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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꽁치, 꺼멍이에게 가져다줘도 되나요?"

우리집 들양이 이야기

등록|2014.06.09 13:45 수정|2014.06.09 16:00

▲ 6대 들양이 노랑이는 5대 들양이가 먹이를 먹으러 오지 못하자, 먹이를 물어 날랐다. ⓒ 이월성


우리 집 마당 앵두나무 아래에서 키우는 들양이 6대 노랑이. 항상 5대 들양이 꺼멍이와 같이 왔는데 요즘 이상하게 6대 들양이 노랑이만 혼자 왔다.

5대 들양이와 6대 들양이가 앵두나무 아래로 같이 와서 내가 꽁치 통조림 두 토막을 한 토막씩 놓아주고 나면 서로 의좋게 꽁치 통조림에서 꺼내준 꽁치토막을 나누어 먹었었다. 며칠 전부터 5대는 늙어서인지 꽁치통조림을 적극적으로 먹지를 않고 6대 노랑이가 먹는 모습만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5대 들양이 꺼멍이는 병이 났거나 너무 늙어서 먹지를 못하고 앵두나무 아래로 와서는 내가 꽁치통조림을 주는 모습을 웃음 짓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5대 들양이 꺼멍이는 나를 보면 눈을 1/3가량 스르르 감아 웃는 얼굴로 나를 언제나 기쁘게 해주던 독특한 액션을 하는 고양이였다.

5대 들양이 꺼멍이가 먹이를 먹으러 오지 못하니까 6대 들양이 노랑이가 내가 꽁치토막을 먹지 않고 입에 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 꽁치토막을 5대 꺼멍이에게 가져다 주려고 하는데 괜찮지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작년인가? 어느 나라에서 올림픽 스타디움 천정을 수리하느라고 지은 지 3년이 지난 천정을 뜯어내는데 도마뱀 한 마리가 못에 박힌 채로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인부들이 놀랐다.

어떻게 몸에 못이 박혀 꼼짝을 못하는 도마뱀이 3년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천장에 붙어살아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관찰해보니 다른 도마뱀이 먹이를 물어다 못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에게 먹이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이 같은 일이 우리 집 들양이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부자지간에 재산 싸움도 흔한 인간들의 생활에 비추어 얼마나 숭고하고 사랑스러운지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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