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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가 문제? 민주주의 진전 보여준 것

등록|2014.06.10 18:35 수정|2014.06.10 18:35
교육은 보수도 진보도 없다면서 편 가르는 언론들

'조선일보'는 선거 다음 날인 6월 5일치 1면 헤드라인을 "與도 野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이라는 제호를 뽑고 "17곳 중 13곳서 진보 교육감 우세 8명 전교조 출신 5명은 親전교조"라고 교육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면에서는 "보수 분열…초중고생 80%가 '전교조 성향 교육감' 아래로"로 쓰면서 정부 정책과 충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진보로 채워진 '교육 소통령'…중앙정부와 마찰 예고"라고 쓴 데 이어 다음 날인 6월 6일에는 "'전교조 교육감' 시대…그 밑에 학생 6054만"이라고 썼다. 같은 기사에서 "이들의 공동 보조가 강해지면 정부 교육정책과의 충돌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고교 무상교육 실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예고했다. (……) 권태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당국과 진보 교육감의 갈등이 심해지면 학교와 학생만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선거 졌다고 직선제를 없애나

그러자 6·4 선거 다음날인 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극심한 진영 대결과 진흙탕 싸움으로 교육 공동체 붕괴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며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했다.

이어 9일에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교육감 선거가 여전히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가 되고 있다'고 하면서 임명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 비용을 조달하는 문제와 견제받지 않는 인사권 탓에 2010년 이후 취임한 교육감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수사를 받거나 감사원에 비리 등으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완구 원내대표도 9일 "선거 비리로 많은 교육감이 전과자가 된 데다 이념·진영 논리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면서 "국민 여론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육감 선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을 보탰다.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는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다. 17대 국회에서 156명이 찬성하여 가결하여 시행해 왔다. 교육의 과도한 중앙집권을 막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자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 자치단체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져 이번이 두 번째 선거다. 교육감 선출 방식은 임명제에서 교육위원회 호선, 학교운영위원 간접 선거를 거쳐 지금의 직선제에 이르렀다.

이는 민주주의 발달 과정과 그대로 빼닮았다. 이는 그 나름대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노력이었다. 더욱이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추첨에 따라 선거 기호가 정해지는 '로또선거'를 극복할 요량으로 선거구마다 후보자 이름 순서를 바꾸는 '교호순번제'를 적용한 첫 선거였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고? 천만에 말씀!

선거는 끝났다. 선거 결과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 주권의 실현이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선출제를 임명제로 바꾸자는 건 '민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분명 우리 국민들은 '미개하지 않았다.' 교육과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세월호 이후를 기대하고 표를 찍었다. 거대한 세월호에서 우리 아이들을 꺼내길 바랐다.

그들 말처럼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였다면 13곳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진보 성향 교육감이 13곳에 당선한 이유를 두고 보수 단일화 실패에 따른 어부지리라고 애써 깎아내린다. 하지만 보수의 분열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말이야말로 헛소리일 뿐이다. 이번에 '바른 교육감 추대를 위한 전국회의'에서 추대한 보수 단일 후보는 10명이 이른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보수 후보 10명은 교육환경 개선 특별회계 설치 제안, 학교안전특별법 제정 제안, 혁신학교의 일반학교 전환 같은 공약을 내세웠고, 수도권 세 후보는 24일에 '수도권 교육안전 마스터플랜 수립과 시행', '교육의 본질 바로 세우기', '선생님과 함께하는 행복교육 추진'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달 19일 진보 후보 13명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입시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학생 안전 및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 척결을 3대 정책 핵심사항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당선했지만 보수 후보 가운데 단 한 사람만 당선했다. '깜깜이 선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 어떤 후보보다도 교육감 후보는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고 찍었다는 말이다. 보수 성향 후보들이 내건 정책들과 진보 성향 후보들이 내건 정책들을 따지고 찍은 것이다.

이참에 모든 선거에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자

오히려 기초의원, 광역의원이야말로 '깜깜이선거'이고 '로또선거' 아니었는가? 왜 많은 후보자들이 기호 '1' 번이나 '가' 번을 받으려고 정당 공천에 목을 매는가? 이게 다 기' 1' 또는 '○-가'의 기득권을 거머쥐려는 속셈 아니겠는가.

실제로 이번 6·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51개 지역구 기초의원 당선자를 분석했더니 ''가'번을 공천 받은 후보자 가운데 '1-가'는 98%, '2-가'는 77%가 당선'했다(<강원일보> 2014. 6. 7. 1면, 시·군의원 선거, 기호 '가'번 프리미엄 '대단')고 한다. 복수공천을 할 수 있는 기초선거구에서 후보자가 난립할 때 일일이 후보자를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스런 귀결로 투표용지 맨 윗줄에 나온 후보자를 찍는 '묻지 마' 투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처럼 투표용지가 여러 장일 때는 어르신 투표용지는 모조리 1번이나 가번이 되기 십상이라는 건 누구든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기호 '1'번이나 '가'번 기득권 없이 정책과 비전으로만 승부할 수 있도록 기초의원, 광역의원,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가릴 것 없이 죄다 교호순번제로 제도를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정책의 당사자라고 할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주자. 교육은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겠지만, 한층 더 직접적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학부모이고 청소년이다. 하지만 지금의 투표로는 어른들 목소리밖에 대변하지 못한다. 그 목소리에는 다소 교육에서 멀어진 '어르신'들 목소리도 들어있다. 정작 그 투표 결과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청소년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오히려 소외 당하는 역설은 왜 모른 척 하는가.

이번 교육감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전을 보여주었다.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표심 밑바닥에는 '정책'이 있었고 '비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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