 합하면, 이번에 춘천시장에 당선된 새누리당 최동용 후보가 획득한 득표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와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춘천시장 선거에서 발생한 무효 투표수는 1만 8169표로, 전체 투표수의 13.9%를 차지한다. 이 무효 투표수는 1위를 한 최동용 후보와 2위를 한 변지량 후보 사이의 득표차인 1만 8125표보다 많은 수치다.

이 무효표 수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춘천시장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 수가 1764표 인 것에 비하면,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선거에서 이처럼 많은 무효표가 나온 것은 지난 5월 29일 단일화를 결정한 후 후보직을 사퇴한 이재수 후보에게 던져진 사표 때문이다.

후보 사퇴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던 게 문제

그러면 이재수 후보에게 던져진 사표는 얼마나 될까? 지난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무효표 수를 참작했을 때,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무효표 중 이재수 후보를 찍은 순수한 사표만 최소 1만 6000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를 단순히 변 후보 득표수와 합칠 경우, 변 후보는 최 후보와 거의 비등한 수의 득표를 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번 춘천시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 수는 13만 1000표이다. 이중 최 후보의 득표수는 6만 5478표(58.03%)이고, 변 후보의 득표수는 4만 7353표(41.96%)이다. 변 후보 득표수에 사표로 추정되는 수치를 더하면, 그 수는 최소 6만 3353표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지지자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최소한 이 사표만 막았어도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사전에 이 사표를 막을 수만 있었어도 적어도 변 후보가 그렇게까지 큰 차이로 패배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그 결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야권 분열에 이어, 야권 단일화 이후에도 사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결국 이런 결과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판의 화살은 주로 선관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있다.

변지량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5일 "단일화 대상과 정당은 그 지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퇴 사실을 알려 사표가 나오지 않도록 함이 단일화의 기본 정신인데, 어떻게 사퇴한 후보에게 그토록 표가 많이 나오게 했는지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변지량 후보와 이재수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지난 5월 29일 결정됐다. 당시 수세에 몰려 있는 두 후보는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는 결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단일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단일화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변지량 후보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사표를 막기 위한 방법들이 최대한 동원되지 않았던 것이다. 먼저 30일과 31일 사이에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사표가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29일에 단일화가 결정됐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밤이 되어서야 선관위에 이재수 후보 사퇴확인서를 제출했다. 그 바람에 30일에는 투표소에 후보 사퇴 사실을 알리는 공고문조차 붙이지 못했다. 31일에 되어서야 비로소 투표소에 후보 사퇴 공고문이 나붙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당은 야권 단일 후보를 돕는 지원 유세에도 소극적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당원들과 변 후보 캠프 측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소속 시도의원 출마자는 물론 당원들에게조차 사표 방지를 위한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

후보 사퇴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은 선관위도 마찬가지였다. 후보 사퇴 공고문은 작은 글씨로 투표소 한쪽 구석에 붙어 있었다. 유권자들이 그 공고문을 확인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공고문은 투표소에 형식적으로 붙어 있었을 뿐이다.

사표를 막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표는 후보자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사표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표를 무효표로 만들어야 했던 유권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사표를 방치하는 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는 선거에서 10%가 넘는 사표는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 줄 수밖에 없다. 이번 춘천시장 선거에서 발생한 사표는 미리 사표를 막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사람들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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