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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유출에 질산까지... 주민들 "하루도 편히 못 산다"

동일 사업장서 잇따라 사고 발생했지만 자치단체-소방서도 '몰라'

등록|2014.06.10 11:57 수정|2014.06.10 11:57
지난해 8월 불산 유출로 홍역을 앓았던 사업장에서 지난달 또다시 공업용 질산이 유출되면서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계속되는 사고로 불안에 떨고 있다.

충남 금산군 금북면 램테크놀러지 중부사업장에서 지난 5월 20일 야간 작업 도중에 질산이 넘쳐 흐르면서 작업자가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좌측 팔과 엉덩이에 화상을 입었다. 램테크놀러지는 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현장을 방문했던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바닥이 탱크 주변이 높아 배수구 쪽으로 (액체 등이) 흘러가야 하는데 바닥 중간 쯤에 경사각이 맞지 않아서 질산이 고여 있었고, 탱크가 넘치면 자동으로 잠기게 하는 장치가 고장이 나 질산이 넘쳐흘렀다"면서 "두 가지 법 위반을 한 사항이 드러나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진단명령에 따라 안전진단을 통해 (작업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불산 유출에 질산까지... 주민들 "불안해서 못살겠다"

▲ 지난해 불산 유출 되면서 주민들이 충남 금산군 금북면 조정리 회사 입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문영철


질산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 사업장은 지난해 8월에도 불산 유출로 인근 조정천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곳이다.

조정리 마을 이장은 "수달과 맹꽁이가 사는 1급수인 조정천이 지난해 불산 유출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사람까지 위협을 받고 살아가는데 또다시 질산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며 "불산과 질산이 유출되어도 주민들만 모르고 있고, 사실을 알고서 물어보니 '작업자 실수로 산재처리를 했으니까 괜찮다'는 말로 덮으려만 한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불산 유출 때 안전대책을 잘 세우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 (사고는)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불산 유출 이후 공장 이전도 약속했었는데, 그 계획에 관해 물어도 답변이 없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지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회사 측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공장이 들어오고 불안해서 하루도 편한 삶을 살지 못한다."

이번 유출 사고에 대해 충남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정우철 교수는 "질산은 화상 사고 우려는 물론이고,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는 호흡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런 유해시설은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한다. 만약에 대도시에 있었다면 관리가 이 정도로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더 큰 문제는 폭발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반도체 업체에서 쓰이는 물질이 수십 수백 가지 많아서 어떤 물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파악도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군과 소방서도 몰라... 회사 "신고사항 아니어서 신고 안 했다" 
     
이번 질산 유출은 관할 자치단체인 금산군에서도, 소방서에서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산군 당당자는 9일 통화에서 "만약에 사고로 (질산이) 밖으로 유출되었으면 신고를 해야 했다, 작업장 내에서 작업자가 다쳤다면 노동부 소관이다"라며 "오늘 소식을 듣고 오후에 나가서 확인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산소방서 담당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신고를 해야 하지만 화재나 구급접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송한 환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불산 유출 후 주민들과 연대하고 있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정책국장은 "불산 유출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며 "주민에게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아무도 모르게 덮으려고만 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서로 간의 신뢰를 잃게 하는 행위가 발생했다"고 분노했다.

이 국장은 "질산도 불산과 비슷하게 환경적으로 해로운 물질로 공장을 관리하는 주체인 금산군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납득할 수가 없다"며 "업체가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했는데, 이전이 아니라 폐쇄하는 게 옳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램테크놀러지 공장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상자가) 병원에서 6주 진단이 나오는 경미한 사고가 생겼다, (질산 유출) 양이 많아서 외부로도 나갔으면 모르지만 내부에서 100ℓ 정도로 조금 흘러 나왔다"면서 "안전 차원에서 노동부에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 (조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공장장은 또한 "질산은 중화제를 살포하여 처리했으며, 질산은 위험물이 아니고 유독물로 소방서에 신고사항이 아니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게 질산 유출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장장은 "지난해 불산 유출은 우리도 모르고 있다가 신고가 들어가면서 알았고, 이번에는 작업 중에 일어난 사고로 외부 유출 확률이 없는 만큼 주민들에게 영향이 갈 정도의 사고가 아닌 탓에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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