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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른의 거울

지금의 내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면?

등록|2014.06.11 10:52 수정|2014.06.11 17:08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제목을 보고 한 번 놀라고 내용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제목은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었고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가 아빠와 목욕탕에 갔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아빠가 목욕비를 내면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유치원생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입장한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자신을 유치원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는지 묻는 아이에게 아빠는 음료수 값을 벌었다며 웃으셨고, 그 순간부터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에 오자마자 일기장에 아빠의 이야기를 적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늘 말씀하시던 아빠가 거짓말을 하셨으니 아이는 이제 아빠를 믿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이의 일기를 읽고 나서야 아빠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알게 되었고,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고 계셨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며 봉사활동도 다니고 자신은 규칙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다시 한 번 자신의 생활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아이의 불만도 들어주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못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고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의 곳곳에서 어른답지 못한 수많은 어른들을 보게 된다. 뉴스에 보도되는 갖가지 사건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해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세월호 승무원들이 승객 구호는 해경의 임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후보자간의 비방전 또한 아이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한다. 지금의 내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까?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일기장에 행복한 추억을 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소원해본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차별 없고 아픔 없이 서로 손잡고 마주보며 웃음 짓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맑고 깨끗한 거울을 보고 싶으면 우리 어른들이 먼저 정직을 실천하고 양심을 거스르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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